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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승리호'에 쏟아진 호평과 혹평, 그럼에도 확실한 사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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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2.08 13:41 1,98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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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호'에 쏟아진 호평과 혹평, 그럼에도 확실한 사실

 

[하성태의 사이드뷰] 여러 의미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남을 영화

 

하성태 (woodyh) 

21.02.08 10:16최종업데이트21.02.08 11:34

 

 

"난 요즘 넷플릭스만 봐서..."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이 머쓱하게 말을 흐린다. 최근 영화주간지 <씨네21>이 마련한 봉준호 감독과의 영상 대담에서였다. 어떤 가족영화를 좋아하느냐는 봉 감독의 질문에 갑작스레 튀어나온 '공룡' OTT 넷플릭스의 존재는 매우 상징적이었다.

윤여정처럼, 코로나19 시대의 관객들은 '집콕' 영화관으로 넷플릭스를 선택했다. 특히 2020년 한 해 넷플릭스의 아시아 지역 가입자는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넷플릭스 가입자는 국내에서만 900만 명을 훌쩍 뛰어 넘었다.
 

<승리호> 스틸컷

▲ <승리호> 스틸컷 ⓒ 넷플릭스


안착인지 불시착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지난 한 해 드라마 <킹덤> 시즌2와 <사랑의 불시착>, <스위트홈> 등이 거둔 성과를 감안하면, '한국 최초 우주 SF'란 '신무기'를 장착한 <승리호>는 분명 기존 K-드라마, K-무비를 연호했던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기에 충분해 보인다.

"<반도>보단 그래도 낫습니다."

그리고 '넷플릭스 개봉' 직후 혹평을 남긴 한 영화평론가는 <승리호>의 '품질'을 묻는 어느 페이스북 사용자에게 이런 단평을 남겼다. K-좀비 장르의 서막을 알리며 아시아를 강타한 <부산행>의 속편이자 지난해 코로나19로 침체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 넣었던 <반도>보다 낫다는 평가는 무척이나 의미심장해 보인다. 그래서, 볼만 하다는 건가 별로라는 건가.

기념비적인 한국 최초 우주 SF의 탄생

영화 <승리호>는 순수 제작비 240억짜리 한국 최초의 '우주 SF',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를 표방했다. 넷플릭스 공개를 결정하며 310억에 팔렸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장르와 예산, 넷플릭스행만으로 뉴스가 됐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지난해 여름 천만 관객을 목표로 했을 '텐트폴(흥행이 확실한 상업영화)' 영화였다.

예고편 공개만으로도 한국형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라는 입소문을 탔다. <늑대소년>, <명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의 조성희 감독에 대한 기대도, 아시아 최고의 VFX 기술력을 자랑하는 덱스터 스튜디오가 만들어낼 우주 공간에 대한 신뢰도 컸다. <태양의 후예>로 아시아 시장의 팬 층을 공고히 한 송중기와 김태리, 진선규, 그리고 유해진으로 이어지는 배우진도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그래서? 에둘러 가지 말자. <승리호>에 모아지는 기대는 몇 가지로 단순하게 추려진다. 우리가 만든 우주 SF 영화의 때깔은 봐줄만 한가. 결과적으로 영화적인 재미를 담보하는가. 최근 넷플릭스로 직행한 한국 영화들의 징크스를 깰 정도인가. 그런 <승리호>가 과연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먹힐까.

얘기는 이렇다. 2029년, 지구는 사막화 되고, 국가와 민족의 경계가 사라진 우주. 그 우주의 쓰레기를 줍는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은 하루하루가 고달프다. 돈이 없어 고달프고, 고달프니 목적에서도 멀어진다. 돈이 없는 게 죄인지, 죄를 지어서 돈이 없는지 의문이다.
 
꽤나 신경질적이고, 능력은 있는데 오합지졸 같이 보이며, 각자의 개인사를 안고 사는 승리호의 선원들은, 그러니까 돈에 환장한 조종사 김태호(송중기)도, 과거 우주해적단 출신 장선장(김태리)도, 지구의 마약갱단 두목이던 타이거 박(진선규)도,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유해진)도 따지고 보면 한낱 우주노동자다.

그 대척점에 지구와 달 사이에서 선택된 극소수가 사는 '우주 낙원' UTS가 자리한다. 2029년엔 양극화가 아예 노골화됐고, 그 UTS를 만든 150살이자 실질적인 우주의 지배자 설리반(리처드 아미티지)은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망가진 지구를 경멸하는 쪽이다. 알고 보니 승리호 선원들 몇몇과 꽤 깊숙한 인연으로 얽혀있는 설리반. 그가 꼭 되찾고자 하는 존재가 승리호 식구들에게 불시착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그래비티>보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가깝다. <승리호>는 그렇게 지금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우주 세계라기보다 유쾌한 활극으로서의 이미지에 승부를 건다. 그 승부는 기대치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순 있어도 '실패'라고 단언할 이는 드물 것이다. 그만큼 <승리호>가 펼쳐 놓은 우주 공간의 넓이와 공간 활용의 깊이는 첫 술에 배불러도 될 만큼 안정적이다.

