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법 등 플랫폼 규제법의 평가와 향후 과제
이성엽 교수(고려대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회장) 입력 : 2021-02-15 오전 9:37:12
Ⅰ. 들어가며
4차산업혁명이 진전되면서 나타난 현상 중 하나가 플랫폼의 급속한 성장이다. 플랫폼이란 공급자와 수요자 등 복수 그룹이 참여해 각 그룹이 얻고자 하는 가치를 공정한 거래를 통해 교환할 수 있도록 구축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콘텐츠 제공자와 시청자의 거래를 중개한다는 의미에서 넷플릭스 외에도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이 플랫폼이다.
언택트 경제로의 전환, ICT의 발전, 데이터의 집중 등 몇 가지 요인으로 인하여 플랫폼 기업의 독점력이 강화되면서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인터넷 품질 유지 의무, 불법 콘텐츠 유통방지 의무는 입법화되었으며 온라인 플랫폼상 중개거래의 공정화, 이용자 보호 규제는 입법이 진행되고 있다. 이하에서는 국내외 입법례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평가와 과제에 대해 검토해보고자 한다.
Ⅱ. 플랫폼 규제 입법의 내용과 평가
1. 넷플릭스법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부가통신사업자에 서비스 품질 유지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2020년 12월 10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한국 통신망에 무임승차한다는 논란이 확산되면서 대표적인 기업인 넷플릭스의 명칭을 따 '넷플릭스법'이라고도 한다. 동법에 따르면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의 국내 하루 평균 이용자 100만 명 이상이면서 국내 일 평균 트래픽 양이 국내 총량의 1% 이상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의무를 부과하는데 이에 따르면 넷플릭스,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 5개사가 대상이다. 주요 의무는 트래픽의 과도한 집중이나 기술적 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 서버 용량과 인터넷 연결의 원활성 등에 대한 안정성 확보 등이다.
동법에 대해 플랫폼 기업들은 통신사의 의무를 콘텐츠 제공자에게 전가하고 있으며 해당 의무를 해외 사업자에게 강제할 방안이 없어 해외 기업과 역차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법은 콘텐츠사업자에게 최초로 망품질 유지의무를 부과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2. n번방 방지법
2019년 여성의 성착취 영상물을 찍어 텔레그램에 올린 성범죄 사건인 소위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 사업자의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 책임을 강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불법촬영물 등'이란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른 불법촬영물,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에 따른 불법편집물, 청소년성보호법 제2조제5호에 따른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해당하는 정보"이다. 일평균 이용자 10만 명 이상 또는 연평균 매출액 10억 원 이상 사업자 중 SNS·커뮤니티·대화방, 인터넷개인방송, 검색서비스를 제공하는 자 및 웹하드사업자의 경우 불법촬영물 등의 유통을 사전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검색결과 송출제한, 필터링 등의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내년 말부터 이행해야 하며 임원 또는 담당 부서의 장을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 책임자로 지정해야 한다.
개정법안과 현행법의 차이는 플랫폼의 조치의무가 종전 불법촬영물에서 디지털 성범죄물 전반으로 확대되고 웹하드사업자에게만 적용되던 기술적 조치의무를 플랫폼사업자 일반으로 확대한 것이다. 미국도 인터넷 불법·유해정보의 유통에 있어 이용자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를 취할 경우에는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통신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y Act) 제230조를 개정하여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0년 6월 EU 집행위원회가 마련한 디지털 서비스법안(Digital Service Act)도 주로 불법 콘텐츠 규제 등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온라인 중개업체의 의무와 책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3.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지난 1월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안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이란 재화 또는 용역(일정한 시설을 이용하거나 용역을 제공받을 수 있는 권리를 포함)의 거래와 관련된 둘 이상 이용자 간의 상호작용을 위하여 정보통신설비를 이용하여 설정된 전자적 시스템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매출액 100억 이상의 범위에서 시행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 또는 판매금액 1000억 원 이상의 범위에서 시행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의 플랫폼사업자에 대하여 필수기재사항을 명시한 계약서 작성·교부의무, 계약내용 변경 및 서비스 제한·중지·종료 시 사전통지의무를 부과하고 플랫폼 사업모델의 특성에 맞는 거래상 지위 인정 기준을 도입했다.
