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한국 SF 첫 도전 영화 ‘승리호’, 넷플릭스 공개...1주간 세계 1위 기록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넷플릭스를 통해 지난 5일 공개된 국산 웹툰 원작 SF 블록버스터 '승리호'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침체돼 있는 영화계에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넷플릭스에 공개된지 단 하루만에 세계영화 순위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11일 스트리밍 영상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승리호'는 공개 후 4일 내내 전 세계 재생 수 1위를 유지했다. 전 세계 190개국에서 '승리호'가 공개됐고 지난 9일 기준 전 세계 29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2월 둘째 주 일주일 간 1위 자리를 지켰다.
넷플릭스 영화 부문 이용자 순위에서 한국 영화가 1위를 차지한 것은 영화 '살아있다' 이후 두 번째다. K드라마와 K팝으로 한국의 콘텐츠가 신뢰를 얻었고 이제 전 세계인들이 한국 콘텐츠에 접근하는 것이 보다 익숙하고 자유로워진 탓이 아닐까.
외국 영화배우들 틈에 끼어 간간이 나오던 한국배우들이 왠지 어색했다면 ‘승리호’에서 나오는 송중기, 김태리 등 한국 배우들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불과 몇 년 사이의 변화다.
당초 지난해 여름에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극장개봉을 포기 하고 넷플릭스를 선택하게 되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이 점이 내내 아쉬웠다. 대형 스크린으로 봤다면 몇 배의 효과를 더 체험했을 법한 영화다.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격는 이야기들로 감동과 액션 스릴이 적절히 버무려져 2시간 이상의 런닝타임이 지루하지 않게 이어진다.
사실 ‘승리호’ 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미국 SF 매니아들에게는 다소 식상할 수 있는 소재다. 먼 미래 과학의 발전이 가져온 환경 오염의 비극적 결말로 지구는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공간이 되고 새로운 행성인 화성이나 달을 개발해 인류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이야기는 오랫동안 미래 공상과학 영화에서 애용돼 왔기 때문이다.
인류의 미래는 암울하고 우울하며 이런 지구와 인류를 구해줄 영웅이 필요하다. 새롭게 개척해낸 인류의 미래도시가 화성이냐 달이냐 아니면 ‘승리호’처럼 제3의 지역인 우주 중간 거주지 UTS이냐의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미래 환경 설정의 차이가 이렇다 하면 다음은 인류를 구원할 영웅의 차이다. 특별한 능력의 인간이 영웅이 되기도 하고 혹은 사이버그가 영웅이 되기도 하고 반인 반 사이버그의 존재가 나타나 인류를 구원하기도 한다.
‘승리호’의 영웅은 꽃님이라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다. 그리고 영웅을 구해내는 무사들은 쓰레기 청소 우주선 ‘승리호’에서 평범 이하의 삶을 살고 있는 일반인들이다. 한국 콘텐츠의 특징은 이런 각 인물들에게 한이 어린 사연들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액션과 스릴 속에서 빼먹지 않고 한국적 감동 코드가 설정되어 관객들의 코끝을 찡하게 해준다. 이런 한국적 정서가 세계인의 감성을 건들며 1위를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 것은 아닐까. 비록 같은 이야기, 같은 소재일 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이제 한국인의 정서를 세계인들도 공감하고 이해 할 수 있는 바탕이 이미 마련돼 있기에 ‘승리호’가 세계적 공감을 일으킬 수 있었다고 본다.
영화 '늑대소년'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등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펼쳐 온 조성희 감독의 SF 도전 영화 ‘승리호’는 소재가 식상하다는 의견에도 불구하고 일단 잘 만들었고 재미가 있다.
이제 한국도 SF라는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다는 의의도 있다. 제작비가 3억달러(약 3370억원)에 달하는 할리우드 SF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인 240억원으로 볼만한 CG 효과를 연출해 낸 것도 칭찬할 만한 결과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더 발전되고 새로운 한국식 SF 영화가 새로운 장르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