우주 쓰레기를 놓고 한바탕 다국적 동료 청소선들과 싸우거나 지구의 생존이 걸린 존재를 구하기 위해 싸우는 클라이맥스 등 덱스터의 VFX는 사실 기대 이상이다.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승리호>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설계하고 창조하는데 방점을 찍었다기보다 이야기의 몰입을 훼방하지 않는 선에서 장르적 관습과 시각적 친근함에 주안점을 뒀다.

적절한 규모와 사이즈와 크게 욕심 내지 않는 균형감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물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1/10분도 안 되는 예산이, 그리하여 이른바 가성비가 지속적으로 환기되는 일은 불가항력이라 할 수 있다. 우주 SF 미드를 기준점으로 삼을 것이냐, 마블류의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할리우드 SF와 비교할 것이냐는 각자의 선택이다.

UTS와 싸우는 주인공들과 달리 영화 <승리호>는 '익숙한 것들의 향연'과 '우리 것에 대한 자부'와 싸운다. 아니, 그런 운명을 안고 시작한다. 장르 전문가라면 곳곳에서 이미 마주한 적이 있는 듯한 이미지나 관습과 싸우고, 그걸 상대적인 저예산으로, 우리 기술로 성취했다는 강박과도 싸워야 한다. 어떤 쪽에 더 만족하느냐 역시 여러분의 선택에 달렸다.

보고 싶은 것과 보여줄 수 있는 것 사이
 

<승리호> 스틸컷

▲ <승리호> 스틸컷 ⓒ 넷플릭스


그렇다면 그런 시각적 이미지를 장착한 <승리호>는 볼만한가, 영화적으로 흥미로운가. '한국 최초'란 수식을 떼어내면, 고개를 갸웃거릴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시각적으로 이미 모험이 과했다고 여겼는지, 이야기 전개와 캐릭터는 익숙함과 친근함을 지속적으로 오간다.

오합지졸 날이 선 캐릭터들이 미지의 인물을 통해 변화해나가는 구성은 예상 가능한 친근함으로 점철돼 있고, 주인공들이 나중에야 맞닥뜨리는 메인 '빌런' 또한 리처드 아미티지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특별한 개성을 부여받진 못한다.

사실 특정 영화에서 빌려온 듯한 캐릭터 간 구도나 아이디어들 역시 이 장르 세계에선 너도 쓰고 나도 써도 되는 관습 중의 관습일 터. <승리호> 또한 그 관습들을 자연스레 끌고 들어와 나름 맛깔나게 버무리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는 영화다.

그 사이사이 현재적 화두, 그러니까 환경문제나 계급갈등 등을 끼워 넣었다. 다른 한편으론 일부 평단에서 '조성희 월드'라 칭하는 판타지성이나 비판적인 현실인식과 이를 뛰어 넘으려는 긍정적 전망 사이의 갈등을 녹여내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인공 중력 등 <승리호>만의 장르적 아이디어도 곳곳에 포진돼 있다. 그것이 장르적인 관습이나 가끔씩 덜컹거리는 편집이나 의도적으로 설정에 묻어가는 전개로 인해 묻혀 얼마나 효과적으로 발현됐는지는 관객들마다 평가가 다르겠지만.

캐릭터들 역시 안정적인만큼 독보적인 매력을 뽐내지는 못한다. 감성의 영역을 담당하는 태호는 예상한 그대로 성장하며, 장선장과 업동이는 기능적인 역할에 매진하며, 타이거 박 역시 장르물의 관습을 고스란히 변주한다. 대신 배우들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기존의 성실한 이미지가 강조된 회상신에서 좀 더 빛을 발하는 송중기는 제 몫을 다했고, 진선규나 유해진 역시 캐릭터의 매력과 비교해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도리어 다소 평이한 캐릭터로 인해 매력이 반감된 이는 김태리 쪽이고. 무엇보다 '빌런' 리처드 아미티지의 고군분투보다는 갈등의 축인 아역 캐릭터에 눈이 더 갈 것이다. 조성희 감독의 전작에서 그랬듯, 악역보단 아역이라고 할까.

그리하여, <사냥의 시간>으로부터 출발, <콜>과 <차인표>에 뒤이어 도착한 <승리호>는 '넷플릭스 직행' 영화들이 그랬듯, '넷플릭스행은 다 이유가 있구나'라거나 '<승리호> 너 마저'란 일부의 우려를 깰 수 있을까. 

