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천윤혜기자]김태리가 이번에는 '승리호'를 이끄는 장선장에 분해 '역시 김태리'라는 수식어를 증명해냈다. '승리호'는 2092년, 돈 되는 일이면 뭐든지 하는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의도치 않게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15일 화상인터뷰를 통해 헤럴드POP과 만난 김태리는 '승리호'가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으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에 대해 "너무 감사한 마음 뿐이다. 감독님이 오랜 시간 준비한 영화인데 큰 호응을 얻어서 기쁘고 행복하다. 같이 한 배우분들, 선배님들을 만날 때마다 자축하고 있다"고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그가 '승리호'에 끌린 이유는 너무 많았다. 그는 "최초라는 게 주는 설렘이 컸고 장선장 캐릭터에 대한 끌림도 컸다. 어려움도 컸지만 도전해보고 싶었다. 장선장 혼자의 힘으로 해내는 게 아니라 함께 해나가는 지점이 재밌었다. 좋은 이야기는 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되는 게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미래의 인간들이 우주로 나가면서 우주쓰레기가 넘치고 그러면 쓰레기를 치우는 인간들이 생길 거고, 돈을 벌기 위해 과격해진다는 콘셉트 자체가 재밌었다. 본 적 없는 이야기라서 끌렸다"고 전했다.
김태리가 연기한 장선장은 올백 단발 헤어스타일에 선글라스를 끼고 흔히 말하는 쩍벌다리 포즈를 자연스럽게 하는 인물이었다. 우주 해적단을 이끌었던 선장이기도 한 만큼 장선장은 여성스러움이 느껴진다기보다는 강인하고 카리스마가 가득했다. 김태리에게는 이런 변신이 파격적일 수도 있었을 터. 김태리는 이런 부분에 더 끌렸다고 밝혔다.
"제 이미지와 상반되는 쉽게 상상 안 가는 부분이라 저한테도 큰 도전이었다. 감독님을 만나서 감독님이 구상하는 세계관, 장선장의 전사들,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들으니까 머릿속으로 상상도 가고 감독님이 '이 역할이 클리셰같은 여전사가 아니라 저 같은 얼굴의 사람이 들어가 앉아 있으면 오히려 거기에서 시너지가 날 것 같다'는 말을 해주셔서 감독님을 믿고 시작했다."
그러면서 "장선장의 마이웨이를 배우고 싶다. 많은 분들이 저를 흔들림 없는 사람, 당당하다고 말씀 해주시는데 저는 그렇게 당당하지 않다. 사실 쭈그리 같다"며 "어떤 순간에서도 뭐가 중요하고 쓸 데 없는 건지 아는 시선을 기르고 싶다"고 덧붙여 눈길을 모았다.
김태리/사진=넷플릭스 제공
김태리는 2092년의 우주를 어떻게 이해했을까. 그는 이에 대해서는 "우주에 발붙이기 어려운 느낌이 있었다. 선배님들과 같이 4개월 바짝 찍었는데 얘기도 많이 했다. 이런 저런 얘기하면서 장'르라는 것에 너무 속고 있는 거일수도 있다, 우주라고 해도, 2092년이라 해도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과 다를 바가 없다. 우주 집에 머무는 가족이고 가족애가 드러나기만 하면 이야기는 알아서 굴러간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우주영화라고 멀게만 느껴질 게 아니라 그러 식으로 접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인간이 환경을 망친다는 게 비슷했다.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고 우리 영화가 사람 이야기를 하지만 많은 부분을 터치하고 있다. 환경, 계급, 자본주의라는 점에서 지금과 와닿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하기도.
'승리호'를 통해 송중기, 진선규, 유해진 등과 호흡을 맞춘 김태리. 그는 송중기와의 케미에 대해서는 "송중기 오빠는 저랑 나이 차가 많지 않은데 정말 어른같이 느껴졌다. 현장에서 사람들과 함께 화합, 조화롭게 아우르더라"며 "제가 선장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중기 오빠야말로 선장에 어울리는 큰사람이라는 걸 느꼈다"고 감탄했다. 또한 진선규의 몸 쓰는 법, 유해진의 애드리브 등에도 찬사를 보냈다.
김태리는 특히 '승리호'의 한국적인 정서에 큰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SF는 서양 영화들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려지는 그림이 있는데 우리의 정서가 많이 녹아져있다. 한국적이다. 사람들이 우주복이라고 할 수 없는 헤진 옷을 입고 지구에서 먹을 것 같은 걸 먹고 작은 소품들 하나하나가 지구에서 쓸 것 같았다. 한국적인 맛이 있었다. SF를 하면서 이만큼의 정서를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고 조성희 감독님이 큰 길을 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SF 영화가 많이 만들어질 텐데 첫 걸음으로서 부족하지 않은 큰 걸음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김태리의 차기작인 '외계인' 또한 SF물이라는 지점에 대해 "진짜 새로운 장르가 한국 영화계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시점에 제가 두 개나 되는 작품에 출연한다는 게 감개무량하고 행복하다. 진심으로 운이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태리/사진=넷플릭스 제공
지난 2016년 영화 '아가씨'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태리는 이후 영화 '1987', '리틀 포레스트'에 이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등을 통해 대체불가 여배우로 거듭났다. '승리호'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그는 이에 대해서는 "아가씨'를 찍고 나서는 정말 부담감이 없었다. 나는 내가 잘 못할 걸 알고 있고 다음에 만날 작품도 나만의 힘이 아닌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걸 인지했다. 그런데 '리틀 포레스트', '1987'하면서 외부 압박보다는 제 자신이 이 인물을 어떻게 연기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승리호' 때 그게 너무 크게 왔다. '왜 나를 캐스팅하셨지?' 하면서 부담이 정말 많이 됐는데 넷플릭스로 갔기 때문에 관객수는 알 수가 없다"며 "부담보다는 내가 해오던 대로 내적으로 시나리오 안에서 뭘 할 수 있는지 고민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 다가오는 것을 열심히 해내자는 생각이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한편 김태리가 출연한 영화 '승리호'는 지난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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