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승리호' 조성희 감독 "아이 '꽃님' 통해 화합 메시지"
호평·혹평 엇갈리는 반응에도 넷플릭스 사흘 연속 재생 1위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가 지난 5일 베일을 벗었다. 반응은 분분하다. 재미와 감동이 있다는 칭찬과 할리우드 표방에 불과하다는 혹평이 양립한다. 후자는 대개 스페이스오페라(우주를 무대로 전개되는 활극)에 익숙한 관객들의 반응이다. ‘스타워즈’ 시리즈·‘세레니티’·‘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등을 연상케 하는 장면과 밋밋한 전개, 부족한 개연성, 신파 등으로 박한 점수를 준다. 기술적 성취만 이뤘다고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승리호’는 세계에 동시 공개되고 사흘 연속 가장 많이 재생됐다. 남녀노소 모두를 홀릴 만한 매력이 충분한 것이다. 조성희 감독은 "온가족이 2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점이 관객을 사로잡았다고 보나.
"우주에 대한 호기심이 아닐까. 한국에서 우주 추격전 등을 어떻게 구현했을지 궁금하게 생각한 것 같다. 한국이 다양한 영화를 제작한다고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야기 전개 등에 대한 지적도 잇따르는데….
"오락영화로 만들려면 볼거리, 액션, 캐릭터 등 갖춰야 할 요소가 많다. 성취한 점이 있지만 놓친 점도 많다. 시간 관계상 삭제한 장면도 꽤 되고. 드라마에 약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전작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등에 이어 또 아이(꽃님)가 등장하는데….
"아이를 계속 등장시키는 건 가족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아서다. 이번에는 영화의 핵심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 우주의 눈으로 보면 버릴 것이 없다고 하지 않나. ‘승리호’가 꽃님의 손에 이끌려 그렇게 읽히길 바랐다. 모든 선원이 그를 저버리지 않으면서 화합하듯."
-어떤 영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나.
"딱히 꼽을 만한 작품은 없다. 시나리오를 쓰다 막혔을 때 애니메이션 ‘코코’로부터 도움받긴 했다. 죽은 가족과 다시 만나는 장면을 보며 불안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승리호의 외형을 투박하고 우악스럽게 표현했던데….
"대충 봐도 육체 노동의 냄새가 나길 바랐다. 내부도 마찬가지다. 우주선은 크지만 정작 선원들이 생활하는 공간은 좁다. 짐칸이 대부분을 차지해 앞쪽에 몰려 있다. 미국에서 본 트럭을 참고했다. 며칠 동안 끝없이 도로를 달리는데, 먹고 자는 공간은 운전석이 전부다. 그만큼 우리 삶에서 뭔가 누리는 시간은 적다. ‘승리호’의 선원들도 똑같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다."
-아이맥스나 3D 상영을 염두에 둔 장면들이 보인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만 재생돼 아쉽지 않나.
"안타까움보다 감사함이 더 크다. 코로나19 시국에서 관객을 만난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작업을 끝내고도 개봉하지 못하는 작품이 상당히 많다. ‘승리호’는 좋은 선택을 했다."
-온가족이 모여 볼 수 있게 신경을 많이 썼다던데….
"초등학교 때 영화관에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관람한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너무 재미있었다. 그때 감정을 어린이들이 ‘승리호’에서 느꼈으면 했다. 그래서 욕설을 최대한 넣지 않았고, 폭력도 조심스럽게 묘사했다. 이야기 또한 이해하기 쉽게 변형했고. ‘너무 표현이 약한가’라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승리호’를 또 보여달라는 아이들이 많다고 하더라. 좋다. 보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