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로 다 떠나는데"…CJ CGV, 잇따른 가격인상·서비스 미흡에 소비자 불만 ↑
기사입력 2021-03-31 08:00:28
CJ그룹의 멀티플렉스 CGV의 가격인상 정책에 대한 소비자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CGV 측은 "코로나19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 하지만, 불과 '6개월' 만에 또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는 점에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CGV가 지난해 적자로 인해 떠안게 된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OTT에 뺏긴 관객들을 되찾아오기 위해 서비스 개선을 고민해도 부족할 때인데, 가격인상 정책은 역효과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CGV의 수장은 지난해 말 CJ ENM 출신 허민회 대표로 교체됐다. CJ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불리며 이재현 회장의 복심으로 통하는 등 그룹의 실세인 허 대표가 소비자 불만을 잠재우고 'CGV 살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CJ CGV, 잇따른 논란에 VIP 이탈 조짐
지난 18일 CGV는 오는 4월 2일부터 영화 관람료를 1000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CGV 측은 "코로나19로 관객이 급감해 극장과 투자사, 배급사, 제작사 등 영화산업 전반이 고사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가격 인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성인 2D 영화 일반 시간대 기준으로 관람료는 주중 13000원, 주말 14000원으로 조정된다. 3D를 비롯한 IMAX, 4DX 등 기술 특별관 및 스윗박스 가격도 1000원씩 일괄 인상된다. 타 영화관들의 티켓 가격이 성인 기준 8000~13000원 선인 것을 고려하면 CGV가 1000원 가량 더 비싸다.
인상 소식을 접한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CGV가 6개월 만에 또 다시 가격을 올리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 영화 전문 커뮤니티에는 "영업이익이 확 늘어났을 때 관람료를 인하해준 적이 있냐. 코로나19 핑계만 대며 가격을 올리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는 글들이 대거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CGV 관계자는 "점포를 리뉴얼 하는 등 관람 환경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 부담이 늘어나게 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영화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절박함 속에 내린 선택"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올해 초 'VIP 우롱 사태'로 이미 신뢰를 저버린 CGV를 향한 비난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메가박스는 VIP 회원이 한 편 이상 영화를 관람하면 2021년에도 VIP 등급을 유지해준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당시 고객 문의에 CGV 측은 "VIP 기간 연장 관련해서 따로 진행할 계획이 없다"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즉 해당 기간 내에 VIP 조건을 못 채울 경우 등급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다 지난 1월 28일 CGV가 "2020년 2월부터 올해 1월 정기 승급일에 등급이 하향 조정된 고객을 등급 하락 전 등급으로 원상 복귀 시킬 예정"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영화 팬들 사이에서 CGV의 VIP 제도는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상위 등급으로 갈수록 혜택이 많아지는 만큼 승급이나 유지 조건이 까다로워 승급에만 수 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일부 VIP 고객들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영화관을 찾는 것이 쉽지 않던 상황 속에서도, 이른바 '영혼 보내기'를 하면서까지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영혼 보내기란 직접 극장에 가지 않아도 돈을 주고 좌석을 예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CGV가 등급 관련 일방 공지에 이어, 영혼 보내기까지 한 '충성 고객'에 대해서도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화를 키웠다. "유관부서에서 논의 중이다" 등의 원론적인 답만 내놓는 CGV의 태도에 VIP 고객들은 대거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평소 GGV를 즐겨찾았다는 한 이용객은 "오프라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과 서비스가 없다면 굳이 영화관을 찾을 이유가 없다"며 "VIP조차 배려하지 않는 서비스 마인드로는 넷플릭스나 왓챠에 뺏긴 관객들을 절대 되찾아 올 수 없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CGV 측은 "당초 코로나19 사태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벤트 계획에 대해 밝힐 수 없었다"며 "향후 VIP 관련 정책을 정비하고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적자 전환' CGV, 소비자들에게 부담 전가했나
일각에서는 적자를 본 CGV가 이에 따른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CGV의 영업이익은 전년도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CGV는 2019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1220억원을 기록했으나, 2020년에는 영업손실 3925억원을 냈다. 매출은 5834억원으로 전년 대비 70%나 감소했다.
