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 서혜진 PD “시청자가 다 옳다, 이 치열한 지옥이 즐겁다”
[아무튼, 주말]
[김윤덕 기자의 사람人]
’미스트롯'부터 ‘우리이혼했어요’까지 TV 예능 혁명 이끈 서혜진 PD
파죽지세. 적수가 없다. 내일은 미스트롯 1·2, 미스터트롯, 아내의 맛, 연애의 맛, 뽕숭아학당, 사랑의 콜센타, 우리 이혼했어요, 결혼작사 이혼작곡 등 서혜진(51)이 기획한 TV조선 예능과 드라마가 월화수목금토일을 질주한다. 인기만큼 논란과 시비가 들끓지만 그는 “시청자가 다 옳다. 그들이 진리”라고 했다. 욕이든 칭찬이든 새벽부터 댓글 읽는 재미에 산다. “우리가 파생시킨 이야기니까. 그만큼 방송이 재미있단 증거니까.” 신나면 물개 박수 하며 자지러지게 웃고, 화나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이 ‘독한’ PD는 “치열한 이 지옥이 즐겁다. 행복하다”며 파안대소했다.
스스로 “늘 하이퍼(흥분한) 상태, 소시오패스에 가까운 성격”이라고 농담하지만, 그는 치밀한 전략가이자 야심가다. “우리는 프로그램 단건으로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해하지 않는다.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플랫폼, 거기서 태어난 스타와 팬덤을 끊임없이 소통시키며 윈윈 하는 시스템을 만든다.” 모두가 ’2549 시청률'에 매달릴 때 그는 트로트 오디션으로 ’5070 시장'이라는 신대륙을 발견했다. 모두가 톱스타 섭외에 목맬 때 무명의 바다에서 새 얼굴을 찾아내 연예계 판도를 바꿨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 뉴미디어까지 전쟁을 방불케 하는 대한민국 방송판에서 ‘서혜진 파헤치기’가 뜨거운 이유다.
◇나영석이 나를 알까? 하하하!
-명실공히 서혜진 시대다. 시청률로는 김태호도, 나영석도 적수가 못 된다.
“에고, 적수는 무슨. 난 SBS에서 교양 프로 만들다 예능으로 넘어간 사람이고, 김태호 나영석이 ‘무한도전’(MBC)과 ‘1박2일’(KBS)로 최고 인기 끌 때 난 ‘스타킹’(SBS)으로 만년 2등 하던 PD였다. 왜 우리한텐 코어 팬이 안 붙을까, 그들이 국민 예능, 대표 예능이면 우린 찌꺼기 예능인가, 이러면서 괴로워했다.”
-상황이 역전돼 통쾌하겠다.
“어우, 통쾌하지, 속이 시원하지, 하하! (미스터트롯으로) 35.7% 찍었으니까. 방송 역사상 오디션 프로가 30% 이상 나온 적 없다.”
-나영석은 죽었다 깨도 서혜진표 예능은 못 만든다?
“나영석이 알까, 나를? 관심도 없을 텐데, 하하! 우리가 카메라 서너 대 가지고 촬영할 때 김태호는 50대 가지고 리얼 버라이어티를 만든 선구적 인물이다. 나영석은 아주 심심한 일상을 재미있게 만드는 데 독보적인 사람이고. 결국은 자기 색깔로 만들어가는 거다.”
-평일 밤 10시 이후는 서혜진이 장악해, 다른 방송사들이 새 프로를 넣으려고 하지 않는다더라.
“뭘 갖다 붙여도 안 되니까. 오죽하면 (나한테) 남자를 갖다 붙여야 한다는 얘기도 있단다. 고꾸라지길 바라면서, 하하!”
-어떤 평론가는 서혜진 예능을 ‘강력한 마라 맛’이라고 표현했다.
