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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토종 OTT ‘규모’ 보다 ‘가치’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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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3.30 12:44 2,62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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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OTT ‘규모’ 보다 ‘가치’ 

게재 일자 : 2021년 03월 30일(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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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문화부장

4월 25일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최대 관심은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상을 받을 것인가, 윤여정 씨가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을 것인가이다. 이는 아시아계 증오 폭력과 맞물려 문화적인 동시에 정치적 논쟁이 된 듯하다. 이와 함께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이슈는 세계적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영화의 수상 여부다.

올해 아카데미에는 ‘맹크’ ‘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힐빌리의 노래’ 등 넷플릭스 영화 16편이 후보에 올라 있다. ‘맹크’는 10개 부문에 올라 올해 최다 후보 영화가 됐다. 또 다른 OTT 아마존 스튜디오와 애플 영화도 후보에 올라 있다. 수상 결과는 아직 안 나왔지만 일단 OTT의 완승으로 볼 수 있다.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이유로 격렬한 반대에 부딪힌 것이 2017년, 이 때문에 2019년까지도 넷플릭스 영화는 경쟁부문에서 제외됐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당시 프랑스 극장협회가 내걸었던 이유와 근거는 영화가 극장에 상영되지 않았고, 개봉 영화는 3년 지나야 스트리밍 서비스된다는 프랑스 법이었다. 미디어 환경이 영화인조차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변했음을 보여준다. 물론 여기에는 코로나 팬데믹이 있었다.

넷플릭스의 성장은 한국 콘텐츠에는 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드라마 ‘킹덤’부터 영화 ‘승리호’에 이르기까지 우리 콘텐츠는 넷플릭스를 타고 전 세계로 나가면서 새로운 K-콘텐츠 붐을 만들었다. 넷플릭스로 가면서 주제나 소재, 표현의 수위도 자유로워졌다는 내부 평가도 있다. 하지만 플랫폼의 위력이 갈수록 커지는 시대, 지금 상황은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엇을 담느냐’보다 ‘어디에 담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대다. ‘미디어가 메시지다’라는 미디어학자 마셜 매클루언의 언명은 ‘플랫폼이 메시지다’로 바뀌어야 할 판이다. 개별 제품보다 유통이 돈을 버는 플랫폼 우위가 콘텐츠 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에 국내 OTT 업계는 몸집 키우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토종 OTT인 웨이브, 티빙, 카카오 TV는 최근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밝혔고, 왓챠, 쿠팡플레이도 준비 중이다. 글로벌 OTT에 맞서기 위한 몸집 불리기,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토종 OTT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규모를 키우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가치’이다. 콘텐츠에 더 이상 국경이 없어진 시대, 토종 OTT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넷플릭스나 디즈니와 달리 한국 문화 콘텐츠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해야 한다. 최소한 한국 창작자들, 제작자들 그리고 한국 시청자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어떤 가치를 지향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무슨 ‘윤리 도덕’이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시대는 이제 좋은 가치를 갖고, 좋은 가치를 지향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문화와 예술을 다루는 콘텐츠 OTT는 더욱 그렇다. 단순히 규모를 키워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 것이 토종 OTT의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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