드라마 ‘빈센조’ 사회 풍자 뒷심, 시청자 끌어당겼다
과장 연기 등 논란 시달렸지만 종영 2주 앞두고 시청률 껑충
“니들 모두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불의를 행하고도 대가를 치르지 않는 사람들을 향한 공통된 분노가 작용한 걸까. 대사 속에 유독 ‘대가’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날 선 블랙코미디 tvN ‘빈센조’가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부패한 사회 권력에 대한 풍자, 악(惡)에 대한 복수 속에서 서민들이 던지는 ‘사이다 코미디’가 시청자들을 끌어당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빈센조’가 종영을 2주 앞두고 지난 주말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20부작으로 기획된 ’빈센조‘의 첫 회 시청률은 7.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였으나 4회 만에 10%를 넘긴 뒤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 방영된 16회는 수도권 최고 12.8%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날 주인공 빈센조 역을 맡은 배우 송중기는 갈등 관계에 있는 바벨그룹 회장 장한석(옥택연)의 청부살인으로 30여년 만에 되찾은 어머니를 잃고 처절한 얼굴로 방아쇠를 당겼다.
‘빈센조’는 넷플릭스 콘텐츠 순위에서도 ‘오늘의 한국의 톱10 콘텐츠’에서 1위를 지키는 중이다. 하루 동안 넷플릭스를 이용한 사람 중 가장 많은 이들이 ‘빈센조’를 시청했다는 의미다.
방영 초반 ‘빈센조’는 변호사 홍차영 역을 맡은 배우 전여빈의 과장된 코믹 연기, 다소 산만한 장면 설정 등을 두고 논란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극 중 인물들이 각자의 사연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 주인공 빈센조와 함께 사회악에 맞서는 금가프라자 소시민들의 연대와 복수 이야기가 시청자들을 설득시켰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빈센조’를 집필한 박재범 작가의 이전 작품인 ‘김과장’이나 ‘열혈사제’를 봤다면 ‘빈센조’의 톤이 익숙하겠지만, 아니라면 초반 등장인물들의 계속되는 상황극을 이질적으로 느꼈을 것”이라며 “복수극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진짜 힘은 서민들이 던지는 사이다 코미디에 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시청자들도 그걸 이해하고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고 평했다.
현실과 판타지의 적절한 ‘선타기’, 희극과 비극이 끊임없이 엇갈리는 이야기 구성 등은 ‘빈센조’의 인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장면 뒤에 코믹한 장면을 이어 잔인함이 부각되지 않도록 하는 구성도 눈에 띈다. 빈센조는 상대편 보스가 바뀌면 찾아가 돼지 피를 뿌리는 이탈리아 마피아식 협박을 보여주겠다며 드라마 최고의 빌런(악당)인 장한석에게 돼지 피를 연상시키는 붉은 물감을 뿌린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빈센조와 홍차영은 금가프라자 사람들과 선짓국을 먹으며 ‘통쾌한 한 방’을 자축한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우리 사회에선 시스템이나 틀 안에서 잘못된 것들을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극 중 빈센조는 불법적인 행동도 불사하며 악을 처단한다”면서 “그런 모습이 시청자들을 통쾌하게 만들고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인데도 개연성 있게 그리는 ‘적당한 오버’가 공감대를 불러온다”고 말했다.
tvN은 드라마의 시청률이 오르면서 영상시각효과(VFX)로 화제를 모았던 첫 회 이탈리아 신의 스페셜 메이킹 영상도 최근 공개했다. 제작진은 최소한의 현지 촬영과 시각효과 작업을 통해 마피아 가문의 대저택, 광활한 포도밭이 불타는 장면 등을 실감 나게 연출해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