“고정관념이 센 남자의 편견이 들어간 표현이다. 내 프로를 ‘막장’이란 뉘앙스로 폄하하고 싶었겠지. 내가 헤쳐나가는 콘텐츠의 힘을 그렇게밖에 표현을 못 하는구나 싶더라. 남들보다 강렬하게 연출하고 편집하는 건 사실이다. 그 시간만큼은 시청자들이 몰입하게 해줘야 하니까. 특히 오디션 프로는 두 시간 반을 잔뜩 흥분된 상태를 유지하며 시청자들이 끝을 보겠다는 열망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 ‘아내의 맛’ ‘우리 이혼했어요’ 등 모든 프로가 마찬가지다. 이야기에 훅 빠져들게 편집해야지 밍밍하면 안 본다.”
-서혜진이 교양 PD였다는 게 상상이 안 된다.
“그래서 ‘쇼양'하다 예능으로 옮겼다. 밴드의 드럼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막 뛴다. 일상이 늘 흥분 상태라니까. 다큐멘터리 만들다 우울증 걸릴 뻔했다, 하하!”
-어느 인터뷰에서 ‘나는 시청률이 1%밖에 안 나왔는데도 만족하는 아티스트가 아니다’고 했다.
“방송을 재미없게 만드는 건 직무유기다. 자막 한 줄도 무성의하게 쓰면 안 된다. 시청률이 안 나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시청자들 수준이 낮아서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시청자는 다 옳다. 그분들이 진리다. 시청률 2~3% 찍고 ‘난 우아한 프로를 만들었어' 자부하는 사람이 제일 이해가 안 된다. ‘당신이 못 만들어서 그런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다.”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건방지다고, 재수없다고 다들 싫어하긴 한다, 하하하!”
-늘 그렇게 크게 웃나. 손뼉도 치면서.
“SBS에서 ‘웃찾사’ 조연출 할 때 누가 나더러 방청객 동원 업체 사장 하면 성공하겠다고 하더라. 웃찾사 개그맨들도 날 좋아했다. 대본 거지같이 짜 와도 내가 앞에서 막 웃어주니까. 근데 나는 많이 웃는 팀이 일도 잘한다고 생각한다.”
◇지상파였으면 ‘미스트롯’ 못 만들었다
1997년 SBS에 입사한 서혜진은 ‘놀라운 대회 스타킹’으로 히트하면서 주목받았다. 톱스타 고현정과 ‘GO쇼’를 만들어 화제를 모았고 ‘도전1000곡’ ‘동상이몽’ 등을 연출하다 2018년 TV조선으로 옮겼다. “재미엔 좌우가 없다”고 외치는 천생 예능 PD지만, 이화여대 사회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지성’이다. 석사 논문 주제는 다단계 마케팅, 박사는 조직의 창의력이었다.
-예능 프로 만들면서 박사 논문도 썼더라.
“‘동상이몽' 시즌1을 마칠 무렵 직장에 대한 회의가 있었다. 오십 대까지 현장을 뛰어야 하는데 날 별로 안 좋아하는 선배가 높은 사람이 돼 내겐 프로를 안 줄 것 같더라. 그래서 나가야겠다, 겸임교수 자리라도 얻어 먹고살아야겠다 싶어 학위에 도전했다. 근데 선배가 기회를 주더라고, 하하!”
-공부도 적성에 맞았나 보다.
“사회학이 맞았다. 조직과 경영에 관심이 많았다. SBS 들어가기 전 잠시 마케팅 리서치 업체에서 일했는데, 어느 분야나 돈을 잘 부려야 성공한다는 걸 그때 배웠다. 이상만 조ㅊ다가 현실을 깨쳤다.”
-TV조선으로 옮겼다. 보수 색채 강하고 노년 시청자 많은 채널이 부담스럽지 않았나?
“예능 PD는 포 뜨듯이 가볍게 파바바박 가야 한다. 옮긴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걱정하는 사람 많았지. 네가 하고 싶은 프로를 조금도 못 할 거라면서. 근데 TV조선으로 와서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하고 있다.”
-TV조선이 전권을 준 건가?
