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에 뿔난 시청자…'조선구마사' 폐지에 방송가도 초긴장(종합)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1.03.26
SBS·제작사 "방영권, 제작 모두 완전 중단…무거운 책임"
MZ세대 중심 시청자들 적극적 시청행위 위력
콘텐츠 업계 중국투자유치 신중모드
SBS는 26일 공식 입장을 통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여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SBS는 본 드라마의 방영권료 대부분을 이미 선지급했고, 제작사는 80% 촬영을 마친 상황이다. SBS는 "이로 인한 방송사와 제작사의 경제적 손실과 편성 공백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SBS는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방송 취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제작도 완전히 중단됐다. 제작사 측은 "조선구마사 관련 해외 판권 건은 계약 해지 수순을 밟고 있고 서비스 중이던 모든 해외 스트리밍은 이미 내렸거나 금일 중 모두 내릴 예정"이라며 "시청자분들께 상처를 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급기야 누리꾼들은 청와대에 청원을 올렸고 기업들은 줄줄이 광고 철회를 선언했다. 출연한 배우들까지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에 '조선구마사' 측은 한 주간 휴방을 결정했으나 광고주나 협찬기관들마저 모조리 등을 돌림에 따라 향후 촬영이 어려워져 결국 폐지로 귀결됐다. 드라마가 방영 2회만에 바로 폐지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방송가에서는 콘텐츠 유통이 점차 글로벌화되면서 제작사들이 문화적 장벽을 낮출 수 있는 가볍고 자극적인 소재를 찾다보니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부상으로 궁지에 몰린 지상파 방송사가 자극적 소재로 시청률 제고에 나섰다가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사극의 역사고증이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지만, 재미와 스토리라인을 위해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폄훼나 왜곡이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다. 한 누리꾼은 "지상파 3사가 외주 제작만 하고 정통 대하사극에 투자할 의지와 자금이 없으니 이런 말도 안되는 드라마가 나오는 것"이라며 "예전에는 그래도 역사적 사실 고증이 잘 된 고품질 사극이 있었는데 요즘은 무조건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 판타지 사극을 만드니까 이런 사달이 났다"고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이번 일을 통해 앞으로 역사왜곡 드라마가 나오면 시청자들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아버렸다"며 "방심위에 민원을 접수해서 정상적인 절차를 몇달씩 기다리는 게 아니라, 광고를 끊어서 1차적으로 타격을 주고 전방위적인 압박을 적극적으로 가해야 한다. 다음에도 이 같은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면 시청자들은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항의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잘못된 게 있다고 느끼면 '할말은 하는' MZ세대의 부상에 따라 이제는 콘텐츠 제작자들도 시청자들의 요구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게 됐다. 이 같은 시청자들의 이의 제기에 잘못 대응했다가는 광고기업이나 출연진의 이미지 하락, 콘텐츠 보이콧 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드라마 업계에서는 제작비 충당을 위해 중국 쪽 투자를 열어놓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그 안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데 해야 하는 여러 선택들이 향후 굉장히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때까지 드라마가 마무리 지어지지 않고 바로 폐지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근본적으로 마치 소비자 운동처럼 벌어지면서 광고주나 협찬사들이 '손절'하는 상황까지 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방송을 이어가는 게 손실 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구마사가 어떤 면에선 앞으로 벌어질 중국과의 글로벌 콘텐츠 시장 안에서 맞이할 문제적 상황들이 또 벌어지지 않도록 예방주사를 놓은 격"이라고 평가했다. |
이데일리
[슈팅스타]'역사왜곡 범벅' 조선구마사 폐지 '촬영분 폐기는?'
역사 왜곡 논란 ‘조선구마사’ 4일 만에 폐지 ‘초유의 사태’
드라마 자문한 역사학자 “우려 표하고 지적까지 했다”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 중단할 것” 누리꾼 ‘촬영물 전량 폐기’ 촉구
해외 네티즌 ‘스트리밍 업로드 요구 청원’ 韓 네티즌 ‘신고 릴레이’
드라마 자문한 역사학자 “우려 표하고 지적까지 했다”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 중단할 것” 누리꾼 ‘촬영물 전량 폐기’ 촉구
해외 네티즌 ‘스트리밍 업로드 요구 청원’ 韓 네티즌 ‘신고 릴레이’
-
등록 2021-03-27 오전 12:01:20
수정 2021-03-27 오전 12:01:20
[이데일리 정시내 기자] 슈팅스타는 한 주간 화제를 모은 인물, 스타를 재조명합니다.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진 지 4일 만에 폐지를 결정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조선구마사는 지난 22일 첫 방송 직후부터 역사를 왜곡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1회에서는 훗날 세종대왕이 되는 충녕(장동윤 분)이 의주 근방의 명나라 국경 부근에서 구마 전문 신부 요한(달시 파켓)과 통역 담당 마르코(서동원)를 접대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이 장면에서 중국 음식인 월병과 피단(오리 알을 석회 등이 함유된 진흙, 왕겨 등에 넣어 삭힌 것) , 중국식 만두, 중국풍 설정으로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충녕대군이 역관에게 무시당하거나 태종(감우성)이 아버지 이성계의 환시를 보다가 백성을 잔혹하게 학살하는 장면까지 등장하면서 조선건국사를 왜곡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
제작진은 드라마 장면 속 중국풍 소품과 음식이 사용된 것에 대해 “특별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누리꾼들 중심으로 제작지원, 광고에 참여한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이에 호관원을 시작으로 LG생활건강, 코지마, 에이스 침대, 반올림 피자, 금성침대, 블랙야크, 등 모든 협찬사가 광고 철회를 선언했다.
