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욕, 얼마나 알고 쓸까? 넷플릭스 <욕의 품격>
2021-02-08 17:34:56 | 이금용 기자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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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욕의 품격>이 지난달 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넷플릭스 콘텐츠 인기 순위를 집계하는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해당 시리즈는 공개 직후 북미 인기 넷플릭스 프로그램 3위를 차지했다.
, <타이거 킹: 무법지대> 등 넷플릭스의 수많은 자체 제작 다큐멘터리 중에서도 최근 소소한 인기를 얻고 있는 <욕의 품격>이 과연 어떠한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는지 살펴보려 한다.
<더 록>의 니콜라스 케이지가 호스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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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의 품격>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욕설’을 다룬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총 6부작으로 구성된 시즌1에서는 영어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여섯 개의 비속어 ‘F**k’, Sh*t’, ‘B*tch’, ‘D**k’, ‘Pu**y, ‘D*mn’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한다.
<더 록>(1996), <페이스 오프>(1997), <콘 에어>(1997) 등 90년대를 풍미했던 할리우드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가 호스트를 맡아 6개의 에피소드를 이끌어간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재치 있고 능숙한 진행으로 진지한 분위기의 기존 다큐멘터리와 차별화를 두는 데 일조한다. 그는 중간중간 1인극을 펼치기도 하고, 근엄한 표정으로 능청맞게 욕설을 내뱉기도 하며 수십년 간 할리우드에서 활약한 배우로서의 특기를 마음껏 뽐낸다. 특히 ‘욕’을 아주 ‘품격’ 있게 구사하는 케이지의 모습은 해당 프로그램의 취지이자 제목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다큐멘터리지만 코믹해! 코미디와 교양을 한 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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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의 품격>의 독특한 점은 다큐멘터리인데 코미디 카테고리에도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해당 시리즈는 2015년부터 진행된 미국의 코믹쇼 <플러피 브레이크스 이븐>의 제작사인 ‘B17’과 코믹 프로그램 전문 제작사인 ‘코믹 오어 다이’가 공동으로 제작했다.
앞서 언급했듯 호스트인 니콜라스 케이지의 공이 크지만 인터뷰이로 참여한 출연진의 역할도 지대하다. 매 회차마다 코미디언 겸 배우 사라 실버맨, 조엘 김 부스터, 드레이 데이비스, 래퍼 겸 코미디언 오픈 마이크 이글 등 현재 활동 중인 연예인들이 욕설 전문가로 등장한다. 구성지게 욕설을 구사하며 욕에 대한 예찬론을 늘어 놓는 그들의 모습은 실소를 유발하면서도 진지하게 욕의 존재가치를 재고해보게 한다. 단! 욕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프로그램은 전혀 아니다.
알아 두면 쓸데 있는 신비한 욕의 세계! 기원부터 과학적 효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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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의 품격>에는 ‘What The F(F**k)’의 저자이자 인지과학자 벤자민 베르겐과 페미니스트 연구가 미레일 밀러 영, 메리엄 웹스터에서 20년 넘게 사전 편찬 작업을 해온 코리 스탬퍼, 영문학 박사 멜리사 모어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출연한다.
이들은 욕의 언어적 기원과 시대별 의미 변화는 물론 현재는 어디에서 어떠한 뉘앙스로 사용되는지를 설명하고 사회·문화, 나아가 과학적인 맥락에서 탐구한다. ‘영화사상 f**k이라는 욕을 가장 많이 한 배우’(정답은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에서만 107번의 ‘f**k’을 한 조나 힐이다.)라던가, ‘욕을 하면 신체적 고통을 얼마나 더 오래 견딜 수 있는가.’, ‘SNL(미국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이 ‘p**sy’에 미친 영향’과 같은 딱히 유용한 것 같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질문들의 답을 얻을 수 있다.
짧은 러닝타임, 흥미로운 주제와 다채로운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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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동시간이나 휴식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때 이러한 특징이 빛을 발한다. 다만 이렇듯 짤막한 시간을 활용하다보면 러닝타임이 긴 콘텐츠의 경우 감상 도중 멈춰야 하는 상황이 종종 뒤따른다.
그런 면에서 <욕의 품격>은 OTT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다. 회차 당 러닝타임이 20분 내외, 6회를 전부 더해도 2시간 남짓으로 장편영화 한 편의 러닝타임과 비슷하기 때문. 그간 방송에선 만나기 어려웠던 ‘욕’을 전면적으로 다루는 것은 물론 다양한 유명인사와 전문가의 인터뷰, 아기자기한 애니메이션과 경쾌한 음악을 더해 20분을 풍요롭게 채운다.
사진_플릭스패트롤, 넷플릭스
2021-02-08 | 이금용 기자(geumyong@movist.com 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