“조직의 유연성. 지상파는 조직이 워낙 크니 어떤 아이디어를 관철하는 데 시간이 무지 오래 걸린다. 화끈한 아이템이 안테나에 잡혔는데, 지상파에선 각 부서와 팀별 이해관계, 편성 문제 등등 얽히고설킨 이슈들로 실행하기 어렵다. 근데 TV조선으로 오니 할 일이 태산이더라. 당장 내일 방송에 걸 프로가 부족하니 완전 신이 났지. 내가 하고 싶었던 프로를 원 없이 만들었다.”
-만드는 족족 히트했다. 그런 ‘촉'은 어떻게 얻나.
“촉 같은 건 없다. 보이면 바로 한다. 안되면 빨리 접고. ‘미스트롯’도 앞서 기획하던 프로가 엎어져서 아이디어 나오자마자 바로 돌진한 거다. SBS였으면 시작도 못 했을 거다.”
-트로트 오디션을 통해 5070이라는 거대 시장을 개척했다.
“종일 TV를 켜놓는 자영업자들, 목소리만 듣고도 그 연예인의 컨디션을 귀신같이 파악하는 50~60대 여성 시청자들을 겨냥한 게 주효했다. 그들은 TV 고수들이라 맨날 보던 건 싫어한다. 그들이 신선하게, 쇼킹하게, 혹하게 느낄 프로들을 만들어야 했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이 그걸 해낸 거다.”
-방송계는 여전히 25~49세 시청률을 목숨처럼 여기지 않나.
“2549 연령대가 문화 소비의 주체라고 여겼으니까. 하지만 트로트 오디션을 해보니 5070은 언제나 돈을 뿌릴 준비가 돼 있는 소비자들이었다. 그들이 즐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없었을 뿐이다. 나는 시청률이 대박 난 것보다 이 시장을 발굴한 데에 더 큰 자부심을 느낀다. 가히 코페르니쿠스적인 발견 아닌가? 하하!”
-스타들 섭외가 제일 어려울 것 같다.
“TV조선 이미지 때문에 섭외가 어려웠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스타가 없어도 프로를 잘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으로 새로운 스타와 콘텐츠를 만들어 우리만의 유니버스(우주)를 창조했다. 거기서 탄생한 스타들이 ‘뽕숭아학당’ 같은 버라이어티를 만들고 쇼트폼을 하고 관찰 예능에 도전한다. 스타와 콘텐츠와 팬덤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데 나의 과도한 자신감이 있다.”
-천하의 서혜진도 시청률과 악플에 스트레스를 받나.
“프로그램 한두 개 할 때는 일희일비했는데 프로가 넷, 다섯으로 늘어나니 고통이 분산되더라. 그래서 더 많이 만들려고 한다, 하하! 악플은 괴롭지만 욕도 칭찬도 다 재미있다. 며칠 전 방송계를 떠난 선배가 전화해서 묻더라. ‘얼마나 행복하니? 그 치열한 지옥이 얼마나 즐겁니?’”
◇공정에 대한 열망, 이렇게 뜨거울 줄 몰랐다
‘즐거운 지옥’에서 산다는 서혜진에게 ‘미스트롯2’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물었다.
-대국민 응원 투표 1위를 달리던 전유진을 떨어뜨린 데에 분노한 팬이 많았다.
“메들리 팀 미션에서 전유진이 속한 ‘미스유랑단’은 3위를 했다. 3위 그룹에선 5명 중 3명만 다음 경연에 갈 수 있다. 윤태화와 양지은은 합격권이고, 김태연 전유진 중 골라야 했다. 사실 유진이가 태연이보다 보여준 게 없었다. 계속 추가 합격으로 올라온 상태였다. 뭣보다 태연이가 ‘범 내려온다’를 독보적으로 불러 마스터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 대국민 응원 투표 1위를 떨어뜨리는 건 제작진으로서도 엄청난 리스크다. 하지만 마스터들 의견을 존중해야 했다. 팬들의 실망은 이해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게 절대선은 아니란 걸 말씀드리고 싶다.”
-제작진이 홍지윤을 밀었다는 ‘음모론’도 있다.
