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00만 흥행작 ‘신과함께’ 시리즈가 재개봉했다. 역대 두 번째 1000만 영화인 2004년 작 ‘태극기 휘날리며’도 17년 만에 화질과 음질을 향상시켜 17일 다시 관객을 만난다. 다음날에는 1992년 샤론 스톤의 퇴폐적 아름다움이 빛난 ‘원초적 본능’도 새롭게 선보인다. 개봉 20주년을 맞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도 11일부터 첫 IMAX 상영 등 두터운 판타지 블록버스터 팬들을 설레게 한다.
이런 흐름은 예술적 감각으로 소수의 화제만 모으며 ‘명작’으로 꼽혔던 영화의 재개봉과는 달라 눈길을 모은다. ‘대박’ 흥행작이 다시 극장에 간판을 내거는 건 왜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가 첫 번째 배경으로 꼽힌다. 감염병 사태로 지난해 극장 관객이 전년보다 무려 70%나 줄어들면서 신작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상황. 이를 대체하는 재개봉작, 그 가운데에서도 흥행작을 통해 새로운 관객을 유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이다.
실제로 수치가 이를 보여준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재개봉작 전체 관객은 전년보다 160.3% 증가한 201만명이었다. 매출액도 전년 대비 133.6%나 늘어난 146억원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2월 말부터 적지 않은 영화가 개봉을 미루며 비운 자리를 재개봉작이 채운 셈이다.
또 중장년층의 발길도 잇단 재개봉의 또 다른 배경이다. 자료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해 3·4월 극장 주 관객층인 20∼30대”가 주류를 이뤘지만 4월 이후 각종 기획전으로 “중장년층 관객에까지 소구”했다고 분석했다.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와 차별화도 노린다. ‘라라랜드’와 ‘위대한 쇼맨’ 등 음악·뮤지컬 영화나 4D영화 등 대형 스크린만의 강점을 살리는 작품이 흥행에 성공했다. ‘위대한 쇼맨’의 경우 지난해 5월21일 재개봉해 6일 연속 흥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 올해 1월 ‘화양연화’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은 전체 흥행 4위와 함께 독립·예술영화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