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그를 표현해야 할 단어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 봤다. ‘상식 밖의 천재’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상식의 잣대로 부르기 힘든 ‘넘사벽 천재’라고 불러야 할까. 우선 어떤 기준에서도 그가 천재라고 불려야 한단 평가에선 동의가 될 것 같다. 그와 단 두 작품이지만, 반대로 어마어마한 두 작품을 함께 한 배우 송중기는 그를 가장 잘 알 것 같았다. 그를 평가해 달란 질문에 아주 잠시 고민을 했다. 그리고 내놓은 평가는 ‘노력형 꾀짜’였다. 상식의 기준에서 그는 모든 것을 보지 않는단다. 항상 상식의 시선 속에서 뭔가 다른 유니크함을 짚어낸다고. 그런 시각 때문에 240억의 순제작비가 투입된 ‘승리호’란 한국형 ‘스페이스 오페라’(우주공간에서 벌어지는 활극)가 탄생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의 전작 두 작품을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서양의 ‘늑대인간’ 소재를 국내에 맞게 끌어와 재창조한 데뷔작 ‘늑대소년’ 그리고 고전 홍길동전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 그 증명이다. 참고로 ‘승리호’는 무려 10년 전 기획된 작품이란다. 그가 정식 감독의 데뷔도 하기 전이었다. 그리고 그의 필모그래피 모두를 함께 한 제작사가 당시 그의 손을 잡았다고. 조성희 감독은 연출자로서 억세게 운이 좋다기 보단, 말도 안되게 실력이 좋은 창작자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조성희 감독. 사진/넷플릭스
2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승리호’는 다시 한 번 ‘K-무비’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바 있는 ‘킹덤’ 그리고 칸 국제영화제와 아카데미를 휩쓴 ‘기생충’ 이후 ‘코로나19’로 전 세계 영화계가 올스톱 된 상태다. 이런 글로벌 시장 분위기 속에서 ‘승리호’는 예상 밖을 넘어서 ‘도대체 왜 이제야’란 찬사가 쏟아질 정도로 압도적인 영상과 완성도를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을 석권 중이다.
“너무 신기해요. 스크린에서 개봉을 했다면 느끼지 못할 즉각적인 반응이 피부로 와 닿으니 익숙하지 못한 것도 있고요. 또한 너무 감사하죠. ‘코로나19’로 연이어 개봉이 미뤄지면서 사실 너무 걱정을 하고 있었어요. 극장을 포함해 OTT나 TV등 어떤 매체에서라도 하루 빨리 공개가 되길 바랐는데 너무 좋은 기회를 잡은 것 같아요. 우선은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조성희 감독.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글로벌 시장 1위에 오를 정도로 ‘승리호’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콘텐츠가 돼 버린 상황이다. 하지만 반대로 ‘승리호’에 대한 아쉬움은 국내 시장에서 가장 짙게 쏟아지고 있다. 다른 여러 이유가 있지만 ‘승리호’를 거대한 스크린에서 볼 수 없단 게 너무도 아쉽단 반응이 대다수다. 넷플릭스로 판권이 넘어간 상황에서 사실상 극장 상영은 ‘불가능’에 가깝다.
“’승리호’를 보신 뒤 나오는 반응 중에 ‘극장 상영’을 묻는 질문이 가장 많단 것도 알고 있죠. 우선 연출자이자 시나리오를 쓴 당사자로서 말씀 드리면 제가 아는 선에선 ‘극장 상영 계획은 없다’에요. 물론 변수가 있을 수 있겠죠. 그 부분에 대해선 저도 좀 더 디테일하게 알아보려 노력 중이에요. 관객 분들이 원하시는 방향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하는 게 저도 개인적인 바람이지만(웃음)”
‘승리호’를 봤고, 또 아직 안 봤지만 너무 보고 싶어하는 예비 관객 모두의 이런 바람은 압도적인 비주얼에 있을 것이다. ‘승리호’는 국내 최초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다. 국내 VFX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톱클래스’로 평가 받고 있지만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는 장르가 아닌 것에는 분명하다. 이런 점을 인식하고서 조성희 감독도 ‘승리호’에 준비 단계에서 만만치 않은 검토 작업을 진행해 왔단다.
영화 '승리호' 촬영 현장 조성희 감독. 사진/넷플릭스
“정말 체크를 하고 들어가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죠. 그래서 주요 스태프와 회의에서 ‘효율성’을 가장 먼저 생각하자고 가이드라인을 설정했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그 중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들로만 추려내기 시작했어요. 자세히 설명하면 한도 끝도 없어요(웃음). 쉽게 말하면 우주공간에서 날라 다니는 우주선을 어떻게 하면 가장 자연스럽게 보이게 할까를 고민했죠. 빛의 반사 속도감 여기에 힘이 느껴지게. 아무튼 너무 신경 쓸게 많았어요. 하하하.”