지난해 7월 12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EU의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EU 이사회 규칙'과 2020년 6월 3일 제정된 일본의 '특정 디지털 플랫폼의 투명성 및 공정성 향상에 관한 법률'과 유사하다. EU 규칙은 온라인중개서비스 제공자 외에도 온라인 검색엔진 제공자에게도 노출 순위 결정 변수, 상품의 차별 취급 등에 대한 설명을 약관에 명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는 차이가 있다. 검색엔진, 스트리밍 플랫폼, 다중채널네크워크(MCN, Multi Channel Network) 등의 경우 플랫폼과 계약관계가 없는 사업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므로 거래 개시를 알선한다고 볼 수 없어 법 적용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4.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
지난해 12월 11일 전혜숙 의원이 대표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을 발의하였다. 법안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이란 이용자 간에 의사소통 및 정보교환, 재화·용역 또는 디지털콘텐츠의 거래 등 상호작용을 매개하기 위해 전기통신설비와 컴퓨터 및 컴퓨터의 이용기술을 활용하여 정보를 수집·가공·저장·검색·송신 또는 수신하는 정보통신체제를 말한다. 법 적용대상은 검색(구글·네이버), SNS(페이스북·카카오) 등 정보교환 매개 또는 앱마켓(구글 play store, 애플 app store), 오픈마켓(네이버·쿠팡) 등이 대상이며 일정 규모 이상의 모든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규정과 대규모 독과점사업자에게만 적용되는 규정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사전규제로서 플랫폼사업자에게는 계약기간, 수수료 등 거래기준 사용 권고, 계약변경·서비스 중단 시 이용사업자에 대한 사전통지 의무, 콘텐츠 판매 관련 정보를 이용사업자에게 제공할 의무, 이용요금, 해지절차 등이 규정된 약관을 신고할 의무를 부과한다. 대규모 플랫폼사업자는 노출 기준 공개의무·이용자 선택권 보장 등 의무를 부담한다. 사후규제로서는 대규모 플랫폼사업자에게는 거래거절·이용제한, 각종 비용(판촉비·환불비용 등)의 이용사업자 전가, 이용사업자 간 차별, 거래상대방 제한, 부가서비스 강제 가입 등 끼워팔기 등의 행위가 금지되고 모든 플랫폼사업자에게는 약관위반·요금 등 중요사항 미고지, 이용조건 변경 시 사전 미고지, 해지권 제한, 허위·과장·기만 광고 등의 행위가 금지된다.
지난해 12월 EU 집행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사후규제에 대한 한계를 인식하고 불공정 행위에 대한 사전규제를 강화하고자 디지털 시장법안(Digital Markets Act)을 발표했다. 일정 요건을 갖춘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게이트키퍼(gatekeeper)로 지정하여 자사와 타사 플랫폼에서 발생한 개인정보를 결합하지 말 것, 상업적 이용자가 자사 플랫폼에서 판매한 조건과 다른 조건으로 타사 플랫폼에서 상품 등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할 것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Ⅲ. 결론
위 법 외에도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안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영상진흥기본법 개정안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Over The Top)를 포함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법 제정이 추진되면서 몇 가지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먼저 여러 부처가 동일한 사업자를 대상으로 다수법을 추진하면서 중복입법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방통위의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은 개인과 기업 간, 기업 간 시장을 아울러 규제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기업 간 분야를 규제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의 중복입법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계약서 작성, 교부, 사전통지, 약관 신고 등 투명성 의무가 도입되고 있다는 점은 기존의 사후규제 중심의 경쟁법 집행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이기는 하지만 사후규제기관인 공정위와 방통위의 본질적 업무영역에 속하는지 의문이다. 경쟁법의 이념은 시장을 사전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후적으로 위반사항이 발생할 때 제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의 '검색결과·추천 등 노출 순서나 방식을 결정하는 기준 공개'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상 '노출순서의 주요 결정기준'은 기업의 영업비밀에 속하는 알고리즘 공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쟁적이다.
향후 다양한 의견청취와 심층적인 토론을 통해 합리적이고 실효성이 있는 규제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이성엽 교수(고려대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