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포럼]온택트 시대, 망(network)의 경제학
최종수정 2021.02.15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 삶에는 ‘비대면의 일상화’라는 변화가 나타났다. 이러한 비대면은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 속의 오랑시(市)처럼 "단절의 고통과 불안감"으로 치닫기보다는 ‘온택트’를 통한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의 전환을 가져오고 있다. 재택근무·온라인 수업의 효율성을 제대로 체득하고 e커머스, 넷플릭스·왓챠,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이 증가한 것은 ‘고립’의 의미를 무색하게 한다. 이러한 온택트 시대의 가장 중요한 기반은 유·무선 망(network)이다.
망을 이용하는 서비스는 누구나 자유로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허가를 득한 소수의 통신사업자만이 제공할 수 있다. 통신망 구축에 소요되는 투자비용이 높고, 망의 외부성으로 신규 사업자가 유효경쟁을 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망의 효율적 이용의 연장선에서 최근 가장 중요한 이슈는 단연코 ‘로컬 5G(5G 특화 통신망)’다. 통상 우리가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통신사의 기지국과 서버를 거쳐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특화된 혹은 제한된 지역을 기반으로 서비스가 이뤄지는 경우 속도·품질·보안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스마트팩토리에서 통신사의 5G 망을 이용할 때 성능·지연시간 최적화가 곤란하며, 또한 통신사 망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즉각 대응이 어려워 생산 등에 직접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이에 통신사가 아닌 일반 기업이 자신의 공장, 항만 등 제한된 지역에서 특수 용도로 운영하기 위해 만든 망이 로컬 5G다. 이미 미국, 독일, 일본, 영국 등은 선제적으로 도입했고 수요기업들이 다양한 융합 기술을 개발 중이다. 미국의 구글·아마존, 독일의 보슈(Bosch)·지멘스·폭스바겐·아우디, 일본의 파나소닉·도시바·히타치 등이 이미 로컬 5G 기반 서비스의 개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달 로컬 5G 사업자를 통신사 외 수요 기업까지 확대하도록 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주파수를 28㎓ 대역 위주로 제한해 공급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28㎓ 대역은 초고주파수로 접속 속도는 빠르지만 안정성이 떨어진다. 즉 직진성이 강해 장애물이나 차폐물을 우회하기 어렵고 따라서 도달 가능 거리가 짧다. 저주파 대역인 3.5㎓만큼 도달거리를 확보하려면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장비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해외에서도 28㎓ 대역의 로컬 5G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경우 고려사항이 적은 28㎓ 대역을 먼저 할당했으나 그 이용이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추가로 4.7㎓ 대역을 검토해 할당했다. 미국도 최근 3.55~3.7㎓ 사이의 대역을 승인했다. 독일 연방통신청은 3.7~3.8㎓ 대역을, 영국 방송통신청도 1.8㎓, 2.3㎓, 3.8~4.2㎓ 대역을 공용 주파수 대역으로 정하고 로컬 5G 면허를 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로컬 5G가 실질적으로 조속히 상용화되도록 로컬 5G 면허를 발급하는 주파수 대역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로컬 5G를 통해 글로벌 5G 융합 서비스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함으로써 세계 최초 5G 상용화 국가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드높이길 바란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