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인 2021.02.14
넷플릭스로 미디어를 보는 시대, 그리고 넷플릭스에 더 만족하는 시대에 공영방송에 TV수신료를 납부해야 하는지 의문 섞인 목소리가 늘고 있다. 한국만 그런 건 아니다. 영국에서도 수신료 납부를 하지 않는 비율이 늘고 있다.
미디어미래연구소는 ‘TV수신료에 관한 연구 : 영국TV수신료 통계분석’ 보고서를 내고 영국의 수신료 회피율이 증가세라고 밝혔다. 영국 TV수신료를 납부하지 않는 회피율은2010~2014년 5%대를 기록했는데 2016년부터는 6%를 넘겼고, 2020년 7.25%로 가장 높은 회피율을 기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 소장은 “근본적으로 넷플릭스 등 OTT 가입자가 급증하여 젊은 세대들이 BBC와 넷플릭스를 비교하기 시작했다”며 “BBC가 최근 75세 이상 기존 면제 대상에 대해 면제를 취소하는 조치를 취하게 되면서 TV수신료 회피 문제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수신료를 거부할 경우 벌금이나 법정구속이 가능한 상황에서 이러한 처벌을 폐지해야 한다는 청원마저 확산됐다”고 전했다.
▲ BBC 로고.
보고서는 영국과 한국의 수신료 현황을 비교했다. BBC의 2020년 수신료 수입은 25.2억 파운드로 한화로 5조3540억원 규모다. 한국 수신료 수입의 7~8배에 달하는 규모다. 영국 BBC는 전체 수입 가운데 수신료 비중에 71%를 차지한다. KBS의 경우 전체 수입의 46%를 수신료로 충당하고 있으며, KBS 역시 70% 비중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이 하루에 내는 수신료는 어느 정도일까? 보고서는 영국의 수신료는 가구당 1일 632원 꼴이고, 이를 평균 가구원수로 나누면 1인 당 하루 253원꼴로 공공방송 서비스를 보고 있다고 했다. 반면 한국은 가구당 81원, 1인당 34원을 지출하고 있어 격차가 컸다.
수신료 납부 내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보고서는 영국의 경우 BBC리포트를 통해 구체적 액수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을 전하며 가구당 하루 수신료 632원 가운데 TV 335원, 라디오 109원, BBC월드 서비스 61원, BBC온라인 61원 등으로 나뉜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은 디지털방송환경구축, 방송채널 운영, 난시청 해소, 시청자권익보호, EBS 지원 등 항목을 언급했을 뿐 지출 비중을 분명하게 명시하지 않고 있다.
▲ 영국과 한국 수신료 하루 수입 및 지출 비교. 자료=미디어미래연구소.
BBC의 경우 수신료 수입은 줄었지만 상업적인 수입은 늘어나는 추세다. BBC는 지난해 기준 TV수신료 수입 외에 29% 가량을 상업활동, 보조금, 로열티, 임대수입 등으로 채우고 있다.
김국진 소장은 “지금의 시청자들은 ‘내가 인정하는 경험에는 지불의사가 있으나 인정하지 않는 경험에는 지불하고 싶지 않아 한다’고 밝힌다. 넷플릭스 등 OTT 가입자 모델과 수신료 모델을 비교하는 세대가 존재한다”며 “공영방송이 시청자들의 지불의사를 높일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키고 미디어 가치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기”리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조조정 없는 신뢰 회복이 가능할 것인가? 구조조정의 비용은 당장 누가 지원하는가? 뉴스 보도, 방송, 인터넷, 경영 등에서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차별화해야 하지 않는가?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