광고 지원까지 끊기며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SBS는 24일 “실존 인물과 역사를 다루는 만큼 더욱 세세하게 챙기고 검수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사과했다. 또 다음 주 방송을 결방하고 내용을 재정비하겠다고 전했다.
SBS 사과에도 논란은 이어졌고 결국 방송사 측은 드라마 폐지를 결정했다. SBS는 26일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여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드라마 자문한 역사학자 “우려 표하고 지적까지 했다”
광고 지원까지 끊기며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SBS는 24일 “실존 인물과 역사를 다루는 만큼 더욱 세세하게 챙기고 검수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사과했다. 또 다음 주 방송을 결방하고 내용을 재정비하겠다고 전했다.
SBS 사과에도 논란은 이어졌고 결국 방송사 측은 드라마 폐지를 결정했다. SBS는 26일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여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드라마 자문한 역사학자 “우려 표하고 지적까지 했다”
제작진은 역사학자에게 문제가 될 내용에 대해 지적을 받았음에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구마사의 역사 논란이 불거지자 역사 자문을 한 학자에게 불똥이 튀었다.
이에 대해 이규철 박사는 “역사학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원칙대로 자문했다”며 “현재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했고, 그 외 다른 부분도 다양하게 지적을 했다”고 한 매체에 전했다. 이어 “방영 전 최종 결과물을 볼 수 없었고, 역사자료에 입각한 학자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이 안 돼 아쉬움이 크다”며 “현재는 저도 제작진과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황현필 한국사 강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조선구마사를 집필한 박계옥 작가을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 역사를 깔아뭉개려는 의도 수준이 아니라 중국 역사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작가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방원이 이성계 환영을 보고 백성들의 목을 쳤다. 태종을 ‘폭군’ 취급한 것”이라며 “충녕대군의 등장은 말에서 떨어지고 외국인 신부 심부름하는 어리바리한 인물로 그려졌다. 외국인 신부를 접대하기 위해 찾은 기생집에서 충녕대군을 욕보이는 장면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황 강사는 “조선구마사가 그리는 시기는 중국에도 외국인 신부가 등장하지 않았을 때”라며 “드라마에 등장한 칼도 중국식, OST도 중국 악기, 무녀 옷도 중국식이었으며 조선 대궐은 붉은색으로 도배가 돼 있었다. 21세기 대한민국 사극에서, 그것도 공영 방송의 드라마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 화가 난다. 방영돼선 안 될 드라마다. 누구나 다 함께 분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작사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 중단할 것” 누리꾼 ‘촬영물 전량 폐기’ 촉구
사진=말레이시아 스트리밍 사이트 ‘아이플릭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 누리꾼들은 웨이보를 통해 ‘당시 한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드라마 장면을 옹호하기 시작했다”며 “특히 최근 중국이 한복, 김치, 판소리 등을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고 ‘新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제작진 역시 ‘예민한 시기’라고 언급했듯 이런 시기에는 더 조심했어야 한다. 이미 한국 드라마는 글로벌화가 돼 정말 많은 세계인들이 시청하고 있다. 우리 훌륭한 문화와 역사를 알리기도 시간이 모자란데 왜곡된 역사를 해외 시청자들에게 보여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IT(정보기술)기업 텐센트가 운영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웹사이트인 위티비(WeTV)와 텐센트가 자산 인수한 말레이시아 스트리밍 사이트 아이플릭스에는 조선구마사를 소개하면서 ‘북한이 세워진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드라마’라 적었다. ‘바티칸이 불교 국가인 고려를 대체하기 위해 북한 건국을 지지했다’는 황당한 문구도 있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제작진은 “번역 오류로, 플랫폼에 수정을 요청했다”고 해명한 후 “악령에 대한 판타지 드라마”라는 설명으로 수정했다.
누리꾼즌들은 드라마 폐지 발표 후 촬영분을 전량 폐기하라고 목소리를 냈다. 26일 SBS 상암동 사옥에서는 이와 관련한 트럭시위가 진행되기도 했다.
결국 제작사는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해외 판권 계약 건은 계약 해지 수순을 밟고 있다”며 “서비스 중이던 모든 해외 스트리밍은 이미 내렸거나 금일 중 모두 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 국제청원 사이트인 ‘체인지닷오아르지’에는 조선구마사를 글로벌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인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에 한국네티즌들은 업로드를 요청하는 해외 팬의 청원을 명예훼손으로 신고하는 방법을 공유하며 또 한 번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누리꾼들은 “남의 나라 역사에 말 얹지 마라. 너희 역사도 왜곡되어봐라”, “넷플릭스에서 ‘킹덤’이나 봐”, “이래서 촬영분 전량 폐기처분 해야 한다. 스트리밍 될 여지를 주면 안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