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중기 "우주SFㆍ아버지 역할 모두 처음…한국적 감성이 통했죠"
최송희 기자입력 : 2021-02-15 00:00
넷플릭스서 글로벌 차트 1위…국가대표 된 느낌할리우드 능가한 CG…우주유영 장면 문의 빗발다인종 배우와 호흡…낯설지만 해외서 큰 반응
지난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승리호'(감독 조성희)도 마찬가지다.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 '늑대소년' '탐정 홍길동' 조성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기획 단계부터 '한국 영화 최초' 우주 SF 블록버스터라는 점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작품 선택에 있어서 두려움 같은 건 없어요.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은 꾸준히 있었죠. 오히려 '잘됐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변에서 저를 보면서 (작품) 선택을 과감하게 한다고 말해요. 저는 저 자신이 끌리는 걸 (선택)하는 편이라, 과감한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하하."
영화 '승리호'가 넷플릭스에 안착하기까지, 그야말로 '다사다난' 했다. 제작비 24억원의 대작 영화로, 여름 성수기 개봉을 목표로 했으나 코로나19 여파에 개봉이 두 차례나 밀려 결국 넷플릭스에서 공개하게 됐다.
"안타까웠죠. 하지만 감독님을 비롯해 스태프, 제작자분들이 더 그랬겠죠. 이 상황이 사람이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마음이 흔들리거나 위축되지는 않았어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영화가) 공개되는 것만도 감지덕지죠."
"드라마 '빈센조' 촬영 중에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 1위) 소식을 듣게 됐어요. 솔직히 얼떨떨했죠. 믿겨지지 않더라고요. 전 세계에서 영화를 봐주신다고 생각하니 좋은 건 사실이죠. 저도, 우리 팀도요."
영화 '승리호'의 CG(Computer Graphics·컴퓨터 그래픽), VFX(Visual FX·시각특수효과) 수준은 할리우드를 능가할 정도. 앞서 '신과 함께' 시리즈로 한국 영화 CG·VFX의 가능성을 엿보았다면, '승리호'를 통해 한국 영화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배우의 입장은 달랐을 것이다. 결과물에 관한 걱정을 거두고서라도 그린 매트에서 촬영하거나 함께 호흡을 맞출 상대가 없다는 것은 여러모로 그를 걱정하게 했을 것.
"CG 촬영이나 결과물에 관한 걱정은 없었어요. 이미 CG 촬영을 경험해본 데다가 (CG나 VFX가) 보편화하여있잖아요. 다만 호흡을 맞출 상대 없이 연기한다는 게 조금 힘들었어요. 업동이(한국 영화 최초 모션 캡처 캐릭터. 배우 유해진이 연기했다)와는 한 신을 두 번씩 찍었어요. 한 번은 유해진 형이, 한 번은 CG 용으로 찍었죠. 같이 있을 때는 확실히 편한데…. 혼자 찍으니 동선도 잊어버리고 혼란스러운 건 사실이었어요."
"우주를 유영하는 장면 같은 경우는 외부에서 문의가 많이 온대요. '어떻게 찍었냐'고요. 찍을 때도 어려웠지만, 찍고 나서 가장 뿌듯한 것도 바로 그 장면이에요."
영화 '승리호'는 SF 장르의 외피를 입었으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지극히 한국적인 감성들로 가득 차 있다. 해외 관객들이 신선하게 생각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흔히 접해왔던 SF 장르와는 결이나 메시지 등이 달랐던 것이다.
"한국 영화계에서 '승리호'는 우주 SF 장르를 도전한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해외 영화계에서는 우주 SF 장르에 한국적 감성이 담겨 더 신선한 것 같아요."
또 해외에서 큰 반응을 얻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다인종 배우를 채용하고, 그 나라 언어가 등장한다는 점이었다. 필리핀의 따갈로그어, 나이지이라의 피진어 등이 그대로 나와 각국 시청자들이 자국 영화임이 아닌데도 정확한 내 나라말이 나온다며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나이지리아 배우 카룸과 촬영할 때 (그가 구사하는 언어가) 낯설다고 생각했는데, 나이지리아 피진어라고 하더라고요. 지금 같은 해외 반응을 의도하고 캐스팅했다고 하셨어요. 감독님의 선택에 깜짝 놀라기도 했죠. 이 외에도 스페인어, 중국어, 러시아어, 스웨덴어 등이 등장하는데 참신하고 재밌었어요."
송중기에게 영화 '승리호'는 SF 장르라는 점 말고도 그에게 '아버지'라는 첫 역할을 준 작품이다. 데뷔 후 처음으로 아버지 역을 맡게 된 그는 "연기하는 배우보다, 관객들이 받아들이지 못할까봐 걱정"이라는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아버지 역할을 연기한다는 것에 관한 부담감은 없었어요. 다만 관객분들이 제 연기를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걱정스럽긴 했죠. '제가 이 역할을 해도 될까요?' 하는 입장이랄까요. 이미지나 캐릭터에 관한 고민은 없었어요. 처음이었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죠."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영화 '늑대소년'과 '승리호'의 연결고리다. 조성희 감독의 전작 '늑대소년'에서 순이(박보영 분)가 철수(송중기 분)의 보호자가 되어주었다면, '승리호'에서는 관계가 전복돼 태호(송중기 분)가 순이(오지율 분)의 보호자가 된다.
"사실 태호의 옛 이름은 철수였어요. '늑대소년'에서도 철수를 연기했고, '승리호'도 철수 역을 맡으니 재밌더라고요. 거기다 순이와의 관계성도 더욱 특별한 느낌이 들었죠. 조성희 감독님께 '철수'와 '순이'를 아이덴티티로 쓰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는데 쑥스러우셨던 모양이에요. 조 감독님의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팬서비스 차원으로도 반갑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영화 최초의 우주 SF 장르,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 1위 등에 이르기까지. 영화 '승리호'는 송중기에게도, 한국영화계에도 새로운 도전이다.
"시작할 때는 인지하지 못했는데, 개봉하면서 '승리호'가 '국가대표'처럼 소개되더라고요. 점점 더 책임과 부담이 느껴져요. 제게도 의미 깊은 작품이에요."
최송희 alfie312@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