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공룡 맞서라… 콘텐츠 차별화·합종연횡 `생존의 법칙`
케이블TV서 IPTV로 소비층 이동
넷플릭스 막강 자본력으로 안방 잠식
업종 경계 넘어선 '콘텐츠 동맹' 속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방송통신·미디어 분야의 패러다임도 급변하고 있다.
국내에서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의 '웨이브', CJ ENM과 JTBC의 '티빙', KT의 '시즌' 그리고 또다른 토종 OTT '왓챠'가 투자를 늘린 가운데 지난해 말 쿠팡이 쿠팡 플레이까지 들고 나오면서 춘추전국 시대의 양상이 전개됐다. 카카오와 네이버도 OTT를 영위하는 사업자들과 지분 교환 등 '혈맹'을 맺으며 OTT 내 합종연횡을 통한 존재감 높이기에 나섰다.
이들 기업들은 이미 한국 안방을 잠식한 글로벌 초거대 OTT 넷플릭스, 이어 국내에 상륙이 임박한 디즈니플러스의 공세까지 막아 내야 하는 대전쟁에 직면해 있다.
◇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구독경제' 시대 활짝= OTT 시대로의 전환은 '구독경제'시대의 진입과 맥락을 같이 한다. 많은 소비자들과 기업에 구독 경제가 익숙한 용어로 자리했고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나아가 클라우드 게임, 독서에 이르는 전 분야에서 월 단위 구독 문화가 빠르게 자리잡는 상황이다. 특히 넷플릭스를 필두로 이 같은 플랫폼에 내야하는 '이용료' 개념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처럼 고객이 OTT 서비스 구독 등에는 자연스럽게 지갑을 여는 반면, 전통적 미디어의 대표격인 '지상파 방송'의 수신료 인상을 둘러싸고는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 또한 최근의 전통적인 미디어의 위기, 또 시대의 변화를 여실히 반영하는 것이란 평가가 크다. 특히, 유료방송 시장에서는 이미 2017년부터 IPTV 가입자 증가세와 케이블TV 감소세가 교차하는 '골든 크로스' 현상이 시작됐다. 미디어 영역 간에 경계가 사라지고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골든 크로스에 이어 케이블TV의 잇단 자발적 구조조정으로 이미 케이블TV 업계 1위 LG헬로비전(구 CJ헬로)과 2위 티브로드가 각각 LG유플러스에 인수,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합병됐으며 KT 역시 알짜 매물인 현대HCN을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인수키로 했다. 이처럼 IPTV가 케이블TV 시장을 흡수하며 전성기를 맞이한 모습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와 미디어 전문가들은 IPTV가 전성기에 안주하고 OTT 시대로 패러다임 변화에 준비하지 않으면 멀지 않은 미래에 IPTV 역시 케이블TV의 전철을 맞을 것이란 위기감을 대거로 표출하고 있다.
◇넷플릭스 공세 이기려면, 자체 '콘텐츠' 쏟아내야= 미디어 시장에서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OTT 넷플릭스의 원래 사업 모델(1997년)은 DVD대여업이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콘텐츠' 제작에 나선 이후 2013년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선보이며 전세계 콘텐츠 소비를 주도하는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 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옥자, 킹덤, 스위트홈의 대작을 연일 쏟아내며 그야말로 '공습' 수준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넷플릭스의 성공 사례에 비춰봤을 때 국내 OTT 사업자들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최대 과제로 삼고 있다. 물론 넷플릭스와 압도적인 자본력이 차이 나는 만큼, 빠른 시간 내 넷플릭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OTT 스트리밍 서비스의 인기로 인한 각종 국내 규제의 등장들도 시장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국내 OTT 업계는 주무부처와 국회 등에서 OTT에도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부과, 영화발전기금 부과 등의 규제안이 계속 등장하는 등 포화를 맞고 있다. 최근에는 OTT음악저작권료를 둘러싼 파장까지 커지는 등 삼중고에 직면한 상태다. OTT 시장의 자체 콘텐츠 제가 경쟁을 독려하는 것은 뒷전이 됐다는 현장의 불만의 목소리 역시 높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5년 이후 올해 초까지 77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K-콘텐츠에 투자한 상태다. 최근에는 국내에 전용 스튜디오까지 마련하고, 3월부터 한국판 '종이의 집' 등 K-콘텐츠 제작을 위한 기지로 운영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넷플릭스의 자본력에 비해 열위인 국내 기업들은 '합종연횡'으로 이에 맞서고 있다.
◇티빙·웨이브·시즌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 분주= 이미 '사랑의 불시착(tvN)', '부부의 세계(JTBC)' 등으로 콘텐츠 검증을 받은 티빙은 향후 3년간 4000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자해 드라마, 예능을 중심으로 대형 IP 및 웰메이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네이버도 합류했다. 네이버와 CJ그룹은 지난 10월 6000억원대 주식을 교환했으며, 이를 통해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CJ ENM의 3대 주주, 또 CJ 계열 드라마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2대주주에 자리했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의 웨이브에는 카카오가 힘을 실었다. SK텔레콤과 카카오 역시 2019년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한 바 있다. 카카오M이 기획 제작한 카카오TV 오리지널 콘텐츠를 웨이브에 공급하는 식으로 협력도 시작됐다. 웨이브는 2023년까지 총 3000억원 규모의 콘텐츠 제작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KT는 최근 오리지널 영화 '큰 엄마의 미친 봉고'를 처음으로 스크린에 올리며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물었으며 이번 영화를 시작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영역을 숏폼에서 웰메이드 미드폼으로 확장하고, 영화 '더블패티' 등 다양한 미드폼 오리지널을 선보인다. 큰엄마의 미친봉고 이후 선보일 더블패티도 국내 개봉 전 아시아 6개국에서 선판매되는 성적을 올렸다.
또 'KT 스튜디오 지니'도 상반기 중 본격적 사업을 개시하고, KT그룹의 콘텐츠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KT의 웹소설·웹툰 전문 자회사 스토리위즈를 통해 발굴한 원천 IP를 중심으로 국내 유수의 제작사들과 협업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속도를 낸다.
이외에도 지난 연말에는 왓챠가 총 36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 역시 로켓와우(유료멤버십), 쿠팡이츠(배달), 쿠페이(간편결제)에 이어 쿠팡플레이를 로켓와우 회원에게 제공하며 구독경제의 표준 모델을 확립했다.김은지기자 kej@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