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OTT 저작권료 논란, 창작자의 서글픈 현실
신대철 기타리스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음악 저작권료에 대한 언론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갈등관리의 실패 사례로 묘사하기도 한다. 급기야 일부 국내 OTT 사업자들은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평생 음악을 해온 한 명의 창작자로서 비통한 심정이다.
신설된 OTT 저작권료 요율 1.5%는 국제 수준에 비해 매우 낮다. 그러나 OTT 측은 이조차 기존 방송 저작권료에 비해 높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창작자를 비난하고 있다. 적반하장이다. OTT는 PC, 스마트폰, 태블릿, TV 등 모든 기기에서 재생된다. 하나의 계정으로 여러 사람이 사용 가능한 OTT의 음악 사용량은 기존 미디어와 차이가 있다. 가용 분야, 사용량 등에 따라 별도의 사용료가 책정되는 것이 저작권의 기본 원칙이다.
세계적으로도 OTT는 기존 방송과 다른 매체로 분류되고, 명확한 별도 규정이 있다. 미국 영국 독일은 물론 우리나라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까지 영화, 드라마 등을 서비스하는 OTT에 대한 음악 저작권료를 '2.5%' 수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국제 수준과 차이가 날 경우, 같은 음악이 국내에서만 저평가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국제통상적인 불균형이다. 하드락의 전설 '레드 제플린'의 노래가 담긴 영상물이 같은 OTT를 통해 송출되어도, 영국에서는 2.5%, 한국에서는 1.5%밖에 받을 수 없다. 국내 OTT산업은 글로벌스탠다드를 추구한다면서 유독 음악에 관해서만은 평가절하하고픈 욕망이 있나보다.
경악스러운 사실은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국내 OTT 사업자들이 지금까지 저작권료를 납부하던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수년간 무단으로 음악을 사용하며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었는데, 작년에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계좌를 무단으로 알아내어 일방적으로 0.1% 수준의 사용료를 이체해버렸다고 한다. 무단 사용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또 나중에 사용료 다툼 때 사용료를 지불했다는 근거를 남기기 위해 동원한 꼼수이자 편법이 아니고 무엇인가. 백번 양보해 사용료 지불의 근거라 해도 0.1%는 터무니 없이 적은 금액이다. 더군다나 매출액 등 산출 근거 자료는 아직까지 제출이 안 되고 있다고 한다.
여태껏 창작자들의 권익을 침해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존중마저 보여주지 않는다. 금액을 떠나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 예의를 저버린 행위라고 아니할 수 없다. 우리는 그들에게 이미 수년 간의 저작권 침해를 겪어왔는데, 이제 행정소송이라는 무력시위와 더불어 뒤따를지 모르는 2차 피해까지 걱정해야 한다.
작년부터 OTT음대협은 창작자가 과도한 저작권료를 주장하여 갈등을 빚어온 것처럼 말해왔다. 실상은 갈등이 아니다. 일방적인 저작권 침해 상황이다. 이 점을 간과한다면 이제는 아무도 저작권자와 먼저 협의하지 않을 것이고, 일부 국내 OTT처럼 서비스한 다음 나중에 규정이 비싸다고 주장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연일 K-OTT를 위한 각종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해외 사업자에 맞서 국내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도 한다. 그런데 그 논리가 창작자들의 '사유재산'인 저작권료의 침해에 근거하고 있다. 이것은 늘상 '규제'라는 이름으로 왜곡된다.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같은 일부 공공 기관조차도 이런 프레임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창작자들은 철저히 외면당해왔다.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K팝이 해외 미디어들에게, K팝이 경쟁해야 하니 혜택을 달라 요구한 적이 있던가? 어림도 없는 소리다. 당당히 실력으로 승부한 것이다. 우리의 OTT 역시 그래야 한다.
저작권은 효율성의 걸림돌이 아니라 기본값이다. 보다 좋은 콘텐츠를 얻기 위한 전체 생태계의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창작자들에게 불리한 시장구조와 문화를 바꿔보고자 '바른음원협동조합'에 몸담으며 여러모로 노력해왔다. 불합리한 현실을 당장 바꾸기는 힘들겠지만 변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국내 OTT가 진정 넷플릭스를 따라잡기 원한다면 넷플릭스보다 저작권료를 싸게 내려고 힘쓸 것이 아니라, 상품과 서비스의 질로 승부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