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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딸에게 추천하고 싶은 직업"…10대 사로잡은 웹드라마 작가 (매경프리미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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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2.14 07:31 1,77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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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추천하고 싶은 직업"…10대 사로잡은 웹드라마 작가

플레이리스트 방유정, 정수윤 인터뷰
'덕질' '동거' '비혼'…진짜 1020 관심사 그려

김연주    입력 : 2021.02.14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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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드라마 `인서울` 8화 엄마랑 싸우고 집을 나왔다`의 한 장면. /자료출저=플레이리스트
▲ 웹드라마 '인서울' 8화 엄마랑 싸우고 집을 나왔다'의 한 장면. /자료출저=플레이리스트
[꽃직업꿀직업] "새벽부터 밥 차려놨더니 손 하나도 안 대서 다 갖다 버리게 하질 않나…. 어? 진짜 나 너 변덕 맞추고 사는 거 너무 힘들어."

"그래서 서울 가잖아. 가 주잖아. 변덕 부리고 이기적인 사람 없어지니깐 엄마 편하고 좋겠네. 그럼 된 거 아냐? 나라고 엄마랑 사는 거 뭐 쉬운 줄 알아."

웹드라마 '인서울' 8화 '엄마랑 싸우고 집을 나왔다'의 한 장면이다. 댓글 1만5000개가 한마음으로 엄마에게 못된 말을 한 주인공 다미를 꾸짖는다. 이런 격한 공감은 모두 한번쯤 가시 돋친 말로 엄마에게 상처 입혔던 10대 시절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쳇바퀴처럼 학교와 집만 오가는 일상에, 내 생각처럼 올라주지 않는 성적에 답답한 마음을 나를 사랑해 받아주는 사람들에게 풀어내던 날들 말이다.

1020세대의 공감에 힘입어 웹드라마는 방영만 됐다 하면 100만뷰가 기본이다. 1020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플레이리스트 웹드라마 작가 방유정(29), 정수윤(28) 씨를 만났다. 이들이 속한 플레이리스트는 '연애플레이리스트'라는 웹드라마의 시초를 연 디지털 콘텐츠 전문 제작사다. 최근 종영한 학교폭력이란 무거운 주제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라이브온'이 방 작가의 대표작이다. 정 작가는 '또 한 번 엔딩' '내리겠습니다 지구에서' '인서울' 등 인기 웹드라마를 다수 집필했다.
 
연애, 성, 덕질…진짜 1020 '삶' 다룬다

`또한번 엔딩`은 신혼부부 전세 대출을 받기 위해 결혼을 결심한 비혼주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웹드라마는 `동거` `비혼` `20대의 성생활` 등 기존 TV드라마에서는 다루지 않거나 혹은 못했던 `진짜 1020의 관심사와 삶`을 다룬다. /자료출저=유튜브 캡처
▲ '또한번 엔딩'은 신혼부부 전세 대출을 받기 위해 결혼을 결심한 비혼주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웹드라마는 '동거' '비혼' '20대의 성생활' 등 기존 TV드라마에서는 다루지 않거나 혹은 못했던 '진짜 1020의 관심사와 삶'을 다룬다. /자료출저=유튜브 캡처
웹드라마는 10대가 쓴 것처럼 그들의 일상을 고스란히 그린다. 앞서 소개한 웹드라마 '인서울'은 제목부터 그렇다. 고등학교 3학년 주인공 다미가 엄마로부터 독립해 혼자 살고 싶어 서울 소재 대학 진학을 꿈꿔 제목이 '인서울'이다. 독립을 원하는 이유마저 '아이돌 덕질'을 마음껏 하기 위해서다. 친구 대신 아이돌 콘서트 티케팅을 하다가 '고3이 공부는 안 하고'라는 잔소리를 한바탕 듣는 장면에는 "핵공감"이란 댓글이 무수히 달린다.

