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배우 김태리가 전형적이지 않은 장선장의 매력에 끌렸다고 말했다.
김태리는 15일 진행된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감독 조성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승리호’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파괴 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늑대소년’,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짐승의 끝’, 단편 ‘남매의 집’을 연출한 조성희 감독이 선보이는 우주 SF 블록버스터다.
지난 5일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승리호’는 2일 만에 해외 28개국에서 1위, 80개국 이상에서 TOP 10순위에 들었으며,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영미권을 비롯해 덴마크, 핀란드, 이집트, 나이지리아 등 각국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날 김태리는 “해외 거주 중인 지인이 영화를 본 후 연락을 줬는데 신기했다”며 “‘아가씨’의 경우 국내 개봉 후 1~2년 후에야 해외 개봉해 반응이 전해졌는데 ‘승리호’는 동시 공개돼 반응을 즉각 체감할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김태리는 ‘승리호’에서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리더 장선장으로 분한다. 그는 “시나리오를 보고 감독님께 ‘왜 장선장에 나를 떠올렸냐’고 가장 먼저 물었다”고 떠올렸다.
“시나리오를 보며 처음엔 내 얼굴로 읽히지 않은 게 사실이다. 여태 연기한 배역 대부분 대사를 읊으면 자연스럽게 내가 대입되곤 했지만 장선장은 달랐다. 내 질문에 감독님이 전형적으로 그려지지 않길 바란다고 답했다. 여리여리한 사람이 조종석에 앉아 가만히 있을 때 뿜는 힘이 클 거라는 말에 설득됐다.”
장선장은 올백 단발머리에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레이저 건을 겨누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다. 김태리는 “장선장의 복장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감독님이 선글라스를 꼭 착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런 형태의 선글라스를 처음 착용해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웃었다.
여성 선장이 이끄는 ‘승리호’. 젊고 단단한 김태리의 장선장이 이끄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반면 장선장의 비중이 크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는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 조성희 감독의 스타일이 아닐까. 아이들이 나오고 특정 부분을 부각하는 과정은 감독의 몫이지만 아쉽다. 전사도 많고 들려줄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이야기 전체의 흐름과 완결성, 감독의 색 등을 고려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한국 최초 SF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부담되지는 않았냐는 물음에 김태리는 “설렜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부담도 됐지만, 할리우드에서만 보던 우주 활극을 한국 배우들이 연기한다는 것에 설레고 궁금했다. 게다가 내 얼굴도 있다면 어떨지 기대가 컸다”고 떠올렸다.
우주선은 다분히 한국적인 공간으로 꾸며졌다. 김태리는 “지구에서 사용하던 냉장고, 소파 등이 ‘승리호’에 놓여 있어서 생활감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껏 상상해온 우주복이 아니라서 처음엔 생소했는데 이야기를 보니 인물 각자 지닌 색이 매력적이었다”며 “영화를 본 후 촬영 당시 완성된 모습을 상상하며 연기했다면 더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 만큼 인상적인 장면이 많았다”라며 만족감을 보였다.
조성희 감독과의 첫 작업. 김태리는 “수줍은 고집쟁이 천재 같다”며 함께 일한 느낌을 전했다. 이어 “첫 만남 자리에 노트를 들고나와서 장선장을 스케치하셨다. 그림을 통해 상상해서 독창적 장면이 나오는 거 같다. 수줍음이 많은 편인데 고집쟁이다. 이야기를 10년 넘게 준비한 만큼 합리적으로 그려온 그림이 확고했다”고 전했다.
김태리는 승리호의 선원들인 태호, 장선장, 타이거 박, 업동이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타이거 박을 연기한 진선규에 대해 “연극을 보러 갔다가 처음 인사를 나눴다. 그 순간 받은 선한 느낌이 잊히지 않는다. 함께 연기하면 정말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현장에서 연기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잘 따라가고 있는지 묻고 감정이 계속 맞는지 의심했다. 나도 '한 의심' 하는데 나보다 더 한 사람이었다”며 웃었다.
태호로 분한 송중기에 대해서는 “나이 차가 많이 나지 않는데도 사람들을 잘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가씨’ 때는 몰랐던 부분이 한 작품씩 거듭하며 눈에 들어오고 있다. 송중기는 ‘승리호’의 중심에서 모든 사람을 다독이고 챙겼다”고 전했다.
최근 SNS를 개설하고 소통에 나선 김태리는 “내 의지로 만든 건 아니었다”며 웃었다. 그는 “소속사에서 만들자며 오랜 시간 제안해왔다. 대신 올릴 사진은 함께 선택하기로 약속하고 개설하게 됐다. 요즘 이것저것 사진을 고르며 하나씩 게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