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 작가·한국사 폄훼...'조선구마사'의 이유 있는 폐지 [이슈 1인치]
입력 2021.03.26 11:16수정 2021.03.26 11:16
태종의 없는 학살 만들어내고 세종의 패륜 대사 집어넣어
구하기도, 만들기도 어려운 중국식 소품과 세트 활용
박계옥 작가 꾸준히 '한국사 폄훼' 논란..소속사도 중국계
[파이낸셜뉴스] 역사왜곡 논란을 일으킨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방송 2회 만에 폐지가 결정됐다.
그동안 많은 사극들은 고증 오류, 역사성 등에 대한 논란을 불러 일으켜 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방송 폐지와 해외 송출 반대 시위까지 일어나진 않았다. 대체 '조선구마사'에는 무슨 일이 있는 걸까.
■태종의 학살과 세종의 패륜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판타지 드라마이다. 그러나 실재 했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태종과 세종대왕 등 실재 했던 인물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묘사가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 싶을 정도로 왜곡됐다. 때문에 본 기사에서는 '판타지' 드라마가 갖는 설정에 대한 논란은 담지 않는다.
우선 태종이 양민을 학살하는 장면이 나온다. 태종에 대한 대중적 이미지는 '숙청'과 '철혈 군주' 이미지가 강하다. 이 때문에 네티즌들은 '킬방원(Kill+이방원)'이라는 별명도 붙여줬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는 권신과 외척들만 숙청 했을 뿐, 백성들에겐 관대한 임금이다. 그런데 드라마에선 그가 백성들을 숙청한 것으로 사실을 왜곡했다.
심지어 백성들을 숙청한 지역은 자신의 고향인 함주(함흥)이다. 함흥은 태종의 고조부, 태조 이성계의 증조부 때부터 이성계 일가가 살아온 터전이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존경 받는 왕인 세종대왕도 왜곡의 피해를 입었다. 드라마에서 충녕대군(훗날 세종)은 서역에서 온 사제에게 “6대조인 목조께서도 기생 때문에 삼척으로 야반도주를 하셨던 분인데 그 피가 어디 가겠냐”는 대사를 한다.
이 대사에 대한 역사적 근거도 없을 뿐더러, 충과 효를 국가의 통치 이념으로 하는 유교 국가였던 조선에서, 일국의 왕자가 조상을 욕보이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의 패륜에 가깝다.
■굳이 중국식 소품을?
국내 사극에서 나오는 고증 오류는 대부분 '시대 오류'에서 나온다. 고대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드라마인데 조선시대 복장을 하고 있는 인물처럼 말이다.
그런데 조선구마사에서는 중국식 소품과 세트가 눈에 띈다. 국내 사극 제작 환경에서 오히려 찾기 어려운데도 말이다.
드라마에 태종의 큰 아들인 양녕대군은 환도 대신, 중국식 검을 휘두른다. 조선의 세자였던 양녕대군의 손에 굳이 중국식 검을 들게 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방패도 극중 정체불명의 판타지 방패를 사용한다. 그러나 조선에서는 모양이 둥근 모양인 원방패와 장방형인 장방패를 사용했다.
무녀들이 입는 옷은 대부분 천녀유혼, 고장극 등 중화권 사극 영상 매체를 그대로 표절한 듯한 인상을 준다. 당시 조선에서 일반인들은 하얀 옷을 입더라도 무당들은 화려한 색상의 무복을 입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반대로 묘사했다.
세트와 음식도 문제다. 충녕대군이 서역에서 온 신부 등을 접대한 장면에서 중국식 인테리어가 등장한다. 먼저 기생집이 전형적인 중국식 가옥이다. 또한 조선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의자에 앉아서 식사하는 입식으로 묘사된다. 식탁에는 월병, 중국술, 중국식 만두가 차려져 있다.
기사에서 다룬 고증 오류는 일부에 불과하다. 다만 '의도'를 의심케 하는 주요한 오류만을 담았다.
■작가마저 중국과 연관?
조선구마사의 작가는 박계옥씨다. 직전 작품인 '철인왕후'에서도 조선왕조실록 폄훼 등 역사 왜곡 논란이 있었다. 심지어 철인왕후의 원작인 중국 웹드라마 '태자비승직기'의 작가도 혐한 논란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박씨는 철인왕후 종영 이후 중국계 제작사인 쟈핑픽처스와 계약을 맺었다. 쟈핑픽쳐스는 중국 정부의 국영지 인민일보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쟈핑픽쳐스의 이사이자 쟈핑코리아의 안은주 대표는 인민일보 한국대표처 이사로 알려져 있다.
안씨는 이름과 달리 중국 하얼빈에서 태어나고 자란 중국인이다. 심지어 안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중국어 교육사이트에서 훈민정음은 중국어를 정확히 표기하기 위해 옛날 한자를 베껴서 창제했다는 발언을 했다고 밝혀졌다.