걱정은 붙들어 매시기를. 이미 K-SF의 성공적 첫걸음과 같은 헤드라인을 단 기사들이 출몰 중이다. 마블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톤 앤 매너'를 유지하는 한국영화의 출현에 호불호가 갈리는 중이고, 그에 앞선 스티븐 스필버그-조지 루카스 세대의 관객들은 일단 '이게 한국영화라니'란 감탄으로 접근하는 모양새다. 그만큼 향후 줄줄이 몇 편이나 예고돼 있는 한국형 우주 SF 장르의 첫 테이프를 끊은 <승리호>의 시도 자체를 관심 있게,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관객들이 적지 않고, 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가운데 <승리호>가 예정대로 빵빵한 사운드와 화면으로 즐길 수 있는 극장에서 공개됐다면 어땠을까. 안정적인 시각 이미지와 보편성과 친숙함을 내세운 이야기 사이에서 호불호도 더 극심하게 갈리지 않았을까. 넷플릭스여, 향후 일부라도 <승리호>의 극장 공개를 허하라! 

공개 첫날 전 세계 1위
 

<승리호> 스틸컷

▲ <승리호> 스틸컷 ⓒ 넷플릭스

 
보여주고 싶은 것과 보여줄 수 있는 것 사이에서 나름의 세계관을 창조한 <승리호>의 시도에 박수를 보낼 준비를 마친 이들은 차고 넘친다. 넷플릭스 공개 이후 해외에서의 반응 역시 일정정도를 뛰어 넘는 성과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넷플릭스를 통해 최근 <킹덤> 시리즈를, <살아있다>를, <스위트홈>과 같은 K-콘텐츠를 즐겼고, 그에 앞서 <부산행>과 <반도>에 환호했으며, 동시대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보고 자란 아시아권의 동세대는 관객들에게 특히 더. <승리호>의 넷플릭스를 통한 전 세계 동시 공개가 '신의 한 수'라 평하는 이들 역시 같은 이유일 것이고.

좀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조성희 감독은 물론이요, 1980년대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 로머트 저메키스 사단이 만든 그 때 그 SF 영화들은 보고 자란 세대가 <승리호>를 어떤 감수성으로 받아들일지 여부다.

대통령이 "<쥬라기 공원>(1993) 한편으로 벌어들인 돈이 현대자동차 150만대 수출 한다"며 영화와 경제의 관계를 정의하며 영화 산업을 추동했던 그 시절 영화적 감수성을 키워온 세대가 그로부터 25여년이 흐른 후 <승리호>를 전 세계에 내놓았고, 관객으로서 이를 즐기게 됐다. 다시 말해, 보고 싶은 것과 보여줄 수 있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던 세대가 이제는 우리 기술로 어릴 적 보고 자란 그 SF 영화를 만들고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세계를 창조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그 실현가능한 기술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어떤 세계를 창조하느냐의 단계로 넘어가게 됐다. 개인적으로 평가하는 <승리호>의 가장 큰 의의다.  

<승리호>가 70대 윤여정 배우마저 푹 빠져버린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것 또한 분명 장단점이 뚜렷해 보인다. 이 정도 규모의 한국영화를 극장에서 즐길 기회를 잃어버린 대신 전 세계 동시 공개를 통해 한국 SF 영화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시간으로 가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코로나19 시대를 떠나 분명 의미있는 족적이다. 한편으론 영화 그 자체에 대한 평가나 수익 면에서 또 다른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넷플릭스는 실시간 전 세계 공개라는 당근 대신 향후 수익을 나눠주진 않는다. 이렇게 <승리호>는 실로 여러 '떡밥'을 제공한, 여러 의미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남을 듯하다.
 
스트리밍 서비스 랭킹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승리호>는 공개 다음 날인 6일 하루 넷플릭스에서 공개 중인 전 세계 모든 영화 중 가장 많이 본 작품에 등극했다. TV 쇼를 포함한 전체 순위는 <파이어플라이 레인>과 <브리저튼>에 이은 3위다. 

벨기에,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프랑스.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지에서 1위를 차지했고, 미국에서도 7위에 올랐다. 전 대륙에서 10위 내 상위권에 안착했다. 이와 달리 IMDB 평점은 6점대를 기록 중이다. 이런 관심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이지만, <승리호>가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개척 중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플릭스 패트롤의 2월 6일자 전 세계 넷플릭스 영화 순위. <승리호>(Space Sweepers)가 1위에 올라 있다.

▲ 플릭스 패트롤의 2월 6일자 전 세계 넷플릭스 영화 순위. <승리호>(Space Sweepers)가 1위에 올라 있다. ⓒ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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