자세하게 설명하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는 조성희 감독의 말은 실제로 사실이었다. 그는 ‘승리호’ 촬영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꼽아달란 질문에 주저 없이 ‘너무 많은 촬영 분량’이라고 손꼽았다. 정말 말도 안되게 많은 분량을 찍었단다. 어떤 장면은 정말 문자 그대로 ‘참고용’으로만 찍은 장면도 많았다고. 그 장면을 기준으로 CG작업을 해야 했단다.
“제가 힘들었다면 배우들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웃음). 너무 미안하죠. 우선 같은 장면을 굉장히 여러 번 반복해서 찍었어요. VFX팀에서 기술적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요청을 했었죠. 저도 그렇고, 배우들 스태프들 모두가 처음이니 반복된 촬영 속에서 상상력의 끝을 선보였죠. 이것도 자세한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에요(웃음). 어떤 장면은 정말 참고용으로만 찍고 그 장면을 토대로 전체 풀CG로 만들어 낸 것도 있어요.”
조성희 감독. 사진/넷플릭스
워낙 화려하고 정교하며 세밀한 CG작업 탓에 말로서 설명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라고 연신 전했다. 그리고 조성희 감독 본인도 이런 작업이 처음이라 당연했다. VFX기술이 투입된 ‘승리호’의 끝판은 아무래도 유해진이 목소리 연기를 한 ‘업동이’ 캐릭터일 것이다. 초반 캐스팅 단계에선 목소리 연기만 부탁했지만 유해진이 요청해 모션 캡처 연기로 전환하게 됐다고. 그리고 영화 후반 유해진은 깜짝 놀랄 반전을 선보인다.
“업동이가 변하고 싶어하잖아요(웃음). 남자로 변하고 싶어할까. 아니면 여자일까. 상상을 해봤죠. 상상의 결론은 우리 예상을 벗어날 것 같았어요. 그때 후보들을 모두가 얘기해 봤는데, 나온 이름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 분’이에요(웃음). 모든 스태프가 ‘엉뚱한 매력이 나오겠다’라며 흔쾌히 찬성을 했죠. 그리고 그 배우에게 출연을 요청했는데 너무도 흔쾌히 승낙을 해줘서 감사했죠.”
워낙 흥미롭고 또 재미있다는 평가가 많은 ‘승리호’다. 하지만 그런 평가 속에서도 유달리 박한 평가를 내놓는 의견들도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신파’다. 국내 영화 가운데 유독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은 ‘신파적인 코드’를 많이 담고 있다. 그리고 국내 평단과 언론 역시 ‘신파 코드’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승리호’를 본 일부 관객들도 마찬가지 의견을 내놓고 있었다.
조성희 감독. 사진/넷플릭스
“신파가 불편하셨다면 그건 순전히 제 고민이 모자랐단 것이기에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가족’에 대한 얘기가 꼭 필요했어요. 가족을 잃고 또 다른 가족을 만들어 가는 과정. 그 과정이 ‘승리호’에 꼭 필요했죠. 진짜 가족이 무엇일까. 그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신파적’인 코드가 들어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그런 부분이 필요했던 것이죠.”
어떤 부분에선 기술적인 한계라고까지 표현하는 시선도 있다. 일부 장면에서 소리가 문제란 지적이다. 특히 ‘업동이’ 캐릭터의 대사가 안 들린다는 의견이 많다. 그 외에도 많은 장면에서 소리가 잘 안들리고, 장면과 소리가 분리되는 느낌이 강하단 지적이 많다. 이건 ‘승리호’가 처음부터 넷플릭스 공개가 아닌 스크린 상영작으로 만들어졌기에 발생되는 문제점이다.
영화 '승리호' 촬영 현장 조성희 감독. 사진/넷플릭스
“그 부분은 정말 드릴 말씀이 있어요(웃음). 제가 ‘승리호’를 정말 1000번쯤 본 것 같은데. 극장용과 TV상영 버전의 사운드 시스템 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더라고요. 원래는 5.1애트모스 버전으로 사운드가 만들어졌는데, TV스테레오 사운드로 보시게 되면서 음 값이 깎이는 느낌이 강하더라고요. 저도 다 아는 대사인데도 불구하고 ‘저 인물이 뭐라고 했지?’라고 안 들리는 게 실제로 있어요. 정말 죄송할 뿐이죠. 우선 좀 더 즐겁게 관람하실 팁을 드리자면 꼭 헤드폰을 끼고 관람해 주시면 사운드에 대한 문제는 그래도 최소화 될 듯 합니다. ‘승리호’ 이제는 제 손을 떠났으니 어떤 평가를 해주시던 달게 받고 다음 작품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내놓을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