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김태리(31)가 '승리호'로 배우로서 새로운 얼굴을 드러내며,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김태리는 15일 오전, 화상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서 5일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로 전 세계 190여 개국 시청자들과 만난 바 있다.
'승리호'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다. 한국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우주 배경의 SF 블록버스터로 뜨거운 기대를 모았던 '승리호'는 공개 2일 만에 해외 28개국에서 1위, 80개국 이상에서 톱 10순위에 들며 단숨에 해외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특히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영미권은 물론 덴마크, 핀란드, 이집트, 나이지리아 등 대륙을 막론하고 전 세계에서 골고루 사랑받고 있어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김태리는 극 중 비상한 두뇌와 남다른 리더십으로 승리호를 이끄는 장선장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위풍당당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레이저 건을 들고 활약하며 새로운 걸크러쉬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먼저 김태리는 '승리호'의 글로벌 인기에 대해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든다. 우리 조성희 감독님이 오랜 시간 준비한 영화인데 큰 호응을 얻어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다. 함께한 선배님들과 만날 때마다 열심히 자축하고 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전 세계를 정조준한 인기 비결에 관해선 "영화가 굉장히 한국적이다. SF물이라고 하면 서양 영화에 익숙해져 있어서 딱 그려지는 그림이 있지 않나. 근데 '승리호'는 SF를 하면서 이렇게 한국적인 정서를 녹여냈다는 게 놀라웠다. 첫걸음이라고 해서 부족하지 않은 큰 걸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자신 있게 내세웠다.
'승리호' 출연은 김태리에게도 도전이었다고. 그는 "'최초'라는 말이 주는 설렘이 컸다. 장선장 캐릭터에 대한 설렘도 컸다. 제 이미지와 상반되는 다른 면에 끌렸다. 쉽게 상상이 안 돼서 도전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지점이 보이지만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였다. 장선장은 대의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변화를 겪는 다른 인물들에게선 보이지 않는, 처음부터 끝까지 신념이라고 할까 정의가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단순하면서 따뜻하고 이야기 속에서 장선장 혼자만이 해내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는 지점이 재밌었다. 미래에 인간들이 우주로 나가면서 쓰레기가 넘친다, 그러면 그 쓰레기를 치우는 인간들이 생겨나갈 것이고 이런 콘셉트 자체도 재밌었다. 본 적 없는 이야기라서 좋았다"라고 이야기했다.
한국 최초 우주 SF물에는 어떻게 접근했을까. 김태리는 "선배님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우리가 너무 장르라는 것에 속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우주, 2092년이라 해도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과 하등 다를 바 없는데 말이다. 우주 영화라고 멀게만 느낄 게 아니라 어차피 사람 얘기니까, 그런 식으로 접근해갔다"라고 설명했다.
'승리호'에 이어 또 다시 한국형 SF 영화 '외계인'(감독 최동훈)에 출연하는 김태리. 이에 대해 그는 "정말 감개무량하고 너무 행복하다. 진짜 진심으로 운이 좋은 것 같다. 제가 지금 이 순간에 배우를 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거 같다. 그저 기쁠 따름이다"라며 "'승리호'를 선택했을 때처럼 '외계인' 안에서 존재하는 제가 어떤 얼굴일까, 어떤 인물일까 기대되고 궁금하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출연진과 특급 케미를 자랑하기도. 김태리는 "제작진, 출연진 다들 너무 베테랑들인데 다 SF는 처음하는 거였다. 근데 다들 열심히 만들어가는 거다. '승리호' 속 태호(송중기), 장선장, 타이거 박(진선규), 업동이(유해진) 넷이 가족 같이 지내는 것처럼 현장도 똑같이 그런 식으로 굴러갔다. 그래서 더 뿌듯했다"라며 "케미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서로 사랑과 농담과 애정과 구박으로 넷이 같이 촬영하는 게 좋았다. 정말 즐거운 기억이었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특히 그는 유해진에 대해 "업동이 역할이 굉장히 구체적인 콘셉트가 있던 캐릭터이고 사람이 아니지 않나. 거기서 어떻게 발전할지는 온전히 유해진 선배님의 몫이었다. 저는 쓰여진 각본대로 했다면, (유)해진 선배님은 더 재밌고 유쾌하게, 그 이상의 것을 하셨다. 선배님이 정말 준비를 많이 해오신다. 애드리브가 그 순간 떠올라서 뱉은 말이라고 생각하시는데 그게 아니라 그전부터 오래 생각해서 시도하시는 거다. 이 대사와 이 대사 사이에 이 말이 들어가면 잘 보여줄 수 있겠다, 이런 식의 대사들을 연구해 오시는 거다. 너무 놀랍다. 저는 그렇게 연기를 못하니까. 그렇게 준비를 해와도 사실 순발력이 좋아야 할 수 있는 것이기에 너무 놀라웠다"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송중기에 대해선 "저랑 나이 차이가 많지 않은데 정말 어른같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제가 장선장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송중기 선배님이야말로 선장에 어울리는 큰 사람이라고 느꼈다"라고 치켜세웠다.
김태리는 진선규에 대해선 "액션이 많았는데 제일 중요한 건 다치지 않는 것이지 않나. 진선규 선배님은 보여줘야 하는 동작을 정확히 보여주되 정말 가볍고 다른 사람이 다치지 않게 움직인다"라고 극찬을 보냈다.
김태리는 2016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로 상업 영화 데뷔에 나선 이후 '1987' '리틀 포레스트',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승리호'까지 모두 성공시키며 흥행 불패 신화를 써 내려간 바.
김태리는 본인의 매력을 묻는 말에 "편안함, 솔직함, 꾸미지 않는 마인드인 거 같다"라고 쑥스러워하며 답했다.
작품 선택 기준은 무엇일까. 김태리는 "전체적인 시나리오를 보는 것 같다. 그렇지만 결국 선택하는 지점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다. '아 모르겠다' 하면서 마음이 끌리는 작품을 결정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김태리는 "'아가씨'를 찍고 나서는 정말 부담감이 없었다. 내가 잘 못할 걸 알고 있고 다음 작품도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는 걸 인지하고 있었고 그게 당연했기에 부담감이 없었다. 외부에 압박보다는 저 자신이 이 인물을 어떻게 연기할지 그거에 대한 스트레스,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승리호' 때 (스트레스가) 너무 크게 왔다. 왜 나를 캐스팅하셨지? 이러면서 부담이 정말 많이 됐는데 그냥 지금은 그렇게 생각한다. 부담보다 지금까지 해 오던 대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런 거나 열심히 고민하자, 쓸데없는 생각 말고 다가오는 걸 열심히 하자 이렇게 으쌰 으쌰하고 있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사진 =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