'원나잇' '동거' '비혼' 등 나이 지긋한 분들이 보면 뒷목 잡을 소재도 끊임없이 다룬다. 기존 TV 드라마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혹은 다루지 못했던 소재들이다. 'XX'란 욕설도 여과 없이 고스란히 들린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웹드라마 '잘하고 싶어'는 아예 '공부, 연애, 섹스'를 모두 잘하고 싶다는 욕망을 제목에서부터 대놓고 드러낸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1020세대의 '진짜 삶'이자 '진짜 관심사'다. 정 작가는 "솔직히 말하면 저희는 방송국 심의를 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욕설이나 소재 측면에서 자유로운 면이 있다"며 "날것의 대사가 나온다는 게 기존 드라마와 차별화된 웹드라마만의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작가들의 언니처럼 따뜻한 시선도 인기 비결이다. 정 작가가 집필한 '내리겠습니다 지구'에서는 지루하고 따분한 고등학생 생활을 33번째 하게 된 17세 소년이 주인공이다. 정 작가는 "저도 학교가 무척이나 따분했고 지루했고, 얼른 성인이 되고 싶었던 마음에 그 시절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며 "그래서 역설적으로 그 고등학교 생활을 무한 타임루프 하고 있는, 가장 지겨울 주인공을 통해 학창 시절 소소한 재미와 소중한 일상을 보여주자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라이브온'은 학교폭력 피해자에게 역설적으로 10대들이 선망하는 인플루언서란 직업을 부여한다. 방 작가는 "라이브온의 주인공은 학교폭력 피해자임에도 이를 악착같이 숨기려 한다"며 "주인공 호랑처럼 시선에 예민하고 시선을 두려워하는 10대가 다시 자신을 사랑하는 친구들을 통해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꿈에서도 드라마 생각…하지만 그만큼 즐거워

플레이리스트 소속 웹드라마 작가 방유정(왼쪽), 정수윤(오른쪽). /사진=이승환 기자
▲ 플레이리스트 소속 웹드라마 작가 방유정(왼쪽), 정수윤(오른쪽). /사진=이승환 기자
공감을 얻는 소재들을 찾는 데는 20대인 작가들의 '젊은 감각'도 한몫하지만, 10대와 끊임없이 소통하려는 노력이 있다. 방 작가는 10대 커뮤니티를 주기적으로 들어가고 실시간 검색어를 항상 눈여겨본다. 일부러 아이돌 음악도 듣고 '브이로그'도 보고 때로는 10대 오픈채팅방에 들어가 '데이트는 어디서 해'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평소 서먹했던 사촌들과도 웹드라마 작가가 된 후에는 명절 때 만나 '요즘 뭐 좋아하니'라고 먼저 물어본다고 한다.

댓글 역시 시청자와 교감할 수 있는 창구다. 웹드라마는 방영과 동시에 장면마다 댓글로 질책과 공감이 날아든다. 정 작가는 "오히려 웹드라마가 TV 드라마와 달리 사전 제작인 경우가 많아 댓글이 이야기에 반영되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작가와 PD 모두 댓글을 꼼꼼하게 읽고 우리 의도가 잘 전해졌는지 확인하고, 그렇지 못했을 때는 좀 더 이런 부분이 전달되도록 해야겠다고 다음 기획에 반영하는 가장 소중한 피드백 자료로 모두 다 읽는다"라고 말했다.

모든 댓글창이 그렇듯 악플은 피할 수 없다. 드라마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전지전능한 작가는 독자들에게 아이돌 못지않은 지지와 호응을 얻지만 역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방 작가는 "아무래도 일상을 다루다 보니 웹드라마는 작가 본인의 경험담도 많이 담게 된다"며 "캐릭터에 이입도 하는 편이라 캐릭터가 욕을 먹으면 내가 비난받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에너지를 받아 가는 곳 역시 댓글창이다. 정 작가는 "악플도 있지만 때론 '우리 주인공 행복하게 해주세요 작가님' '작가님 어디 계세요, 보시고 계시죠' 등 나를 찾는 댓글을 보면 뿌듯하다"고 답했다.


웹드라마 작가…내 딸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직업



한편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일인 만큼 한 편의 드라마를 쓰기란 진이 빠지는 일이다. 새 작품이 시작되면 눈뜨자마자 글을 쓰기 시작해 감길 때까지 써야 한다. 정 작가는 "꿈에서도 쓴다"고 했다. 그 기간이 짧으면 3개월, 길면 반년 가까이 길어지기도 한다. 방 작가는 "이 시기에는 정말 두 사람분의 인생을 사는 것 같다"며 "내 삶과 등장인물의 삶을 분리하는 게 안 된다. 24시간 뇌가 돌아가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드라마 작가는 드라마의 첫 단추를 끼우는 위치라 책임감과 비례해 스트레스도 크다고 한다. 정 작가는 "대본은 드라마 제작의 시작점이기 때문에 '내가 못 쓰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크다"며 "예상보다 시청률이 나오지 않을 때는 눈물과 술이 함께하는 직업이다"고 푸념했다.

그럼에도 웹드라마 작가는 '내 딸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직업'이다. 방 작가는 "하나의 작품은 하나의 세계와 같아 매번 지루할 틈이 없어 재미만큼은 확실한 직업"이라며 "무엇보다 전망이 밝다. 넷플릭스 등 플랫폼 성장세가 보여주듯 언젠가는 결국 모두 이 디지털 세상에서 콘텐츠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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