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과 좀비, BTS에 미나리…전세계 홀린 'K-콘텐츠'(상)
오상헌 기자 김수현 기자
2021.03.31
[편집자주] 한국적 감수성과 유머코드, 촘촘한 스토리라인을 갖춘 'K-콘텐츠'가 전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를 넘어 문화종주국 유럽과 대중문화 성지 북미까지 집어삼킬 태세다. 가히 K-콘텐츠 열풍이라 할만하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콧대높은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한반도 공습 배경에도 K-콘텐츠의 경쟁력이 자리하고있다. 말 그대로 '플랫폼(셋톱)을 넘어'(OTT·Over The TOP) 콘텐츠 전쟁이다. 외래 포식자들에 맞서 국내 콘텐츠 생태계를 지키려는 토종 기업들의 반격도 시작됐다. K-콘텐츠의 인기 비결과 올해 본격화하는 K-콘텐츠 대전의 성패를 3회에 걸쳐 미리 짚어본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영화 '미나리'(정이삭 감독)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순자 역)의 극중 대사 한 토막이다. 억척같은 의지로 아메리칸 드림을 일군 미국 이민 1세대의 삶을 그린 미나리는 올해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영화로 우뚝 섰다. K-콘텐츠의 인기는 영화와 드라마, 예능, 게임, 웹툰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2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에 올랐고, K-팝을 대표하는 방탄소년단(BTS)은 같은해 8월 한국 가수 최초로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빌보드 핫100(싱글차트) 1위에 올려놨다. 블랙핑크의 'Ice Cream(with Selena Gomez)' 역시 지난해 9월 빌보드 싱글차트 13위에 올라 미국 주류 음악시장의 상징인 빌보드 벽을 허물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거둔 성과는 더 도드라진다. 지난해 일본 넷플릭스 '톱10' 드라마 콘텐츠의 절반이 K-드라마였다. '사랑의 불시착'이 1위를 차지했고, '이태원클라쓰'와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각각 4·5위에 랭크됐다. 싱가포르에선 넷플릭스 '톱10' 중 1위인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비롯해 한국 드라마가 8개였다. 베트남의 경우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10개 중 7개가 K-드라마였고, 태국에선 넷플릭스 차트 1위 유지 기간 기준 1~5위 모두 한국 드라마가 차지했다. 'K-좀비물'을 장르화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인 '킹덤2'와 '스위트홈'의 성과도 눈부셨다. 뛰어난 감수성과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시나리오, 탄탄한 제작 역량 등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국내 주요 9개 방송사를 대상으로 방송 프로그램 포맷 수출성과를 조사한 결과 , 최근 10년간 102개 국내 포맷이 전 세계 65개국 204건(후속 시즌 방영 수 제외)의 해외 진출을 달성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국내에서 가장 탄탄한 제작 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CJ ENM은 한국 예능 포맷 최초로 tvN '꽃보다 할배'를 미국에 판매해 'Better Late Than Never'란 제목으로 미국 지상파 채널 NBC의 프라임 타임에 편성돼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K-드라마도 마찬가지다. OCN '보이스'(일본·태국 리메이크), tvN '라이브'(미국 FOX 제작 확정), '아는 와이프'(일본 후지TV 리메이크), '기억'(미국 쇼타임 포맷 판매), '시그널'(일본 KTV 리메이크) 등이 전세계에서 제작 또는 방영됐다. KBS 드라마 '굿닥터'는 한국 드라마 포맷 최초로 미국 지상파 ABC에 수출돼 'The Good Doctor' 시즌 4가 현재 방영 중이다. 영화 '미나리'를 필두로 K-콘텐츠의 진격은 올해도 현재 진행형이다. 영화 '승리호'는 지난달 전세계 넷플릭스 톱10 영화 콘텐츠 4위를 기록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살아있다'는 지난해 전세계 22위, 페루(9위), 볼리비아(12위)를 기록하는 등 K-좀비물의 인기를 이어갔다. 국내 OTT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핫한 콘텐츠 생산기지이자 테스트베드"라며 "올해는 경쟁력 있는 K-콘텐츠를 확보하려는 국내외 사업자들의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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