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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日 '스파이의 아내'·'도쿄 재판', 미디어로 고백하는 역사의 만행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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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스파이의 아내'·'도쿄 재판', 미디어로 고백하는 역사의 만행

 

  • [데일리안] 입력 2021.03.11 15:37
  • 수정 2021.03.11 15:45
  •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해석은 관객의 몫"

 

 

ⓒ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스파이의 아내'는 제77회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성을 인정 받았지만 일본에서는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동시기에 극장에 걸렸던 '귀멸의 칼날:무한열차편'에 밀려 첫 주 박스오피스 6위로 시작해 반전의 성적을 만들지 못하고 퇴장했다. 흥행 수익은 약 3억엔(한화 약 31억원) 정도였다.


극우세력과 일본 정부가 전쟁 범죄을 합리화하고 미화하며 피해국에 공식 사과를 하지 않고 있는 정치적 상황에서, 1940년대 만주국으로 향한 관동군 731부대의 생체 실험 등 자국의 전쟁범죄를 소재로 다룬 '스파이의 아내'가 흥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 작품은 NHK TV 드라마를 영화로 다시 만든 작품으로 1940년대 당시 포로들에게 생체 실험을 한 일본의 악행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다. 만주에서 생체실험을 목격한 주인공 유사쿠는, 고발을 만류하는 아내 사토코에게 "지금도 일본의 악마같은 짓이 계속되고 있다"고 외친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일본의 과거사를 짚었다는 평가에 "그렇게 봐주면 감사한 일이지만, 나 자신이 은폐했던 것이나 숨겨졌던 일을 드러내는 작업을 새로 한 것은 아니다. 이미 일본인이나 세계적으로 알려진 역사를 바탕으로 성실하게 그리고자 했다"며 "이런 이야기가 현재와 어떻게 이어어지는지 해석하는 건 관객의 몫"이라고 전했다.


영화는 1940년 일본이라는 시공간의 불안을 배경 삼아 세 남녀의 얽히고설킨 애정과 신념을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로 완성했다. 영화는 생체실험을 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주진 않는다. 흑백 영화 속 필름에 있는 영상과 사진으로 당시의 상황을 짐작하게 만든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서스펜스와 멜로를 오가며 장르적 재미를 배기시려 했지만 아쉬운 점은 그 어느 장르에도 제대로 충실하지 못한 점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제작되고 일본 극장에 걸린 사실만으로 고무적으로 보여진다.


드라마 '도쿄재판'1946년부터 1948년까지 2년간 진행된 극동국제군사재판을 기반으로 한다. 극동국제군사재판은 전범국가인 일본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열린 재판이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서 제작했으며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다.


총 11개지역 미국, 소련, 중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필리핀, 인도,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의 판사들이 해당 재판에 참여해 일본의 반평화 범죄, 반인도 범죄, 관습적 전시 범죄를 심판한다. 각국의 이념과 판사 개인의 신념에 따라 극동국제군사재판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재판 장면은 흑백처리하며 당시 도쿄 재판의 실제상황처럼 현실감을 더했다. 흑백과 컬러 화면을 교차해 사실과 드라마를 구분했다. 재판 결과는 역사가 말해준다. 일본천왕 면책, 전쟁을 결정한 A급 전범 용의자 석방, 731 부대의 만행 은폐가 이뤄진다. 실제로 형집행일 교수형에 처해진 A급 전범은 28명 중 도조히데키, 무토 아키라, 기무라 헤이타로, 마쓰이 이와네, 히로타 고키, 이타가키 세이시로 7명이었다.


아쉬웠던 점은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한국이 제외됐다는 점이다. 당시 연합국 위주의 판사가 대부분이었다. 연합국 역시 식민지를 통치하고 있어, 일본의 식민지에 대한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NHK는 '도쿄 재판'은 전쟁범죄에 대한 결과보다 재판 과정에서 판사들이 대립하는 과정에 힘을 줘 드라마적 재미를 줬다.


'도쿄재판'은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 확실하지 않다. 국가 간 관계를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2013년 4월 일본 국회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한 말을 상기시키며 1946년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다큐 '망각'을 전쟁을 일으킨 주범이지만 죄의식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고 만들었다. 그는 에세이 '영화를 찍으면서 생각한 것' 중 '망각' 챕터에 "피해의 극심함을 호소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걸로 문제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전쟁을 어떤 식으로 다음 세대에게 설명할지를 결정할 때 피해자 쪽으로 기울어진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 거기서 사고가 멈추어 일종의 배타주의와 적대주의만 부추기게 되지 않을까요"라며 과거 전쟁범죄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일본의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전쟁 범죄를 주제로 영화를 만드는 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스파이의 아내' 같은 경우는 영화 관계자들의 평가는 좋았지만 관객의 평가는 기대 이하였다. 또 제작 단계부터 우익 단체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막상 개봉을 하니, 전쟁의 참혹한 현실이나 잔재보다 배우들의 연기나 얼굴, 영상, 연출 등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컸다. 점점 젊은 관객들에게 과거의 전쟁이 '우리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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