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에 손내민 KT…자체 콘텐츠로 SKT·CJ ENM과 맞짱
생존 경쟁 돌입한 OTT
공룡 넷플릭스등 총공세에
미디어 플랫폼 영역 파괴돼
KT, 전문 스튜디오 총동원
티빙은 네이버와 결합상품
유통사 쿠팡, 스포츠 중계
작년 국내 OTT 1.5배 성장
올해 시장규모 1조돌파할듯
◆ 격동의 OTT시장 ◆
23일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건물에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가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 공개를 알리는 대형 광고가 올라왔다. [한주형 기자]
넷플릭스 공습에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전장(戰場)이 콘텐츠 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기존 방송사나 왓챠와 같은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이 해외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5세대(5G) 네트워크를 앞세운 통신사들까지 뛰어드는 양상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콘텐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고 여기에 쿠팡과 같은 유통 공룡까지 가세했다. 좋은 콘텐츠로 시청자를 잡으면 플랫폼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콘텐츠 시장에 뛰어든 또 다른 배경은 넷플릭스라는 `변종`의 등장이다. 그동안 국내 콘텐츠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는 각자 영역에서 사업을 해왔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무기로 가입자를 흡수하고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시장 빅뱅을 일으킨 것이다.
최근 1~2년간 OTT 시장 환경이 급변한 것도 한몫한다. 코로나19로 `집콕`이 길어지면서 OTT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OTT 시장은 지난해 7801억원 규모로 2018년(5136억원)보다 1.5배 이상 커졌다. 올해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애플TV+,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과 같은 글로벌 공룡들의 무차별 공세가 예고되면서 경쟁은 훨씬 더 치열해졌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시청자들이 넷플릭스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최근 넷플릭스 시청 인구가 1100만명을 돌파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이제 사람들은 넷플릭스로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한 `승리호`를 관람하고 주말이면 `킹덤`과 `스위트홈` 등 한국 드라마를 정주행한다. 2~3년 전만 해도 콘텐츠 마니아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는 수단으로 여겨졌던 넷플릭스가 한국인 일상에 깊이 파고든 것이다. 넷플릭스의 시장 점유율은 40%대에 육박한다. 반면 한국 OTT 이용자 수는 595만9726명으로 작년 1월(597만 6838명)보다 줄어들었다.
한국 시장의 성과에 고무된 넷플릭스는 투자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국내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K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며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도 생존을 위한 반격에 나서고 있다. KT는 올해 신설한 콘텐츠 전문기업 KT스튜디오 지니를 필두로 그룹 미디어 플랫폼을 총동원해 콘텐츠 제작에 나서기로 했다. 1300만명의 고객에게서 나오는 연간 7000억개 미디어 빅데이터를 분석해 콘텐츠 흥행 예측 모델을 구축했다. 이를 콘텐츠 기획·제작과 플랫폼 선정에 활용한다.
콘텐츠 수익뿐 아니라 KT의 미디어플랫폼, 지식재산권(IP) 자산까지 제작사와 다른 플랫폼 기업과 공유하는 개방형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런 전략 효과로 글로벌 미디어 기업 중에서도 디즈니와 손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사장)은 "디즈니 측과 협력 모델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KT는 디즈니뿐 아니라 아마존 등 해외 기업들의 콘텐츠를 올레tv 등 자사 미디어 플랫폼에 즉각 태우기 위한 기술 투자를 마쳤다.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이 넷플릭스와 3년간 제휴를 맺은 것처럼, 단순히 디즈니플러스를 KT의 인터넷TV를 통해 서비스할 뿐 아니라, KT의 콘텐츠를 디즈니 플랫폼에 태워서 전 세계에 스트리밍하거나 공동 제작 등을 추진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KT의 첫 작품은 올해 3분기 내 공개될 예정이다. 500억원 규모의 `텐트폴(대작)`을 포함해 향후 3년간 100개 이상의 드라마를 제작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KT가 5000억원 상당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에만 국내 콘텐츠에 5억달러(약 5500억원) 를 쏟아붓겠다는 넷플릭스에는 못미치지만 2023년까지 투자계획을 내놓은 SK텔레콤(3000억원)과 CJ ENM(4000억원)보다 많다.
티빙을 운영하는 CJ ENM은 지난 4일 네이버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네이버플러스`와 손을 잡았다. 이는 월 4900원의 이용료를 내면 네이버쇼핑 결제금액 최대 5%를 페이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 이용자들의 콘텐츠 혜택에 티빙 무제한 이용권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약 250만명에 달하는 네이버플러스 이용자들도 티빙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0월 CJ ENM과 네이버가 포괄적 협력을 위한 지분 맞교환 합의 이후 첫 협업 사례가 OTT 분야에서 나온 셈이다. CJ ENM 관계자는 "CJ가 잘할 수 있는 드라마와 예능 등 K콘텐츠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손잡고 만든 웨이브는 SK텔레콤이 2019년 카카오와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한 이후 협력 사례로서 카카오TV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늘려가는 추세다. 11번가를 통해 아마존 서비스가 시작되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서비스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왓챠는 지난해 오프라인 영화업계에서 국내 1위 사업자인 CJ CGV와 손잡았고, 올 2분기 안에는 딜라이브의 OTT 박스에 탑재해 왓챠를 즐길 수 있는 기기 확장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왓챠 관계자는 "영화 등 콘텐츠 라인업을 확대해가는 것은 물론이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기획 및 제작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넷플릭스가 자금 동원력은 물론 국내외 다양한 IP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동안 우위에 있을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시장 판도를 바꾸기 위해 오리지널 라인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시장 경쟁이 상당히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 이용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