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전 세계가 ‘승리호’ 신드롬이다. 지난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뒤 전 세계 넷플릭스 가입자 대상 ‘가장 많이 본 콘텐츠 순위’ 조사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승리호’다. 순 제작비만 240억이 투입된 국내 상업 영화에선 전무후무할 규모로 제작된 영화다. 더욱이 국내 상업 영화 시장에선 시도 조차 엄두를 내지 못했던 ‘스페이스 오페라’(우주를 배경으로 한 활극)를 내세운다. 무려 10년 전부터 ‘승리호’를 준비한 조성희 감독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승리호’의 황당했던 시작을 공개했다.
조성희 감독. 사진/넷플릭스
8일 오전 인터뷰에서 조 감독은 “정말 내게도 사실 잊혀졌던 프로젝트였다”면서 “사실 지금도 왜 이걸 해보자고 제작사 대표님이 제안을 하셨는지 미스터리다”고 웃었다. ‘승리호’ 제작을 결정한 당사자는 조 감독의 데뷔작인 ‘늑대소년’ 그리고 이어진 차기작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등을 연이어 제작한 ‘비단길’ 김수진 대표다. 사실상 조성희란 걸출한 연출자를 충무로에 데뷔 시킨 장본인이다. 국내 영화계에선 작품 선구안이 빼어난 중견 제작자로 유명하다.
조 감독은 “내가 데뷔도 하기 전인 영화 아카데미 시절이다”면서 “당시 ‘승리호’의 시나리오가 아닌 트리먼트 수준의 글을 완성시켜서 비단길 김수진 대표에게 보냈었다. 그때는 사리분간을 못하던 시절이다”고 웃었다. 이어 “그렇게 하면 난 그냥 영화를 만들 수 있을 줄 알았다”고 크게 웃었다.
하지만 조 감독이 언급한 ‘사리분간 못하던’ 자신의 무모함에 놀랍게도 김 대표가 반응을 보였단 것. 조 감독은 “지금도 궁금한 게 그때 대표님이 ‘해보자’라고 하셨다”면서 “데뷔도 안 한 무명의 연출자에게 이런 거대한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하신 속내가 정말 궁금하다(웃음)”고 전했다. 물론 당시 여러 제반 사항이 불가능에 가까워 프로젝트는 무기한 연기가 됐다. 이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조 감독은 ‘늑대소년’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을 연이어 내놓게 되면서 충무로 흥행 감독 반열에 올라섰다.
조 감독은 “’늑대소년’과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을 끝낸 뒤 ‘이제는 되지 않을까’ 싶으셨던 것 같다”면서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던 ‘승리호’ 프로젝트가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내겐 지금도 꿈같은 일이다”고 전했다.
지난 5일 넷플릭스 공개 이후 쏟아지는 ‘승리호’는 쏟아지는 호평에 파묻힐 지경이다. 물론 비평도 많다. 비평의 일부는 사운드 문제다. 일부 넷플릭스 관람 후기에 ‘소리 문제’가 거론된 것이다.
조 감독은 “지금까지 영화를 1000번 정도는 본 것 같다”면서 “당초 극장용 5.1애트모스 사운드로 제작이 된 것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후 TV용 스트레오 사운드로 관람을 하면서 음값이 깎이는 등 문제점을 인식했단 것.
그는 “모든 대사를 다 알고 있는 나 조차 안 들리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음역대 채널을 OTT용으로 축약하는 과정에서 소리가 뭉개지는 현상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고 아쉬워했다. 조 감독은 이어 “연출자로서 너무 죄송하다. 만약 ‘승리호’를 보다 재미있게 관람할 팁을 드리자면 이어폰이 아닌 헤드폰으로 사운드를 즐겨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