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남자와 백인 여자의 로맨스는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 할리우드의 오랜 불문율이었다. 2017년 개봉한 영화 `겟 아웃`에서는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친구 집에 초대됐다가 끔찍한 일을 당한다. 아무리 흑인 대통령에 이어 흑인 여성 부통령을 배출했다고 하지만 보수적인 미국인의 무의식 속에 작동하는 인종차별의 단면을 제대로 들춰낸다. 생각해보면 백인과 흑인이 버스 옆자리에 같이 앉게 된 것도 70년이 채 되지 않았다. `흑인 남성=범죄자`라는 편견은 여전히 곳곳에서 활개를 친다.
하지만 의외의 곳에서 이러한 편견을 깨뜨리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넷플릭스 화제의 드라마 `브리저튼`와 `뤼팽` 얘기다.
180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 로맨스 브리저튼에는 흑인 여왕이 나오고 심지어 남자 주인공도 흑인 공작이다. 역사적 고증 따윈 없다. 사회적 지위와 돈, 잘생긴 외모를 다 갖춘 `백마 탄 왕자`를 흑인으로 바꿔 백인 여자 주인공과 달달한 `밀당`과 로맨스를 벌이고 결혼에 골인하는 해피엔딩을 보여준다. 흑인 공작이 얼마나 섹시하고 우월한지를 노골적으로 훑는 카메라의 힘인지 오히려 백인들은 밋밋하고 모자라 보이기까지 한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선보인 이 시리즈를 8200만명이 보며 넷플릭스 역대 시청 1위를 갈아치웠다.
프랑스 드라마 `뤼팽`의 주인공도 세네갈 출신 이민자 2세다. 괴도 신사 뤼팽의 여러 버전이 있었지만 흑인 뤼팽이 탄생한 것은 처음이다. 주인공 `아산`은 루브르 박물관 청소부로 들어갔다가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걸이를 훔치는 신출귀몰 활약을 보인다. 그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은 백인 여성은 종잡을 수 없는 그의 행적에 마음을 졸인다. 한 달 새 7000만명이 시청하며 넷플릭스 톱10에 진입한 첫 프랑스 드라마가 됐다.
극장과 TV가 힘을 잃은 사이 로맨스의 흥행 공식이 바뀌고 있다. 이용자의 취향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넷플릭스가 인종 편견을 깨는 일등 공신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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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브리저튼과 뤼팽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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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uchi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2.17 18:40 10,582 0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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