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조선구마사’ 역사왜곡 논란에...등돌리는 광고주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아직 방영한 지 2회밖에 안된 한 지상파 드라마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SBS 월화 드라마 <조선구마사>를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거세지자 광고주들이 잇달아 ‘손절’에 나서고 있다. 장소 지원 등을 약속했던 지자체도 계약 철회 행렬에 동참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SBS에서 방영 중인 판타지사극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주요 광고주들이 광고 계약을 잇달아 철회하고 있다.
드라마 방영 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삼성전자, KT, 쌍방울, 호관원 프리미엄, LG생활건강, 탐나종합어시장, 금성침대, 아이엘사이언스, 반올림식품, 코지마, 에이스침대, 뉴온, 광동 비타500 등이 해당 드라마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CJ제일제당도 다음주에 방영될 3화부터 광고를 중단할 계획이며 전남 나주시도 영상테마파크 장소 지원 계약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일부 네티즌들은 <조선구마사> 드라마 제작지원사, 광고주 목록을 적은 메모 파일을 공유하면서 ‘광고 철회 요구’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날 오전 <조선구마사> 광고 철회를 결정한 A기업 관계자는 “현재 SNS상에서 해당 논란이 거세지면서 드라마 제작지원, 광고사 목록들이 캡처로 떠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역사왜곡 관련) 이슈 사항을 인지했으며 이에 따라 광고 철회를 결정하게 되었다”고 했다. 광고 중단 및 철회를 발표한 기업들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추가로 광고 철회에 동참하는 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2일 첫화가 방영된 <조선구마사>는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악령’과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 이들에 맞서는 인간들의 혈투를 그린 한국형 엑소시즘 판타지사극을 표방한다. <조선구마사>는 배우 감우성이 <근초고왕> 이후 10년만에 선택한 사극이라는 점, <조선로코-녹두전> 등을 통해 새로운 매력을 보여준 장동윤의 주연작이라는 점 등에서 주목을 모으기도 했다.
지난 17일 SBSNOW채널을 통해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신경수 PD는 “생시라고 불리는 괴물을 부리는 존재가 있고, 이에 맞서는 혈투를 펼치는 태종, 양녕, 충녕을 비롯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며 “기생 생시, 생시 며느리 등 다양한 종류의 크리처가 나올 것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을 공격한다는 점이 <킹덤>과는 다른 부분이 될 것 같다. 또 저희는 육체를 넘어선 마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이 드라마가 문제가 된 지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드라마의 장면, 스토리 자체에서 드러나는 역사 왜곡 논란이다. <조선구마사> 1회엔 충녕대군이 서양인 신부를 기생집으로 초대해 접대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상 위로 쌓여있는 음식 가운데 중국식 과자인 월병과 중국식 오리 요리 등이 등장한 것이다. 문제는 음식 차림 뿐이 아니었다. 풀샷으로 잡힌 기생집 내부 인테리어나 격자창 등의 디자인 역시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중드(중국 드라마)’를 연상시킬 정도였다는 지적이다. 이와 별개로 충녕대군이 목조(이성계의 고조부)에 대해 “기생 때문에 삼척으로 야반도주하셨던 분”이라고 하는 등의 대사가 조선 왕가에 대한 ‘셀프 디스’라는 지적도 나왔다.
<조선구마사> 제작진은 이에 대해 “셋째 왕자인 충녕대군이 세자인 양녕대군 대신 중국 국경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 서역의 구마 사제를 데려와야 했던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의주 근방(명나라 국경)’라는 장소를 설정하였고, 자막 처리했다”면서 “명나라 국경에 가까운 지역이다 보니 ‘중국인의 왕래가 잦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을 가미하여 소품을 준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조선구마사> 박계옥 작가와 관련된 전적 등도 문제 제기 됐다. 네티즌들은 그가 최근 중국 대형 콘텐츠 제작회사인 ‘항저우쟈핑픽처스’와 집필 계약을 체결한 점, 과거 <리틀차이나>를 집필하려다 무산된 점 등에서 그가 ‘친중국’ 성향을 지녔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박 작가가 앞서 집필한 tvN <철인황후>(2020)의 중국 웹소설 <태자비승직기> 원작자가 ‘빵즈’(고려인을 비하하는 멸칭)라는 표현을 쓰는 등 혐한 성향을 보였던 인물이었던 점도 함께 도마에 올랐다.
한편 이날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조선구마사‘ 역사왜곡 논란의 파장이 매우 크다”며 “중국의 네티즌들은 웨이보를 통해 ‘당시 한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드라마 장면을 옹호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중국이 복, 김치, 판소리 등을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新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며 “제작진 역시 입장문에서 ‘예민한 시기’라고 언급했듯이, 이러한 시기에는 더 조심했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엔 송중기가 출연한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 8화에서도 중국식 레토르트 비빔밥 제품 간접광고가 삽입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중국식 레토르트 제품 자체가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들어 어색한 PPL이었을 뿐 아니라 해당 드라마는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전 세계로 서비스되고 있는데, 외국인들로 하여금 우리나라 비빔밥이 중국 음식인 것으로 오해를 사게 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었다.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tvN 드라마 <여신강림>도 버스 정류장 등 한국의 일상적인 배경에 중국어로 된 중국 기업 광고가 등장하는 등 과도한 중국 PPL로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지난 23일 방영된 <조선구마사> 2화는 1회 시청률(8.9%·닐슨코리아 집계 기준)보다 2%포인트 하락한 6.9%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