“마스터들은 스타성을 중시한다. 아이돌로 오랜 기간 훈련받은 데다 실력과 미모를 겸비했으니 주목받은 건 당연하다. 오히려 마스터 점수는 김태연이 제일 높았는데 그것도 우리가 밀어서였을까. 미스터트롯 때도 임영웅이 원픽이니 장민호가 원픽이니 하며 공격받았는데 이 또한 오디션의 다이내믹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진달래가 학교 폭력 이슈로 하차하는 모습을 그대로 방송할 필요가 있었을까?
“위기일수록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인생 최대 위기였던 미스터트롯 결승 때처럼. 결국 드라마가 됐다.”
-양지은의 반전은 너무 드라마틱해서 논란이 됐다.
“학폭 터진 다음 날 아침 일찍 마스터 10명에게 전화를 돌렸다. 모두 양지은을 선택하더라. 일종의 패자부활로 올라온 양지은이 결승에서 70만표나 얻을 줄 누가 알았겠나. 아, 이게 오디션이구나, 이렇게 소용돌이치며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는 게 오디션의 매력이구나, 했다.”
-심사위원 무용론도 나왔다. 국민 투표 비중을 줄일 생각은 없나.
“공정성에 대한 시청자들의 어마어마한 열망을 느꼈다. 우리 사회에 공정한 데가 별로 없으니 시청자들이 미스트롯 진만큼은 자기 손으로 직접 뽑아야 한다 생각한 거다. 거기서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 있다면 그 길을 더 활짝 열어드리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
-지상파까지 트로트 아류가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오리지널의 힘’을 앞세워 제압했다. 힘의 정체는 뭘까?
“마스터들과 제작진의 합? 마스터들의 권위와 냉정한 평가, 24시간 후보들과 함께하며 이야기를 만들어나간 작가들, 마지막 한 컷까지 편집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치열한 노력이 시너지를 냈다고 본다.”
-박선주를 마스터로 영입한 건 신의 한 수였다.
“마스터는 자기 색깔을 분명히 내야 한다. 시청자들한테 욕먹으면 중간에 흔들리고 칭찬만 늘어놓는데, 박선주는 뚝심 있게 밀어붙이더라. 나와 동갑인데 어쩜 저렇게 매력적일까, 싶은 여자다.”
-편집의 힘이 압도적이었지만, 그 때문에 진상 조사위까지 등장했다.
“우리는 스포츠 프로나 다큐를 만드는 게 아니다. 재미난 예능을 만드는 게 지상 최대 과제다. 98%를 버리고 2%만 남기는 편집이 예능의 생명이다. 시청률 30%의 무게에 따르는 막중한 책임이라고 받아들인다.”
-트로트 과잉이란 비판도 나온다.
“콘텐츠를 선택하는 건 시청자와 자본이다. 언론이 과잉이라고 비판한대서 사라지지 않는다. 시장과 시청자가 훨씬 냉정하다. 재미 없으면 안 본다. 그래서 우린 플랫폼을 만든다. 오디션 이후 무엇을 레벨 업 해서 사업 구조를 짜고 팬들에게 서비스할지 고심하고 또 고심한다.”
◇리히터, 그리고 노윤이란 이름의 강적
‘나는 어떤 목표도 체계도 경향도 추구하지 않으며 어떤 강령도 스타일도 방향도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일관성이 없고 충성심도 없으며 수동적이다. 무규정적-무제약적인 것을, 그리고 끝없는 불확실성을 좋아한다.’
서혜진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적힌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글이다. 그는 “리히터를 만났다면 사랑에 빠졌을 것”이라고 했다. “‘수동적이다’라는 부분만 빼고 딱 내가 추구하는 삶이다. 엉망진창 시궁창이 돼도 예측할 수 없고, 불확실해서 더 스릴 있는 삶!”
이런 서혜진의 오늘을 가능케 한 또 다른 주역은 동갑내기 작가 노윤이다. ‘스타킹’부터 ‘미스터트롯’까지 서혜진과 콤비를 이뤄 히트작을 냈다. 미스트롯 출전자들에게 빨간 옷을 입힌 것도, 정동원의 ‘이 풍진 세상~’으로 전 국민 눈시울을 적신 것도 노윤이다. 서혜진은 “노윤이 8을 만들고 나는 2만 기여한다”고 했다.
