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도 AI시대] ① 영화 흥행도 AI가 점쳐준다
차현아 기자입력 : 2021-04-12 08:00
KCA '미 할리우드의 AI 활용 투자 트렌드' 보고서 발간AI 기반 영화 제작 시스템 확산...흥행 가능성 예측도일부 영화는 흥행 예측 실패...창작으로서의 영화 위축"AI 판단은 절대적 지표 될 수 없어...보완재 역할"
올해 국내 최대 기대작이었던 '승리호'의 제작비는 240억원이다. 손익분기점은 580만 관객이라고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하게 되면서 승리호 흥행이 '대박'이었을지 '쪽박'이었을지 추측은 어렵다. 만일 AI가 영화 흥행을 예측했다면 승리호의 예상 성적은 어땠을까.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은 최근 발간한 '미 할리우드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효과적인 제작기획 및 투자 결정 트렌드' 보고서에서 최근 영화의 흥행을 AI로 예측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콘텐츠 한 편당 제작비가 천문학적으로 커지다 보니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실패 가능성을 줄이고 대중음악의 '머니코드'처럼 흥행코드를 찾아내려는 노력에 AI를 접목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시네리틱(Cinelytic), 스크립트북(Scripbook), 볼트(Vault), 파일럿(Pilot) 등이 영화 흥행 예측 기능을 앞세운 AI 알고리즘 서비스다. 워너브라더스가 이런 솔루션을 적극 적용하고 있다. 디즈니는 아예 자체 관객 반응 분석 솔루션을 개발해 활용 중이다.
이런 솔루션은 영화 제작에 앞서 다양한 요소를 분석해 박스오피스 성적을 전망한다. 주·조연 배우 캐스팅에 따른 수익도 비교해준다. 또한 솔루션은 영화의 흥행 성적 뿐 아니라 개봉 당시의 계절이나 정치·사회·경제적 환경까지 고려해 알고리즘 성능을 향상하고 있다.
시네리틱은 영화제작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종합 솔루션으로 워너브라더스와 지난해 AI기반 제작 프로젝트를 체결했다. 시네리틱은 AI 알고리즘과 데이터로 영화 제작 전 분야를 관리한다. 캐스팅과 재무관리를 비롯해 시나리오는 물론, 배급시기에 따른 전망도 내놓는다. 말 그대로 '종합솔루션'이다.
파일럿은 영화 흥행 가능성을 예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네리틱과 마찬가지로 과거 영화 흥행 정보를 기반으로 제작할 영화를 비교한다. 출연자와 작가, 감독, 예산, 플롯 등을 고려해 개봉 첫 주말 흥행 수입을 예측한다.
시네마틱 벤처 파트너스는 흥행 예측을 바탕으로 투자를 하는 업체다. AI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흥행성이 높은 저예산 영화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실제 이 업체가 투자한 영화 가운데 95.8%가 흥행 수익을 내기도 했다.
이런 서비스 이외에 관객 반응을 통해 흥행 가능성을 분석하는 시도도 있다. 디즈니 산하 연구조직인 디즈니 리서치는 영화 9편을 150회 상영하면서 적외선 카메라로 관객 얼굴을 모니터링해 영화에 대한 반응을 파악하기도 했다. 영화 내용에 대한 공감과 몰입 정도를 분석해 영화 기획에 참고하려는 것이다.
영화계 일각은 이런 시도에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데이터로 추출하기 어려운 다양한 맥락이나 정서를 감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20세기폭스사가 제작한 '타잔의 전설'이라는 영화는 2017년 개봉작인 '로건'을 AI로 분석한 흥행 키워드를 바탕으로 로건 팬들이 많이 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흥행에 참패했다. 로건 팬들은 정작 앤트맨과 데드풀2에 환호했지만 이 역시 예측하지 못했다.
게다가 '창작'으로서의 영화를 위축한다는 비판도 있다. 창작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보고, 예술혼을 불태운 배우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을 앗아간다는 것이다. 수익성에만 초점을 둔 익숙한 스토리와 컴퓨터 그래픽에 의존한 가짜 연기가 만연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KCA는 트렌드리포트를 통해 "AI가 영화계에서도 점점 더 깊게 뿌리를 내릴 것"이라면서도 "AI는 절대적이거나 최종적인 결론이 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AI가 내놓은 제안을 최종적 결론으로 보지 말고 관객 이해를 넓히는 보완재로 활용하라는 제언이다.
차현아 chacha@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