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OTT-음저협 갈등' 중재 나선 문체부의 헛발
국내 OTT 시장 이해 부족으로 대립 중재 못해
기자수첩 2021-03-04 16:21이지웅 기자
최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음악 저작권료 징수 규정개정안에 대한 첨예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웨이브, 티빙, 왓챠 등 국내 OTT 업체들로 구성된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회(OTT음대협)는 개정안을 승인한 문체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모양새다. 이에 지금까지 OTT 육성을 강조한 정부는 '길잡이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중재자'를 맡은 문체부는 국내 OTT 업계의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지도 않고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 측의 저작권료 징수규정 개정안을 승인하는 등 '겉핥기식 행정'으로 중재는커녕 갈등의 골을 심화시키는데 한몫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비합리적인 부분이 보인다"라고 할 정도다.
이번 소송은 앞서 OTT음대협과 음저협 간 음악 저작권료 계약 협상에서 비롯됐다. 징수 규정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달라 합의를 이루지 못해서다.
OTT음대협과 음저협 갈등의 시발점은 넷플릭스다. 음저협이 '거대 공룡'으로 불리는 글로벌 OTT 업체인 넷플릭스가 2.5% 요율을 지불하고 있으니 국내 OTT 업체들도 같은 수준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국내 OTT 업체들은 현행 음악 저작권료 징수 규정상 OTT가 방송물 재전송에 해당돼 국내 영상수익의 0.5~0.6%를 지불해왔기 때문에 5배에 달하는 갑작스러운 요율 인상은 받아들 수 없다며 반대했다.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자 음저협은 글로벌 OTT 업체들이 약 2.5% 요율을 적용하는 점 등을 근거로 들며 문체부에 징수 규정을 개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문체부는 작년 12월 음저협이 제출한 개정안을 수정 승인해 OTT에 적용할 '영상물 전송서비스' 조항을 신설했다. 다만 음저협이 원한 요율인 2.5%보다는 낮은 1.5%에서 올해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이후 2026년까지 1.9995%로 순차적으로 올릴 예정이다.
문체부는 국내 OTT 시장 상황을 고려해 비교적 낮은 요율을 정해 OTT 업체들을 배려했다는 입장이다. 해외의 경우 프랑스(SACEM) 3.75%, 독일(GEMA) 3.125%, 일본(JASRAC) 명목요율 2%(실질요율 1.5%), 캐나다(SOCAN) 1.9% 등이다. 문체부가 제시한 1.5%는 가장 낮은 수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분명 K-콘텐츠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창작 여건 개선은 필수다. 그 밑바탕에는 글로벌 수준의 저작권료 징수도 포함된다. 하지만 문체부는 딱 여기까지만 본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문체부가 국내 OTT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었더라면 이러한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문체부는 넷플릭스와 국내 OTT 업체들의 콘텐츠 제작 및 수급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간과했다. 넷플릭스의 경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특성상 저작권을 양도받아 영상을 유통하는 경우가 많다. 즉 넷플릭스가 음저협에 지불한 저작권료를 다시 정산받는 주체도 넷플릭스다. 넷플릭스가 실질적으로 납부하는 금액은 2.5%보다 훨씬 적은 셈이다.
또 넷플릭스와 국내 OTT 업체들의 단순 비교 역시 부적절하다. 넷플릭스는 100% VOD만 제공하며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주로 선보인다. 하지만 국내 OTT 업체들은 실시간 방송과 VOD를 함께 선보이며, VOD도 구독형과 개별구매 등 복합적으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즉 넷플릭스와 웨이브, 티빙은 OTT 범주에 속하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웨이브와 티빙은 IPTV 서비스와 형태가 더 유사하다. 문체부는 성급하게 이들을 OTT로 묶고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저작권료 징수 기준은 기술로 둘 것이 아니라 서비스 형태로 구분해야 한다. 예컨대 기술 발전으로 LP가 테이프로, 그리고 CD로 바뀐다고 '음악을 듣는다는' 이용 행위는 달라지지 않는다. 저작권 사용료 기준은 플랫폼의 기술적 차이가 아닌 저작권물 이용 행위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 그러므로 국내 OTT 플랫폼 이용 행위나 서비스 형식을 종합 고려하면 IPTV나 방송물 재전송과 유사하기 때문에 이들 서비스와 비슷한 요율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
결국 OTT 시장에 대해 잘 모르는 문체부가 양측 요구안의 대충 중간 쯤을 해결책으로 내놓은 셈이 됐다. 문체부의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일처리가 아쉽다.
이지웅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