해외 실적을 보면 중국은 매출 1193억원과 영업손실 812억원, 베트남은 721억원의 매출과 16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터키는 332억원의 매출과 163억원의 영업손실, 인도네시아는 212억원의 매출에 289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특히 CGV가 터키법인 인수를 위해 수천억원을 쓴 것이 재무구조 악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CGV는 지난 2016년 4월 터키 영화관 사업 진출을 위해 현지 영화사업자인 마르스엔터테인먼트를 8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과정에서 자금 마련을 위해 메리츠종금증권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어 특수목적회사인 보스포러스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그러나 2018년 터키 경제 위기로 리라화 환율이 급락함에 따라 CGV는 2018년(1776억원)과 2019년(757억원)의 TRS 손실을 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CGV의 터키 진출은 '무리수'였다며 경영진의 책임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 CGV 관계자는 "유상증자와 지주사로부터 차입을 받아 상환해야 할 자금을 마련했으며, 5월 TRS가 만기되더라도 재무 여력은 충분하므로 유동성에 대한 우려는 일정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해외 손실과 관람료 인상을 직접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강조하며 "국내에서 어려움이 더 큰 한 해였던 만큼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CGV가 지난해 적자로 인해 떠안게 된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OTT에 뺏긴 관객들을 되찾아오기 위해 서비스 개선을 고민해도 부족할 때인데, 가격인상 정책은 역효과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CJ CGV, 잇따른 논란에 VIP 이탈 조짐
지난 18일 CGV는 오는 4월 2일부터 영화 관람료를 1000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CGV 측은 "코로나19로 관객이 급감해 극장과 투자사, 배급사, 제작사 등 영화산업 전반이 고사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가격 인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성인 2D 영화 일반 시간대 기준으로 관람료는 주중 13000원, 주말 14000원으로 조정된다. 3D를 비롯한 IMAX, 4DX 등 기술 특별관 및 스윗박스 가격도 1000원씩 일괄 인상된다. 타 영화관들의 티켓 가격이 성인 기준 8000~13000원 선인 것을 고려하면 CGV가 1000원 가량 더 비싸다.
인상 소식을 접한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CGV가 6개월 만에 또 다시 가격을 올리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 영화 전문 커뮤니티에는 "영업이익이 확 늘어났을 때 관람료를 인하해준 적이 있냐. 코로나19 핑계만 대며 가격을 올리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는 글들이 대거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CGV 관계자는 "점포를 리뉴얼 하는 등 관람 환경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 부담이 늘어나게 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영화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절박함 속에 내린 선택"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올해 초 'VIP 우롱 사태'로 이미 신뢰를 저버린 CGV를 향한 비난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메가박스는 VIP 회원이 한 편 이상 영화를 관람하면 2021년에도 VIP 등급을 유지해준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당시 고객 문의에 CGV 측은 "VIP 기간 연장 관련해서 따로 진행할 계획이 없다"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즉 해당 기간 내에 VIP 조건을 못 채울 경우 등급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다 지난 1월 28일 CGV가 "2020년 2월부터 올해 1월 정기 승급일에 등급이 하향 조정된 고객을 등급 하락 전 등급으로 원상 복귀 시킬 예정"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영화 팬들 사이에서 CGV의 VIP 제도는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상위 등급으로 갈수록 혜택이 많아지는 만큼 승급이나 유지 조건이 까다로워 승급에만 수 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일부 VIP 고객들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영화관을 찾는 것이 쉽지 않던 상황 속에서도, 이른바 '영혼 보내기'를 하면서까지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영혼 보내기란 직접 극장에 가지 않아도 돈을 주고 좌석을 예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CGV가 등급 관련 일방 공지에 이어, 영혼 보내기까지 한 '충성 고객'에 대해서도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화를 키웠다. "유관부서에서 논의 중이다" 등의 원론적인 답만 내놓는 CGV의 태도에 VIP 고객들은 대거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평소 GGV를 즐겨찾았다는 한 이용객은 "오프라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과 서비스가 없다면 굳이 영화관을 찾을 이유가 없다"며 "VIP조차 배려하지 않는 서비스 마인드로는 넷플릭스나 왓챠에 뺏긴 관객들을 절대 되찾아 올 수 없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CGV 측은 "당초 코로나19 사태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벤트 계획에 대해 밝힐 수 없었다"며 "향후 VIP 관련 정책을 정비하고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적자 전환' CGV, 소비자들에게 부담 전가했나
일각에서는 적자를 본 CGV가 이에 따른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CGV의 영업이익은 전년도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CGV는 2019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1220억원을 기록했으나, 2020년에는 영업손실 3925억원을 냈다. 매출은 5834억원으로 전년 대비 70%나 감소했다.
해외 실적을 보면 중국은 매출 1193억원과 영업손실 812억원, 베트남은 721억원의 매출과 16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터키는 332억원의 매출과 163억원의 영업손실, 인도네시아는 212억원의 매출에 289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특히 CGV가 터키법인 인수를 위해 수천억원을 쓴 것이 재무구조 악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CGV는 지난 2016년 4월 터키 영화관 사업 진출을 위해 현지 영화사업자인 마르스엔터테인먼트를 8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과정에서 자금 마련을 위해 메리츠종금증권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어 특수목적회사인 보스포러스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그러나 2018년 터키 경제 위기로 리라화 환율이 급락함에 따라 CGV는 2018년(1776억원)과 2019년(757억원)의 TRS 손실을 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CGV의 터키 진출은 '무리수'였다며 경영진의 책임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 CGV 관계자는 "유상증자와 지주사로부터 차입을 받아 상환해야 할 자금을 마련했으며, 5월 TRS가 만기되더라도 재무 여력은 충분하므로 유동성에 대한 우려는 일정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해외 손실과 관람료 인상을 직접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강조하며 "국내에서 어려움이 더 큰 한 해였던 만큼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