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pick] 그녀가 둔덕을 파헤친 까닭 외
/넷플릭스
넷플릭스 ‘더 디그’
시작은 호기심이었다. 저 둔덕에 무엇이 묻혀 있는지 궁금해 프리티 부부는 땅을 구입했다. 그러나 계획은 어그러지기 마련.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아들을 키우던 프리티(캐리 멀리건) 부인은 어느 날 갑자기 아마추어 발굴가 바질 브라운(랠프 파인즈)을 고용해 그 둔덕을 파기 시작한다.
영화 ‘더 디그’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을 앞둔 영국. 나라는 전쟁 준비로 비상인데, 등장인물들은 발굴에 대한 기대감에 가득 차 있다. 그곳에서 기록의 부재로 ‘암흑 시대’로 불린 앵글로 색슨의 유물이 나오며 나라는 들썩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존 프레스톤의 2007년작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는 끊임없이 발굴을 하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상 삶에 대한 영화다. “과거가 말을 한다”는 브라운의 말마따나 이들이 발굴하는 것은 숙명이다. 우리는 결국 죽고 부패한다. 삶은 계속될 수 없다. 그러나 발굴은 그 삶을 후세와 연결되도록 만들어준다. “인간이 최초의 손자국을 동굴 벽에 남긴 순간부터 우리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무언가의 일부가 됐다”는 브라운의 말처럼. “전쟁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이들의 말을 영화가 끝나면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덧없이 흐르는 인생 안에서 붙잡아야 할 순간들이 있다. 프리티 여사와 브라운씨의 우정, 남녀 간의 애정, 엄마에 대한 아들의 사랑 등 영화는 잔잔하지만 울림을 준다. 모든 장면이 예술 사진 같은 화면은 그 울림을 증폭시킨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다. /이혜운 기자
클래식 ‘클래식, 재즈에 홀릭하다’
10일 오전 11시 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해설 음악회의 주제는 클래식과 재즈의 만남. 19~20세기 재즈에 영향을 받은 프랑스의 작품들과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 드뷔시의 ‘어린이 차지’ 가운데 ‘골리워그의 케이크워크’ 등을 들려준다. 거슈윈의 곡은 클래식과 재즈 스타일로 비교 연주한다. 재즈 칼럼니스트 황덕호씨가 해설하고, 재즈 그룹 ‘스윙메이커스(Swing Makers)와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피아니스트 문재원이 연주한다.
영화 ‘새해전야’
새해를 앞둔 젊은 네 커플의 사랑과 고민을 경쾌하게 담아낸 로맨틱 코미디. 남자 친구의 이별 통보에 아르헨티나로 떠난 스키장 직원 ‘진아’(이연희)는 지구 반대편에서 와인 배달원 ‘재헌’(유연석)과 만난다.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결혼 자금을 날린 여행사 대표 ‘용찬’(이동휘)은 중국인 예비 신부 ‘야오린’(천두링)과 사사건건 다툰다. ‘통증’을 통해서 훌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따스한 청춘극으로 볼 수 있다.
연극 ‘아마데우스’
아카데미 작품상 등 8관왕을 차지한 영화 ‘아마데우스’(1984)는 피터 셰퍼가 쓴 희곡에서 출발했다. 즉 먼저 연극이 있었다.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와 그를 존경하면서도 증오하고 재능을 준 신마저 저주한 노력파 작곡가 살리에리의 고뇌가 담긴 이야기. 치밀한 심리 묘사와 신선한 연출(이지나)로 무대를 채운다. 20곡이 넘는 모차르트 음악을 들려준다. 지현준·김재범·차지연이 살리에리 역을 나눠 맡는다. 2월 28일까지 광림아트센터.
뮤지컬 ‘고스트’
데미 무어와 패트릭 스웨이지가 주연하고 “동감이야”라는 유행어를 낳은 영화 ‘사랑과 영혼’(1990)을 무대로. 괴한의 습격으로 사망한 샘은 도예가인 몰리 곁을 떠돈다. 유령이 심령술사를 통해 애인에게 위험을 알리는 판타지. 입체 카드처럼 펴지고 접히는 무대에서 음악과 춤, LED 조명과 특수효과에 눈과 귀가 즐겁다. 모녀가 나란히 객석에 앉아 ‘언체인드 멜로디’를 흥얼거린다고 상상해보라. 세대 소통이 따로 없다. 3월 14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