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로맨스+엑소시즘…시청자 홀리는 '퓨전사극'
- 윤용섭
- 입력 2021-02-11 | 발행일 2021-02-11 제16면 | 수정 2021-02-11
철인왕후·암행어사 흥행 영향
올해 줄줄이 안방극장 선보여
전작들 기세 이어받을지 주목
正史정신 깃든 정통사극 부재
공영방송서 제작·방송 주장도
올해 줄줄이 안방극장 선보여
전작들 기세 이어받을지 주목
正史정신 깃든 정통사극 부재
공영방송서 제작·방송 주장도
◆판타지 설정 로맨스 사극
tvN 주말극 '철인왕후'는 타임슬립과 판타지, 코미디로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현대판 카사노바인 청와대 남자 셰프 장봉환(최진혁 분)이 조선 철종의 비 철인왕후 김소용(신혜선)의 몸에 들어간다는 독특한 설정의 이야기는 신혜선의 '원맨쇼'에 가까운 연기에 힘입어 높은 시청률(14.8%, 닐슨코리아)을 기록 중이다. KBS 2TV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12.3%) 역시 성이겸(김명수)의 어설픈 '초짜' 어사의 면모를 보여주며 '한국형 히어로'로서 '암행어사'라는 소재가 지닌 장점과 드라마의 매력을 성공적으로 펼쳤다는 평가다.
그 바통을 이어갈 후속 퓨전사극도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먼저 KBS 2TV '달이 뜨는 강'은 고구려가 삶의 전부였던 공주 평강(김소현)과 사랑을 역사로 만든 장군 온달(지수)의 이야기다. 강직하고 총명한 공주 평강과 냉철하고 잔인한 살수 염가진을 오가는 김소현과 장군의 피를 타고났지만 비폭력주의 온달로 분한 지수의 케미가 관전 포인트.
SBS '홍천기'는 사료에 짧게 기록된 조선시대 유일 여성 화사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덧입혀진 판타지 사극이다. '해를 품은 달' '성균관 스캔들'의 원작자 정은궐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천재 여화공 홍천기 역의 김유정을 비롯해 조선의 별을 헤아리는 하람 역의 안효섭, 공명(안평대군), 곽시양(수양대군) 등 청춘스타들이 대거 출격한다.
지난해 드라마 흉작이었던 MBC도 로맨스 사극 '옷소매 붉은 꽃동'을 라인업에 올렸다. 정조 이산과 궁녀 출신 의빈 성씨의 다하지 못한 사랑을 그린 로맨스 사극으로 동명 소설을 극화했다. '대장금' '허준' '이산' '선덕여왕' '해를 품은 달' 등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MBC가 '신입사관 구해령'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사극이라는 점에서 방송계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MBN도 생계형 보쌈꾼이 실수로 옹주를 보쌈하며 벌어지는 파란만장한 인생 역전을 그린 로맨스 사극 '보쌈-운명을 훔치다'를 편성했다. 광해군 치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MBN이 처음 선보이는 사극 작품이다. 정일우가 출생의 비밀이 있는 생계형 보쌈꾼 바우를 연기하고, 권유리가 광해군의 딸이자 이이첨의 며느리인 화인옹주로 분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한국형 엑소시즘 사극
지난해 tvN '구미호뎐'의 흥행 후 올해도 비슷한 장르의 이야기들이 시청자들을 찾는다. SBS '조선구마사'는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악령과 백성을 지키기 위해 이에 맞서는 인간들의 혈투를 그린 판타지 액션 사극이다. 북방을 순찰하던 태조 이방원(감우성)이 인간 위에 군림하려는 기이한 존재와 맞닥뜨린다는 상상력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엑소시즘을 가미해 탄생시킨 독창적 세계관 속에 펼쳐지는 무협 액션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을 선사한다.
시대 배경이 과거는 아니지만 동명 웹툰이 원작인 tvN '간 떨어지는 동거'는 999살 구미호 신우여(장기용)와 1999년생 여대생 이담(이혜리)이 구슬로 인해 얼떨결에 한집살이를 하면서 벌어지는 로맨스를 다룬다. 글로벌 OTT 플랫폼 아이치이의 첫 한국 오리지널 작품이기도 한 '간 떨어지는 동거'는 아이치이 모바일 앱에서도 만나 볼 수 있다. 또 설 연휴 선보일 KBS 1TV '구미호레시피'는 우리 전통가락인 국악에 드라마를 녹인 신선한 시도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천년 묵은 구미호 여희(하윤주), 순수한 사랑꾼 승환(주종혁), 엄친아 CEO 윤호(무진성), 사랑의 본질은 조건이라고 여기는 선영(김나니) 등 네 남녀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국악의 선율로 풀어낸 로맨스 판타지 뮤지컬드라마다.
전 세계에 K-좀비 신드롬을 일으켰던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의 외전 '킹덤: 아신전'도 있다. 생사초의 비밀을 찾아 북방으로 향했던 이창(주지훈) 일행이 마주쳤던 의문의 인물 아신의 전사(前史)이며 시즌2의 연장선에 있는 하나의 스페셜 에피소드다. '킹덤' 시즌2 엔딩에 등장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전지현이 주인공 아신으로 분해 모두가 궁금했던 이야기를 이어간다.
한편으론 사극의 뿌리와도 같은 대하사극의 부재를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퓨전사극은 그 나름의 재기발랄한 매력을 뽐내지만, 정통사극은 정사(正史)로서 일종의 '정신'이 들어간 작품이라는 주장이다.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현대적인 감각을 바탕으로 한 퓨전 사극은 현실 세계를 투영해볼 수 있는 재미를 주지만, 균형의 측면에서 대하사극이 사라진 건 매우 안타깝다"며 "'육룡이 나르샤'처럼 대하사극과 퓨전 사극의 중간 면모를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공영방송은 대하사극을 제작하고 방송할 의무가 분명히 있다. 그런 작품들이 수출됐을 때 한국사를 세계에 알리는 기회도 된다"고 강조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