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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혁명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 혁명가의 세 가지 길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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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4.13 07:18 5,39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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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 혁명가의 세 가지 길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두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

1960년대 후반 미국은 격동이었다. 베트남전을 반대하고 인종차별을 철폐하며 권위주의에 대항하는 움직임이 노도처럼 출렁였다.

세상을 뒤엎으려는 수많은 혁명가들이 나타났다. 체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들을 압박했다. 어떤 혁명가는 죽었고, 어떤 혁명가는 살아남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싸웠다.

이달 25일(현지시간)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에는 이 시기를 다룬 두 영화가 후보로 올랐다.

흑인 혁명가의 이야기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와 백인 혁명가들의 법정 투쟁기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이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에서 프레드 햄프턴이 흑표당 특유의 자세로 연설하고 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에서 프레드 햄프턴이 흑표당 특유의 자세로 연설하고 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재판조차 받지 못한 혁명가

 

“혁명은 죽일 수 없다”
풀뿌리 민주주의 힘쓰다
국가권력에 살해된 햄프턴

오는 22일 개봉하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흑표당(블랙팬서) 일리노이주 지부장 프레드 햄프턴(대니얼 컬루야)과 연방수사국(FBI)의 사주를 받아 흑표당의 정보원이 된 좀도둑 윌리엄 오닐(라키스 스탠필드)의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다. FBI는 오닐에게 ‘감옥행 혹은 정보원’의 선택을 강요하고, 오닐은 어쩔 수 없이 흑표당에 가입해 햄프턴의 지근거리에서 활동한다. FBI 국장 에드거 후버는 흑표당을 ‘미국 안보의 위협’으로 규정하지만, 오닐이 본 흑표당은 어린이 급식, 교육, 지역 의료 개선에 힘쓰는 풀뿌리 민주주의 조직이었다. 햄프턴은 지역의 여러 흑인 조직은 물론 히스패닉, 빈곤한 백인들까지 규합한다. 제목의 블랙 메시아는 햄프턴, 유다는 그를 팔아넘긴 오닐을 뜻한다.

햄프턴은 별도의 범죄로 감옥행이 확정된다. FBI 요원들은 “우리가 이겼다”며 기뻐하지만, 후버는 “감옥은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정색한다. 결국 FBI는 햄프턴을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1969년 12월4일 새벽 경찰은 햄프턴의 아파트를 습격한다. 햄프턴은 근접 발사된 총알 두 발을 머리에 맞고 사망했다. 향년 21세였다. 이듬해 햄프턴의 유족, 생존자 등은 담당 검사, 시카고시, 연방정부 등을 상대로 소송에 돌입했고, 기나긴 법정 공방은 1983년 185만달러의 합의금으로 마무리됐다.

민주주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미국의 국가폭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햄프턴은 재판조차 받지 못한 채 사실상 살해됐다. 평소 햄프턴은 “혁명가는 죽일 수 있지만, 혁명은 죽일 수 없다”고 말했다. 1983년 시카고에서는 최초의 흑인 시장 해럴드 워싱턴이 당선됐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 역시 시카고를 정치적 배경으로 성장했다.

혁명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 혁명가의 세 가지 길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의 톰 헤이든(왼쪽 사진)과 애비 호프먼은 투쟁 방식을 두고 충돌한다.    넷플릭스 제공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의 톰 헤이든(왼쪽 사진)과 애비 호프먼은 투쟁 방식을 두고 충돌한다. 넷플릭스 제공

법정에서의 상반된 투쟁

 

법리로 싸우는 헤이든과
법정도 문화투쟁 장소로 삼는
‘본투비 혁명가’ 호프먼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은 1968년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시위를 벌인 주동자들의 법정 투쟁기에 기반했다.

피고인들의 입장은 갈린다. 민주사회학생회의 톰 헤이든(에디 레드메인)은 법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진지하게 알리고 법리 싸움에서 이기려 한다. 단정한 옷차림으로 출석해 법정의 권위를 존중하고, 판사에게 불필요한 말을 하지도 않는다. 반면 청년국제당의 애비 호프먼(사샤 배런 코언)은 법정을 문화투쟁 장소로 이용한다. 법복을 입고 출석하는가 하면 끊임없는 농담으로 판사를 자극한다.

헤이든과 호프먼은 사사건건 부딪친다. 호프먼은 “결론이 정해진 정치재판”이기에 법정을 존중하는 건 의미 없다고 본다. 헤이든은 “진짜 혁명을 방해하는 문화혁명을 일으킬 생각은 없다”고 반박한다. 영화는 이들이 선고받는 데서 끝난다.

이후 헤이든은 또 다른 반전운동의 아이콘이던 배우 제인 폰다와 결혼했다. 1970년대 중반 정치에 뛰어들었고, 1982년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을 시작으로 수차례 하원과 상원의원을 역임하며 청년들의 권익과 동물권 등 진보적 의제에 힘썼다. 2016년 향년 76세로 타계했다.

 
 

호프먼은 선고 이후에도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다. 1971년 ‘돈 없이 사는 법’을 안내하는 <이 책을 훔쳐라>를 펴냈는데, 실제 서점에서 이 책을 훔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1986년엔 교내에서 중앙정보국의 신입요원 채용행사를 허락했다는 이유로 애머스트대 점거농성을 하다가 체포됐다. 그는 53세 때였던 1989년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숨졌다. 생전 지인들에게 1980년대의 보수적 시대상과 혁명에 무관심한 세대에 절망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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