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여성의 몸에서 태어난 '당신'들에게!
[이희승 기자의 수확행] '앞으로 없어져야 할'편견에 대해
지난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맞아 다시보는 '위대한 여성의 삶'
화가,대법관,전 퍼스트 레이디에서 작가로 활약한 실존 인물 3인의 이야기
입력 2021-03-09 18:30 | 신문게재 2021-03-10 11면
‘핀란드의 뭉크’로 불린 헬렌 쉐르백.그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젊은 에이나르와는 평생을 친구로 지내며 우정을 나눴다.(사진제공=영화사 진진) |
영화 ‘헬렌: 내 영혼의 자화상’ |
돈이 되지 않는 그림 대신 잘 팔리는 자수나 놓으라는 엄마. 심지어 불편한 몸을 가진 딸에게 “집안일은 왜 하지 않냐”며 윽박지른다. 미술계를 떠나 외딴 시골마을에 사는 헬렌은 도심에서 건축가로 일하는 오빠에게 자신의 그림을 건네지만 팔리지 않는다.
자신의 똑똑함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 남자와 결혼해 평생을 함께 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남편은 자신이 학위를 딸 동안 육아로 공백기를 가진 아내를 외조하며 두 아이를 키웠다.(사진제공=영화사 진진) |
‘세상의 절반’인 여성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을 꼽자면 지난해 사망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아닐까. 차별이 합법이고 상식이던 시대에 태어난 그를 소재로 한 영화는 생전 무려 3편의 영화로 제작됐다. 그를 롤모델 삼아 만든 ‘세상을 바꾼 변호인’까지 더하면 무려 4편이다. 그 중 2019년 영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는 세상을 뒤집은 대법관으로서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1950년대 로스쿨 재학당시 상위 5% 안에 드는 우등생이었지만 교직원들마저 ‘남자들 앉을 자리를 빼았는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는 여성과 소수자에게 부당한 법을 향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한다.
영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 |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된 그는 소수의견을 가장 많이 낸 법조인이었다. ‘양성평등’은 긴즈버그가 가장 추구했던 헌법의 가치였다. 오랫동안 남자만 입학을 허용했던 공립학교인 ‘버지니아 종합군사학교’에 여학생도 입학할 수 있는 문을 열었고 홀어머니만 받을 수 있는 정부보조금을 남자도 받을 수 있게 도왔다.
유대인이자 여성, 아이 엄마라는 삼중고도 영화에 기록돼 있다. 재판 연구관으로 시작해 모교인 컬럼비아 법과대학원의 첫 종신 여성교수가 되기까지 긴즈버그는 단 한번도 포기하지 않았다. 시간은 걸려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던 것. 독보적인 진보의 아이콘답게 법원에서 성별(Sex)이 아닌 사회적 성(Gender)을 최초로 언급한 인물이기도하다. “나는 여성에게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의 목을 밟고 있는 발을 치워달라는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모두가 은퇴를 꿈꾸던 60살에 미 연방 대법관에 지명된 후 주위에서 패소를 단언해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러닝타임 내내 가득 차 있다. 긴즈버그가 포기하지 않았던 ‘지지 않는 삶의 방법’은 그를 밀레니얼 세대의 영웅으로 만들었다. 젊은이들은 긴즈버그를 래퍼의 이름으로 줄여 부르고 팬 블로그와 굿즈를 만들며 추앙했다. 법을 통해 불평등한 세상을 바꾼 그는 암 투병으로 입원과 퇴원은 반복했지만 결코 사임하지 않았다.
극중 파커 소이어스와 티카 섬터가 오바마 부부와 놀라울 정도의 ‘싱크로율’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사진제공=마운틴픽쳐스) |
미셸 오바마는 남편의 대통령 퇴임 이후 더 바빴던 장본인이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 부부로 전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는 영화 ‘사우스사이드 위드 유’에 담겼다. 1989년 여름 첫 데이트를 나선 하루를 담은 이 영화는 번번이 버락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한 미셸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자신의 출간투어에 카메라를 대동한 거침없음은 스타성이 아니라 솔직함에서 나왔다.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의 공식 포스터.(사진제공=넷플릭스) |
당시 25세인 미셸은 시카고 법률사무소 ‘시들리 오스틴’의 변호사였고 28세인 오바마는 하버드 법대 재학생으로 여름방학 기간 같은 사무실의 인턴으로 일했다. 엄밀히 말하면 사내연애의 시작인 셈이다. 그 후 두 사람은 유명한 시카고 미술관을 둘러보고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영화 ‘똑바로 살아라’를 관람한 뒤 시카고 남부 하이드파크 지구의 배스킨라빈스에서 첫 키스를 해 설렘을 더한다. 이는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가 직접 공개적으로 언급한 첫 데이트 일화로, 해당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는 기념 동판이 설치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퍼스트 레이디기에 앞서 두 딸을 둔 엄마이자 작가로의 모습을 집중한 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이다. 동명의 자서전 출간 투어를 중심으로 책 속의 개인사까지 자세하게 담겨 있다. 출간 투어를 중심으로 하는 동시에 개인사를 비롯한 책 속 내용까지 보여진다. 두 딸을 키우느라 녹초가 된 자신에 비해 “쏘다니기 바빴다”고 표현하는 남편의 모습이 포착되는 식이다. 어쨌거나 8년 간의 백악관 생활 중 솔직하고 격의없는 태도로 미셸은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여성’으로 뽑혔다. 과거 조 바이든이 대권후보시절 러닝메이트로 여러 차례 러브콜을 보냈지만 스스로 정치 입문에 선을 그어 더욱 호감도를 높였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