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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승리호가 만들어 낸 오묘한 맛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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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2.07 07:22 2,22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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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호가 만들어 낸 오묘한 맛

[리뷰] 넷플릭스로 공개된 영화 <승리호>

 

김준모 (rlqpsfkxm) 

21.02.06 12:02최종업데이트21.02.06 12:02

 

<승리호> 포스터

 

▲ <승리호> 포스터 ⓒ 넷플릭스 

 

조성희 감독은 <늑대소년>과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두 편의 영화로 크게 주목받았다. 그의 작품은 높은 수준의 스토리텔링과 장르적인 재미를 만족시키며, 국내에서 시도하기 힘든 장르들을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늑대소년>에서는 순정 판타지를, <탐정 홍길동>에서는 고전 홍길동을 바탕으로 필름 누아르의 색을 입힌 영웅을 창조해냈다.

이런 점 때문에 <승리호>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국내 최초 SF영화로 기대를 받았다. 한국에선 아직 시도해본 적 없지만, 조성희 감독이라면 가능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250억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한 만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 마땅한 개봉 일자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제작비를 보전 받을 수 있는 넷플릭스행을 택했고, 이 선택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국내 영화시장에서 보기 힘든 획기적인 시도와 기대감을 충족시킬 영화를 극장이 아닌 '방구석 1열'에서 감상했으니 말이다.    
 
<승리호> 스틸컷

▲ <승리호> 스틸컷 ⓒ 넷플릭스

 
무국적성에 더해진 SF의 매력  

조성희 감독은 작품에 특정한 국적을 넣지 않는다. 그의 무국적성은 국내에서 생소한 장르가 주는 이질감을 최소화시키는 힘을 보여준다. <승리호>는 이런 무국적성을 더 강하게 보여준다. 작품은 2029년의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지구는 극심한 환경오염으로 인해 인류가 살아가기 힘든 환경으로 변해버렸다.

우주 위성궤도에는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UTS가 만들어진다. 이곳은 지구와 달리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우주에는 우주쓰레기를 주워 파는 청소부들이 있다. 이들은 우주에서 돈을 벌어 지구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한다. '승리호' 역시 이런 우주청소선이다. 조종사 태호와 장선장, 기관사 타이거 박과 기술자 로봇 업동이로 구성된 이들은 오히려 항해를 하면 할수록 빚을 지면서 경제적 빈곤에 시달린다.  

주변 다른 우주청소선도 사정은 비슷하다.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탈출하기 힘들지만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한다. 전 세계인이 공통으로 겪는 빈곤과 빈부격차 문제를 다루며 인종과 언어가 달라도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양한 언어가 등장하지만, 번역기를 통해 자유롭게 소통을 나누는 설정은 영리해 보인다.

이 선택은 자연스럽게 다양성의 가치를 작품에 담아낼 수 있게 한다. 인종도, 성별도, 언어도 각기 다르지만 생존과 공존이란 공통의 목적을 위해 등장인물들이 힘을 합친다. 업동이가 남자 목소리이지만 실은 여자 로봇이란 점, 우주에는 위도 아래도 없이 모두가 그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이 있다는 대사가 이런 점을 잘 보여준다. 전 세계를 무대로 한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에 딱 맞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승리호> 스틸컷

▲ <승리호> 스틸컷 ⓒ 넷플릭스

 
익숙함에 신선함을 불어넣는 상상력  

<승리호>는 기존 SF영화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고유한 정체성을 보여준다. 우주선이 중심이 된 우주 전투나 로봇 업동이, 슈트를 입은 제국군 등은 <스타워즈> 시리즈가 남긴 유산일 것이다. 특히 후반부 우주청소선과 UTS 부대의 전투 장면은 이런 느낌을 강하게 준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의 위기도 다양한 SF영화에서 보여줬던 소재다. 이런 익숙함은 장르적인 매력을 자아낸다.  SF 장르에서 기대할 수 있는 로봇과 우주에서의 전투를 보여주며 쾌감을 자아낸다. 맛있는 음식이라도 생소하면 이것이 맛있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익숙한 맛을 바탕으로 색다름을 더하는 게 맛집의 비결이다.

이 영화가 지닌 신선함은 '우주 청소선'이라는 설정에 있다. 우주를 구원하는 이들을 청소부로 설정하며 재미를 준다. 여기에 범상치 않은 각자의 캐릭터성을 뚜렷하게 부여했다. 과거 UTS 부대원이었으나 퇴출당한 실리주의자 태호, 우주해적단을 이끌었던 장선장, 지구에선 잔인한 갱단 두목이었지만 우주에서는 애정이 넘치는 타이거 박, 전투용 로봇이지만 이제는 사람을 지키는 업동이 등이다.

이렇게 개성 넘치는 인물들을 하나로 연결시키며 관객이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인간형 로봇인 아이 도로시 또한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캐릭터다. 이들이 가족 같이 따뜻한 사랑을 느끼게 되는 전개가 어색하지 않게 다가온다. 여러 장르물이 후반부에 갑작스레 감동을 주려 하면 거부감이 느껴지기 마련인데 <승리호>는 예외다. 앞서 탄탄하게 주인공들 사이의 관계를 설정하고 관객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주면서 감정적인 격화를 이끌어낸다.    
<승리호> 스틸컷

▲ <승리호> 스틸컷 ⓒ 넷플릭스

 
세계에서 통할 콘텐츠의 탄생  

<승리호>의 방향성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PC주의와 일맥상통한다. 다양한 인종이 각자의 언어로 말한다는 점에서 다양성을 보여준다. 기존의 작품들이 외국인이 등장해도 더 강대국이라 여기는 국가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 작품은 각자가 각 국가의 대표가 된 거처럼 각자의 언어로 말한다. 

다음으로는 환경문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호아킨 피닉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은 물론, 세계적인 셀럽들은 환경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그 심각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보통 SF영화에서 환경문제는 일부의 소재로 쓰이기 마련이지만 <승리호>는 환경오염이 영화의 주제이자 전개의 핵심이 된다.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강하게 보여준다.  

이처럼 <승리호>는 글로벌한 흐름을 따르면서 '한국 작품'이란 정체성을 잃지 않는 미덕을 선보인다. '승리호'에 부착된 태극기는 지구를 구하는 커다란 임무를 대한민국이 책임지게 되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한 애국심의 표현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다양성의 가치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오히려 이를 파훼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승리호>는 별미와 같은 작품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느낌을 국내 상업영화를 통해 오묘한 맛을 낸다. 코믹과 액션을 통해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면서 감동 코드를 적절하게 가미한다. 세계관에 있어 고유한 정체성을 시도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한국영화가 우주에 찍은 첫 번째 발자국으로는 손색이 없다.
덧붙이는 글이 기사는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자의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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