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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할리우드 공식’ 깼다… 장준환-정병길-임상수-윤성현 속속 진출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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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공식’ 깼다… 장준환-정병길-임상수-윤성현 속속 진출

김재희 기자 입력 2021-02-08 03:00수정 2021-02-08 08:00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1주년… 한국영화, 변방서 주류로 자리매김
봉준호 이후 한국창작자수요 급증, 해외에 덜 알려진 감독들에게도
할리우드 에이전시, 잇단 러브콜… 외신들도 한국 감독-재능에 주목
“할리우드 문화 다양성 추구 호재,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폭발”

‘1987’의 장준환, ‘악녀’의 정병길, ‘하녀’의 임상수, ‘사냥의 시간’의 윤성현. 최근 1년 사이에 미국 할리우드 진출을 알린 감독들이다.

지난해 5월 장준환 감독의 장편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가 17년 만에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영화는 ‘강만식’(백윤식)이 외계인이라고 믿는 ‘병구’(신하균)가 강만식을 통해 지구를 구해줄 ‘안드로메다 왕자’를 만나려 벌이는 소동극. 개봉 당시 흥행에는 참패했지만 상상력과 문제의식이 버무려진 ‘비운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드소마’를 연출한 아리 애스터 감독이 프로듀서를, 장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정병길 감독은 지난해 5월 미국 3대 에이전시 중 하나인 CAA와 계약을 체결했다. ‘악녀’로 2017년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후 ICM 파트너스 등 여러 할리우드 에이전시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온 정 감독이 본격적으로 할리우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 정 감독은 “여러 할리우드 드라마와 영화의 기획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드라마 중에서는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한국인 ‘갱단’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누아르도 준비 중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드’인데 주연이 전부 한국인”이라고 귀띔했다.

 

‘하녀’ ‘돈의 맛’을 만든 임상수 감독은 열매엔터테인먼트와 미국 제작사 ‘2W네트워크’가 제작하는 누아르 ‘소호의 죄’ 연출을 맡았다. 윤성현 감독도 할리우드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었다.

 

한국 감독들의 할리우드 진출 러시는 이들의 역량과 작품이 뛰어난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여기에 지난해 2월 9일 봉준호 감독(사진)의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에 오른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를 계기로 한국 창작자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게 영화계의 분석이다.

기존에는 국제영화제 수상 등을 통해 해외에서 꾸준히 인지도를 쌓은 감독들만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박찬욱 감독이 니콜 키드먼 주연의 ‘스토커’를 만들기까지는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올드보이’가 있었고, 김지운 감독이 할리우드 영화 ‘라스트 스탠드’를 만든 것도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으로 해외 팬덤을 구축했기에 가능했다.

이제는 이런 공식이 깨졌다. 기생충 이후 한국 영화가 변방에서 주류로 자리매김하면서 해외에 알려지지 않은 한국 감독들에게도 할리우드가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본부 해외사업부장은 “기존에도 박찬욱, 이창동 감독 등이 해외 영화제 수상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그들의 영화는 마니아층에게만 소비됐다”면서 “기생충 이후 ‘시네필’이 아닌 일반인들도 기생충과 비슷한 한국 영화, 한국 감독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할리우드 제작사에서 기생충 이후 ‘한국 감독, 한국 작가와 함께 일하고 싶다’는 제안을 훨씬 적극적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기생충 이후 주요 외신들도 앞다퉈 한국 감독들과 그들의 재능에 주목했다. 미국 연예 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포스트 봉준호’로 ‘곡성’의 나홍진,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 등을 소개했다. 영국 가디언은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후 “한국 영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정점을 찍었다”면서 ‘박하사탕’ ‘집으로’ 등 1990∼2000년대 한국 영화와 감독을 재조명했다.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할리우드의 흐름도 한국 창작자를 향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사람들이 세계 각국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된 데다 아카데미상에 ‘백인들만의 오스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다룬 이야기를 필요로 하게 된 것. 중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페어웰’,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 가족을 그린 ‘미나리’에 쏟아지는 할리우드의 관심도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수요를 보여주는 사례다. 페어웰의 주인공인 한국계 여배우 아쿼피나(본명 노라 럼)는 지난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미나리는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 59관왕에 올랐다.

기생충을 영어로 번역한 번역가이자 평론가 달시 파켓은 “할리우드에서 수년 전부터 다양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린북, 문라이트 등 흑인이 주연을 맡은 영화에 아카데미가 작품상을 수여했고, 배우상 후보에도 인종을 다양화하려는 노력이 두드러진다. 다양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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