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태리(31)가 “‘승리호'는 내 필모그래피 중 흥행에 있어 가장 부담된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우주 SF 영화 '승리호'(조성희 감독, 영화사 비단길 제작)에서 한때 악명 높은 우주 해적단의 선장이었지만 현재는 신분을 바꾼 후 승리호를 이끄는 리더가 된 장선장을 연기한 김태리. 그가 15일 오후 진행된 국내 매체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승리호'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할리우드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우주를 배경으로 조성희 감독만의 상상력과 한국 영화계의 기술력이 만들어낸 한국 최초 우주 SF '승리호'. 초능력 수트를 입고 우주를 넘나드는 할리우드의 초호화 히어로가 아닌 2092년을 배경으로 우주쓰레기를 치우는 최하위층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한 소시민 우주 블록버스터를 다룬 '승리호'는 그동안 선보였던 히어로, 우주 SF 장르와 차별화를 가지며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다.
특히 '승리호'는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한 김태리의 파격적인 변신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극 중 막말은 기본, 늘 술에 절어 있고 안하무인 성격 탓에 거친 우주 노동자들도 혀를 내두르는 장선장을 연기한 김태리. 못 다루는 기계가 없고 비상한 두뇌와 남다른 리더십으로 결정적인 순간마다 빛을 발하며 승리호를 이끄는 젊은 리더를 연기한 김태리는 승리호에서 가장 이성적이고 현실적이며 정의롭지 못한 일에 단호함을 드러내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또 한 번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영화 '아가씨'(16, 박찬욱 감독)를 시작으로 '1987'(17, 장준환 감독) '리틀 포레스트'(18, 임순례 감독),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까지. 무패 신화를 이어가는 '흥행퀸' 김태리는 "솔직하게 '아가씨' 이후 작품에 흥행 부담감은 없었다. 그때는 내가 잘 못 할 걸 알고 있고 다음 작품 역시 나만의 힘이 아닌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담감 없이 다음 작품을 선택할 수 있었다. '1987' '리틀 포레스트' 등이 그랬다. 흥행 부담보다는 나 자신이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다"고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승리호' 때 주변에서 말하는 흥행 부담감이 정말 크게 왔다. 외부의 기대감이 부담감으로 왔다. 오죽하면 '왜 나를 이 작품에 캐스팅 했나' 싶은 스스로의 원망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승리호'가 개봉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로 공개돼 흥행 관객수는 알 수 없게 됐다. 지금은 내가 해오던 것처럼 시나리오에 최선을 다하자는 고민만 하기로 했다. 지금 다가오는 것을 열심히 해내고 싶다"고 소신을 전했다.
'승리호'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 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등이 출연하고 '늑대소년'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의 조성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됐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