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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단 11분에 오롯이 담긴, 사고로 딸 잃은 부모의 절절함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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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3.27 06:47 4,36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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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1분에 오롯이 담긴, 사고로 딸 잃은 부모의 절절함

[넘버링 무비 193] 애니메이션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21.03.26 16:06최종업데이트21.03.26 16:06

 

넘버링 무비는 영화 작품을 단순히 별점이나 평점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넘버링 번호 순서대로 제시된 요소들을 통해 영화를 조금 더 깊이, 다양한 시각에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편집자말]
 
애니메이션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메인포스터 애니메이션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메인포스터

▲ 애니메이션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메인포스터 애니메이션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메인포스터 ⓒ 넷플릭스


*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01.
서로 닿을 수 없을 만큼 가로로 긴 식탁에서 한 부모가 식사를 하고 있다. 식탁의 양 끝 쪽에 앉은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대화도 한 마디 나누지 않는다. 그저 식사를 할 뿐. 그마저도 엄마는 입에 넣지 못한다. 두 사람의 머리 위로 검정색 그림자가 등장하여 다툼을 벌인다. 서로를 향해 큰 고함을 지르는 것 같은 모습도 등장한다. 각자의 감정이 이입된 모양새다. 하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아빠는 혼자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집의 외벽에 파란색 페인트가 묻어 있다. 슬픈 미소를 짓는다. 그를 따라 나온 그림자 하나가 외벽을 안쓰럽게 쓰다듬는다. 집안에 남은 엄마는 2층의 방으로 올라간다. 들어가지 못하고 손잡이만 만지작거리다 슬픈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문을 닫고 만다.

단편 애니메이션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은 끔찍한 비극으로 인해 분열된 가족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영화의 시작 지점에서는 이 가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작품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실마리가 되는 단서들을 하나씩 꺼내며 전체의 조각을 맞춰나간다. 영화의 첫 느낌은 단순하고 미니멀하다. 펜 선으로 그려진 그림들은 익숙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을 준다. 약간의 이질감이 있다면 어딘가 모르게 단호한 어조가 느껴진다는 것. 매끄러운 이미지와 예쁘고 몽글거리는 첫 이미지는 소거된 음성과 제한된 톤 색상과 더불어 암울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애니메이션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스틸컷 애니메이션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스틸컷

▲ 애니메이션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스틸컷 애니메이션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스틸컷 ⓒ 넷플릭스


02.
이 작품은 11분가량의 애니메이션이다. 다른 영상물에 비하면 짧기만 한 러닝 타임이지만 하나의 완벽한 구성을 갖추고 있어 주어진 시간을 완벽히 활용해낸다. 영화는 크게 세 지점으로 나뉜다. 슬픔과 도탄에 빠진 가족의 모습이 담긴 초반부와 가족에게 일어난 일 전반의 내용을 표현해내는 중반부, 마지막으로 후반부에서는 사건 이후 가족이 겪어야 했던 아픔과 회복에 대한 바람이 표현된다. 이렇게 구분된 세 지점의 이야기는 독립된 형태를 취하기는 하나 흐름상 분절되지는 않은 상태로 서로 맞물려 기능한다.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이라는 타이틀에서도 추정해 볼 수 있듯이, 이 작품은 부모의 소중한 딸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일어나는 일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니까, 열 살이 되던 해에 교내 총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딸에 이야기인 셈이다.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이라는 문장은 죽음 직전에 작성된 문자 메시지의 내용 중 일부이기도 하다. 관객들은 극의 중, 후반에 등장하는 이 장면으로 인해 영화의 전체 내용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내용적으로는 그동안 대중에게 알려져 온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앨리펀트>(2003)나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럼바인>(2003)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다. 두 작품 모두 지난 1999년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 발생한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하지만, 영화를 연출한 윌 맥코맥, 마이클 고비에 두 감독에 의하면 이 작품은 공식적으로 특정 사건을 모티브로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03.
이 작품에서는 청각적 효과보다는 시각적 효과가 훨씬 더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물론 킹 프린세스(King Princess)의 '1950' 곡처럼 상징으로서 활용되는 음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비중의 차이다. 시각적 효과, 그 중에서도 색상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작품의 감정 및 메시지까지도 전달한다. 수묵화 스타일의 매끄러운 이미지와 흰 배경은 전체적으로 창백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등장인물이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검정색을 중심으로 한 다른 색상을 통해 제한된 초점으로 시야를 좁히는 역할을 하는데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한다.