-둘의 인연은 언제부턴가.
“SBS 조연출 시절이다. 옆 팀 작가였는데 둘 다 일찍 출근하다 보니 자연스레 친해졌다. 그때 내가 임신 중이어서 엄마가 매일 아침 김밥을 싸주셨는데 노윤과 그 김밥을 나눠 먹으며 서로의 아이디어를 품평해줬다.”
-노윤도 교양 작가로 출발했더라.
“‘VJ특공대' 같은 교양을 오래 했다. 나와 ‘스타킹’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예능을 시작했는데 내가 엄청 구박했지. 내가 새디스트 기질이 있어서 막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는데 노윤이 거기서 살아남은 거다. 지금은 상황이 역전돼 내가 무릎 꿇고 빈다. 제발 우리 프로 해달라고.”
-호흡이 잘 맞나 보다.
“서울 토박이인 나와 달리, 전남 나주가 고향인 노윤은 시골의 순박한 정서를 갖고 있어 대중의 감성을 뭉클하게 파고드는 법을 안다. 나한테 유일하게 쓴소리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미스트롯 처음 만들 땐 새벽 두 시에도 문자 보내고 자료 올리면서 그녀를 들들 볶았는데, 요즘은 안 보낸다고, 해이해졌다고 날 혼낸다. 미스터트롯 결승때 문자투표 집계가 안돼 나의 뇌가 멈춰섰을 때도 ‘정신 바짝 차리라'고 호통치며 붙잡아준 것도 노윤이다.”
-서혜진은 선을 넘는 PD다. ‘우리 이혼했어요’ 같은 프로는 파격이었다.
“금기를 깨고 싶다. 한국 사회는 고정관념이 너무 심하다. 남들에게 공자님처럼 살라고 강요한다. 자기 삶은 그런가? 타인의 삶을 너무 도덕주의자처럼 판단하는 게 되게 웃긴다고 생각한다. 그런 팽팽한 고정관념을 바늘로 한번씩 찌르면 바람이 싹 빠지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샘솟는다. 그걸 보는 쾌감이 크다.”
-페미니스트인가.
“능력주의자다. 페미니즘에 한창 빠져 있는 대학생 딸에게 ‘엄마가 세상이 불공평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잖아’ 이러면서 허세를 부린다. 대처처럼, 하하!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아무 성취도 수치도 보여준 적 없는 사람들이 단지 남자라는 이유로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걸 보면 화가 난다. 지상파부터 그런 분들이 허다하다.”
-적이 많다.
“강하니까. 정확한 사실을 두리뭉실하게 말하지 않고 곧이곧대로 하면 그걸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팩트를 얘기하는데 왜 기분 나빠하지? 목소리까지 크니 더 싫어한다, 하하!”
-공손하게 말하기가 어려운가.
“겸손하지 않다며 욕하는 사람들이 싫은 거다. 겸손도 좋지만, 제발 팩트를 얘기했으면 좋겠다. 허세 떨지 않으면서 정확한 정보를 주고받아야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녹화장에서도 구체적으로 지시한다. 리액션도 강하다. 그러다 보니 소릴 지르게 되고. 그냥 너희를 믿고 맡길게, 하는 덕장이 나는 못 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나.
“온 힘을, 온 우주의 힘을 다하면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이 정도에서 타협하지 뭐, 하면 늘 실패했다. 40대 초반, 준비를 철저히 안 한 채 시도한 파일럿 방송이 그야말로 처참히 무너졌을 때 절감했다.”
-서혜진의 꿈, 빅 픽처는 뭘까.
“숀다 라임스. 전 세계 여성들을 사로잡은 넷플릭스의 19금 로맨스 ‘브리저튼’을 만든 이야기꾼이자 크리에이터. 한국의 숀다 라임스를 꿈꾼다고 적어달라,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