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SF 장르 느끼기에는 아쉬움
OTT, 영화계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승리호'로 드러난 한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장기화로 관객이 영화관이 아닌 집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이에 신작들은 OTT 플랫폼 독점 공개로 방향을 틀었다. '사냥의 시간', '콜'에 이어 250억원이 투입된 '승리호'까지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행을 확정지으며 OTT가 침체된 영화계의 또 다른 대안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승리호'를 기점으로 조금 더 많은 영화들이 OTT로 선회할 것이라고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승리호'가 오히려 OTT의 맹점을 짚은 사례가 됐다.
'승리호'는 한국 영화 최초 우주 SF 블록버스터로 기회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조성희 감독이 10년 가까이 '승리호'의 세계관을 쌓아왔고 1000여명의 VFX(시각특수효과) 전문가가 참여해 현실감 넘치는 우주구현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92년 황폐해진 지구와 위성 궤도에 만들어진 새로운 보금자리인 UTS, 그리고 그사이 우주 공간을 누비는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비주얼과 공감각이 중요한 SF 장르에게 넷플릭스 디바이스는 최적화된 플랫폼이 아니었다. '승리호'를 만들기까지 투입된 많은 자본과 노력은 TV나 휴대전화 등의 작은 화면으로 전달하는데 무리가 있었다.'승리호' 프레스 컨퍼런스 당시 김태리와 진선규도 이 점을 의식한 듯 "큰 TV나 사운드를 최대한 높이 하고 관람하시길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이 작품이 국내 최초 우주 SF 장르에 도전한 점은 높이 살만하지만 넷플릭스 내수용에 그친 결과가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IMAX, 4DX에 익숙한 대중도 만족할 리 없었다. 포털 사이트에서 '승리호'를 검색하면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네"라는 대중의 감상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 동명의 게임을 원작으로 한 '몬스터 헌터'는 대작들의 개봉 연기나 넷플릭스 행을 틈 타, 극장 출격을 선택했다. '몬스터 헌터'는 사라진 부대원을 찾기 위해 파견된 지상 최고의 군인 아르테미스 대위가 목숨을 위협하는 강력한 거대 몬스터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펼치는 사투를 그린 스펙터클 생존 액션을 다룬 작품이다.
게임을 원작으로 한 만큼 '몬스터 헌터'는 관객이 마치 영화 속 플레이어가 된 듯한 생동감을 구현하는데 공을 들였다. 특히 폴 앤더슨 감독과 300여명의 제작진은 1년 간 직접 원작 게임을 플레이하며 몬스터에 대한 디테일한 정보를 모았다고 전해졌다.
다른 차원의 신세계와 몬스터의 CG 구현, 화려한 액션 등이 큰 스크린과 사운드에 힘입어 관객들을 압도하는데 충분하다.
몬스터들의 정체, 말이 통하지 않는 동, 서양인의 의기투합에 대한 전사와 서사가 부족하지만, 그 동안 코로나19로 영화관에서 쉽게 느낄 수 없었던 통쾌한 타격감과 화려한 비주얼이 상쇄시킨다. '몬스터 헌터'는 어떤 점을 우선순위에 두느냐에 따라 아쉽게도 느껴질 수 있지만, 영화가 단순히 감상을 넘어 잊고 있었던 체험으로서의 역할를 상기시킨 점은 분명하다.
한 극장 관계자는 "'승리호'가 넷플릭스 행을 선택한 것을 이해는 한다. 하지만 두 시간 동안 온전히 영화를 몰입해 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영화를 관람하기에 최적화된 스크린과 사운드, 그리고 불빛까지 차단된 곳에서 '승리호'를 봤다면 조금 더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코로나19의 끝이 안보이는 현재, 많은 영화들이 차선택으로 넷플릭스를 택하겠지만, 장르를 고려한 선택과 고민이 동반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