그 위에서 표현되는 포인트 색상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부여 받는다. 각각이 부여 받는 상징성을 영화 속에서 표현하는 것이 첫 번째, 변화의 과정에서 각각의 지점에 해당하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두 번째다. 가령, 이 영화에서 파란색은 우울과 슬픔의 상징으로 영화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모티브로 활용된다. 또한, 잃어버린 사랑과 슬픔,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때문에 영화의 초반부에서는 집 외벽의 페인트와 티셔츠의 색으로, 중반부 이후에서는 풍선과 생일 케이크 위 초의 색으로 활용된다.

한편, 건물 외벽에 묻은 파란색 페인트가 그림자에 의해 핥아지는 것과 가족 모두의 그림자가 티셔츠 속으로 뛰어드는 장면은 파란색이 노란색의 포인트 색깔로 전환되는 계기가 된다. 파란색과 달리 노란색은 이 영화에서 희망과 기쁨의 상징이므로 아이와 함께했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는 중반부의 시작과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부모의 품 속 작은 불빛이 되어 온 마을을 비추는 장면처럼 아이가 자라는 동안에 한 가정이 느낀 모든 긍정적인 감정의 총체가 바로 노란색의 의미인 것이다.

이렇게 설정된 하나의 색상에 대한 의미는 영화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모티브로 활용된다.

04.
이런 영화 내적 장치들이 잘 짜여져 있다고 해도, 스토리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관객들의 마음은 결코 움직일 수 없다. 오는 4월 열리는 미 아카데미 시상식의 단편애니메이션 부문에 이 작품이 당당히 후보로 지명된 것만 봐도 그 깊이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세심함이다.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의 두 감독은 평범한 흐름 속에서도 섬세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세탁기에서 딸이 입었던 옷을 발견하고 엄마가 우는 장면을 조금 설명해 볼까 한다. 빨래 더미 속에서 딸의 티셔츠를 발견한 엄마는 곧바로 울음을 터뜨리지 않는다. 약간의 떨리는 호흡, 눈가에 글썽이는 눈물, 그대로 세탁기에 기대었다 풀썩 주저앉게 되기까지 모든 행동이 실제와 유사하게 묘사된다. 또, 앞서는 들어가지 못했던 딸의 방에 우연히 들려오는 음악을 듣고 들어가기까지의 시간, 이후에 등장하는 함께한 여행길에서 다소 심드렁한 표정까지. 이 모든 장면이 하나의 장면으로 결합되며 그 총체적 마음이 전달되는 것이다. 그런 엄마의 모습 위에서 다독이는 딸의 그림자를 묘사하는 것은 또 어떻고.

사고가 일어나던 날을 묘사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학교로 향하는 딸의 발걸음을 어떻게든 멈추려고 하는 부모의 그림자를 묘사한 장면이나, 사고의 구체적인 묘사 대신 성조기를 대신한 장면은 제작진의 사려 깊은 마음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붉은색이 미국을 상징하면서도 피를 상징하는 색임을 고려할 때, 여기에서도 앞서 언급했던 포인트 색상과 그 의미가 잘 활용된 부분이고 말이다.
 
애니메이션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스틸컷 애니메이션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스틸컷

▲ 애니메이션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스틸컷 애니메이션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스틸컷 ⓒ 넷플릭스


05.
처음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인물들은 모두 일상을 헤매는 부서진 사람들이다. 분명히 서로 사랑하고 있지만 일상에 발생한 커다란 균열 때문에 그 틈 속에 매몰되어 버리고 말았다. 함께 극복하기 위해, 서로의 모양을 위로하고 설득하기 위해 논쟁하고 싸우기도 한다. 무엇인가를 멈추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이 모두를 알기에 관객들은 그 모습으로부터 슬픔의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 놓인 이들이 나아지기를 바란다.

영화도 그런 관객들의 마음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며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공유한다. 처음부터 그렇게 보여줄 수는 없다. 과정은 결과보다 앞서야만 하고, 단계를 거친 회복은 당장의 안정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결말에 이르러서야 가족애의 회복과 안녕을 그려내는 까닭이다.

어떤 사고가 일어난 모든 폐허의 위에서 우리는 상처를 입고 다친다. 일단은 타인보다 스스로를 먼저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을 굳게 닫기도 하고 외부와의 접촉을 밀어내기도 한다. 그 처음의 시점에서 우리가 싸우고 다투는 까닭은 서로가 가진 원래의 모습을 위로하고 설득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르면, 잘 걸러진 기억과 사랑이 다시 우리의 영혼과 자신에게 되돌아 올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작품 속 부모에게는 딸이 남긴 메시지가 또 다른 사랑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If anything happens I love you."
덧붙이는 글이 작품은 오는 4월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단편애니메이션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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