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보면서 마냥 판타지 속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LA에 온 뒤로 케인과 그 친구들을 만났고, 실제 존재하는 세계라는 걸 알게 됐죠.”
넷플릭스 8부작 리얼리티 '블링 블링 엠파이어'
LA 거주 아시아계 부자들의 일상과 고민 담아
넷플릭스 8부작 리얼리티 〈블링 블링 엠파이어(Bling Empire)〉의 시작.
이 콘텐츠는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Crazy Rich Asians)〉의 실사판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 개봉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중국계 미국인 갑부들의 삶을 해학적으로 보여주며 흥행에 성공했다.
2021년, 코로나 집콕이 일상이 된 세계인들 앞에 2년 전 그 영화의 실제 버전이 등장했다. 넷플릭스가 1월 선보인 〈블링 블링 엠파이어〉는 LA에 사는 아시아계 갑부들의 일상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아래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블링 블링 엠파이어〉는 한국계 미국인 케빈을 중심으로 출발한다. LA로 이사한 케빈은 새로 사귄 친구 케인이 알고보니 석유, 부동산 회사 등 여러 업체를 거느린 재벌가 자제임을 알게 된다. 이후 케인을 통해 아시아계 갑부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의 꿈같은 일상에 스며든다.
출연진의 '뿌리'는 다양하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그러나 아무래도 가장 비중이 높은 건 중국계다. 소위 범중화권(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으로 따졌을 때 화교 출신 출연자가 가장 많다.
한국계 입양아 케빈은 '재벌 친구' 케인을 통해 LA 아시아계 갑부의 화려한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그들은 파티와 전세기 탑승이 일상이고, '플렉스(FLEX)'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며 부를 과시한다. 사교계 여왕 간의 신경전도 그려지며, 이들은 거침없이 자신을 표현한다.
지금 사는 곳은 미국이지만, 이들에게는 아시아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다. 미국 현지에서 '차이니즈 뉴 이어(Chinese New Year's Day)'라 부르는 음력 설을 축하하고, 아이의 백일 잔치도 챙긴다. 명절에는 '빨간 봉투' 훙바오(红包)도 전달한다. 고민이 있을 때 점이나 샤머니즘에 기대거나, 불교 신자로서 집안에 제단을 만들고 기도하기도 한다.
동양 사회의 제도와 관습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사교계의 여왕 크리스틴은 대를 잇기 위해 무려 10년 간 시험관 아기 등 각종 시술을 견뎌가며 아들을 출산했다. 이게 끝은 아니다. 이제 둘째를 원하는 남편과의 2라운드 갈등이 시작된다.
중국계 셰리는 동거인 제리와 사이에 자녀 둘을 낳았지만,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다. 동양 문화에 구속받지 않는 인물로 보이지만, 실제로 그녀와 친구들은 결혼을 거치지 않고 동거하는 현재를 불안해하고, 주변의 시선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밖에 어린시절 입양이나 부모의 이혼 등으로 인해 떨어져 지낸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수소문하는 이들의 에피소드도 담겨있다.
이 리얼리티는 제목 그대로 '블링 블링'하다. 값비싼 보석과 자동차, 떠들썩한 파티는 아시아계 부자들의 클라스가 다른 삶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들 역시 고민은 있다. 부모, 자식, 친구, 연인 문제로 속 끓고 아파한다. 일명 '넷플릭스 증후군', 뭘 볼지 몰라 몇 시간째 방황하고 있다면, 부담없이 가볍게 볼 만한 리얼리티다.
차이나랩 홍성현
[출처: 중앙일보] 화려한 파티와 전세기 판타지 아니었다…화교 갑부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