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28국 1위라는데… 평점은 왜 6점대지?
넷플릭스 1위의 함정
지난 5일 190국에서 동시 공개된 송중기·김태리 주연의 ‘승리호’는 공개 2일 만에 28국 1위를 차지했다. 세계 넷플릭스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에서는 5일간 전 세계 넷플릭스 영화 중 1위였다. 하지만 16일 현재 순위는 9위. 평점은 이에 못 미친다. 영화평론가들이 평가하는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는 17일 현재 신선도 지수 57%(100% 만점), 대중과 영화평론가들의 평가를 합친 IMDb는 6.6점(10점 만점)이다.
지난달 16일부터 10일간 넷플릭스 영화 전 세계 1위를 달린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는 더 처참하다. 로튼토마토는 37%, IMDb는 5.4점이다.
넷플릭스 순위와 평점 차이
코로나로 영화관 발걸음이 힘들어진 1년. 영화 관람의 무게중심은 OTT(인터넷 영상제공 서비스)의 최강자 넷플릭스로 이동했다. 넷플릭스 1위, 세계 ○○국 1위 등의 수치는 최강의 홍보 수단으로 작용한다.
현재 넷플릭스는 나라별 일일 인기 순위만 공개한다. 흔히 인용하는 전 세계 넷플릭스 순위의 출처는 체코 프라하에 있는 IT 기업 플릭스패트롤. 지난 16일 플릭스패트롤 창업자 토마스 비스코실과 이메일 인터뷰 등으로 넷플릭스인기 순위 분석 방법과 그 함정을 살폈다.
◇플릭스패트롤 “각국 점수 비중 같아”
플릭스패트롤은 지난해 4월 설립된 OTT 정보 제공 기업. 넷플릭스, HBO맥스, 디즈니플러스 등 세계 80국의 OTT 서비스를 분석해 정보를 올린다. 넷플릭스의 경우에는 각국 일일 인기 순위를 활용해 1위는 10점, 2위는 9점, 3위는 8점 식으로 부여해 합산한다. 비스코실 대표는 “점수를 매길 때 국가별 차등을 두지 않는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주어지는 점수는 같다”고 했다.
사이트 운영을 위해 넷플릭스에서 별도로 받는 자료도 없다. 그는 “이 사이트는 세계 콘텐츠 제작자와 배급 유통업자, 스트리밍 기업들에 현재 트렌드를 보여준다 정도의 의미”라고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유리해
비스코실 대표에 따르면 영화가 많은 국가에서 공개될수록 점수가 올라갈 확률이 높다. 넷플릭스는 직접 투자했거나 권리를 사들여 독점 공급하는 작품에 ‘오리지널’ 표시를 한다. 오리지널의 경우에는 약 190국에서 동시에 공개한다. 오리지널이 아닌 영화들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일부 국가에만 서비스한다. 따라서 오리지널이 아닌 영화가 1위에 오르긴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해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수상한 ‘기생충’과 같은 해 박빙의 대결을 벌인 할리우드 영화 ’1917′은 작품성과 화제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에서는 단 한 번도 전 세계 1위를 한 적이 없다.
나라별 일일 인기 순위에 오르기 위해선 넷플릭스 메인 예고 화면에 오르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 메인 예고 화면은 다수 가입자의 취향에 따른다. 작품성보다 대중 오락 영화나 신작 영화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지금까지 가입자가 봤던 콘텐츠를 바탕으로 추천한다”며 “신작이거나 흥행 대작을 보여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당연히 마케팅 등에 휘둘릴 영향이 크다. 마케팅에 돈을 많이 쓴 흥행 대작 영화가 개봉 첫 주에 1등을 한 뒤 급격히 관객 감소를 겪는 것과 마찬가지. 넷플릭스 방영 초반에 전 세계 1위를 휩쓸다 며칠 만에 순위 안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되는 것도 같은 상황이라 볼 수 있다.
집에서 보는 넷플릭스 특성상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영화보다는 킬링타임용 영화의 시청량이 많다. 넷플릭스 영화 순위가 평점과 괴리감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