작가 박씨에게는 '중국 조선족' 출신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다만 드라마 제작사 측에서 "조선족이라는 관련 루머는 절대 사실이 아니고 말도 안 되는 억지이다. 조선족은 물론 중국계도 아니며 중국에 살지도 않고 그곳에 친척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네티즌들은 "제작사 측의 해명을 못 믿겠다", "귀화한 조선족이 아니냐"는 의혹을 여전히 제기하고 있다.
■판타지에 왜 국뽕? 판타지도 극찬 받을 수 있다
'병든 왕을 둘러싸고 흉흉한 소문이 떠돈다. 어둠에 뒤덮인 조선, 기이한 역병에 신음하는 산하. 정체 모를 악에 맞서 백성을 구원할 희망은 오직 세자뿐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은 좀비가 나오는 '판타지' 드라마이다.
그럼에도 국내외에서 작품성과 역사성 모두 극찬을 받았다.
드라마 킹덤을 쓴 김은희 작가는 킹덤을 쓰면서 대동여지도를 보며 준비했다고 전해진다. 김은희 작가의 남편인 장항준 감독은 한 방송에서 "'킹덤' 속에 나오는 마을은 전부 가상이지만, 마음 속엔 여기가 상주라고 생각하면서 당시 지형을 공부한 것 같다"며 "실제 작품 속에 나오지는 않더라도 등장인물의 경로를 자세히 파악하기 위한 작업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킹덤에서도 갑옷 고증에 문제가 많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갓, 융복, 환도 차는 법 등을 제대로 재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를 접한 외국인들이 조선의 전통적인 갓에 대해 신기해 하며, 한국의 전통문화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사건과 인물, 이슈 등에 대해 '딱 1인치'만 더 깊게 파고드는 기사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많은 악플과 격려 바랍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일요신문
[일요신문] 역사왜곡으로 여론의 공분을 샀던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방영 2회 만에 폐지된다. 그러나 제작사 측에서 촬영분을 폐기할지 아니면 해외 등 또 다른 플랫폼을 찾아나설지는 미지수다.
6일 SBS는 ‘조선구마사’의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SBS 제공
26일 SBS는 ‘조선구마사’의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선구마사’는 방송 첫날부터 역사왜곡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실존인물인 태종이 환영을 보고 무고한 백성들을 학살하거나, 충녕대군이 서양인 사제와 통역사에게 반말을 듣고 병풍처럼 서 있는 등 사실과 다른 모습을 넣어 왕을 모욕하는 것은 물론, 한복과 인테리어 등 화면 곳곳에서 조선의 것이 아닌 중국의 소품이 비친 까닭이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 제기, 광고기업 항의 등 시청자들의 집단적인 움직임이 이어졌고 광고주들은 잇따라 광고 중단을 선언했다. 들끓는 여론에 놀란 제작사와 SBS가 24일 실수를 인정하고 재정비 후 다시 방송을 하겠다고 사과했으나 공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25일 밤에는 ‘조선구마사’ 박계옥 작가와 집필 계약을 맺은 관계였던 쟈핑코리아도 수습에 나섰다. 쟈핑코리아는 박 작가는 소속 아티스트가 아니며 향후 기획하고 있는 현대극에 대한 ‘집필만을 단건으로 계약’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계옥 작가와의 집필 계약을 전면으로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결국 SBS는 26일 오전 공식 입장을 통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여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본 드라마의 방영권료 대부분을 이미 선지급한 상황이고, 제작사는 80% 촬영을 마친 상황이지만 방송사와 제작사의 경제적 손실과 편성 공백 등이 우려 되는 상황이지만, SBS는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방송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판권을 가지고 있는 제작사의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현재 ‘조선구마사’의 촬영은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제작사가 촬영분 전량을 폐기할지, 혹은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OTT(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플랫폼을 찾을지는 알 수 없다.
실제로 해외 OTT 플랫폼 라쿠텐Viki에서는 25일 기준으로 ‘조선구마사’ 시청이 가능하다. 한 누리꾼은 “해외에 살고 있는데 Viki에서 ‘only Viki’라는 카테고리에서 ‘조선구마사’ 시청이 가능하며 10일뒤에는 3회가 업로드 된다고 나온다”고 말했다.
‘조선구마사’의 제작사는 YG스튜디오플렉스·크레이브웍스·롯데컬쳐웍스로 이 가운데 롯데컬처웍스는 ‘조선구마사’의 공동제작 및 부분투자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이하는 SBS 공식입장 전문.
‘조선구마사’에 대한 SBS 입장을 밝힙니다.
SBS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여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SBS는 본 드라마의 방영권료 대부분을 이미 선지급한 상황이고, 제작사는 80% 촬영을 마친 상황입니다.
이로 인한 방송사와 제작사의 경제적 손실과 편성 공백 등이 우려 되는 상황이지만, SBS는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방송 취소를 결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