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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OTT] 진보의 위선, 보수의 무지 <헌트>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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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2.06 08:57 1,97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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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진보의 위선, 보수의 무지 <헌트>

2021-02-05 18:16:58 | 박꽃 기자


[무비스트= 박꽃 기자]


분노한 진보 엘리트, 가짜 뉴스 퍼뜨리는 보수주의자 사냥 나서

진보적인 성향의 엘리트 출신 CEO ‘아테나’(힐러리 스웽크)는 매우 화가 났다.

자신이 저택에서 인간 사냥을 한다는 가짜 뉴스가 급격히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회사 동료들은 그에게 사퇴를 강권한다.

물론 ‘아테나’는 1년 전쯤, 절친한 친구들과 ‘장난삼아’ 비슷한 내용의 문자를 주고 받기는 했다. “저택에서 개탄스러운 것들 쓸어버리는 게 최고지”라고.

그렇다고 그 농담이 ‘매너게이트’(저택사건)로까지 비화되다니?

분노에 가득 찬 ‘아테나’의 표정이 읊조리는 듯하다. ‘사실과 농담도 구분 못 하는 이 무지한 것들, 어디 진짜 한 번 당해봐!’

인간 사냥 스릴러 <헌트>(2020)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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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인권 강조하면서 점수 매겨 사냥감 골라


사실, 관객은 영화 시작 이후 1시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이런 전말을 알지 못한다. 영화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무차별하게 사냥당하는 이들부터 보여주기 때문이다.

민트색 요가복을 차려입은 전형적인 금발 여인(엠마 로버츠)을 비롯한 숱한 캐릭터가 ‘나오자마자’ 죽는다. 총알과 화살에 맞아 터져 나가는 몸, 튀어나오는 내장 묘사는 B급 좀비 영화만큼 노골적이다.

이들을 사냥감으로 낙점한 건 돈, 권력, 지식을 갖추고 정치적 올바름으로 무장한 진보적인 성향의 엘리트들이다.

지구온난화를 우려하는 환경주의자, 흑인 대신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는 표현을 고수하는 반인종차별주의자, 백인이 기모노를 입는 건 ‘문화 도용’이라고 주장하는 자기반성적(?) 백인까지.

<헌트>는 그들이 PPT를 띄워 놓고 점수까지 매겨가며 사냥감을 고르는 기만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차마 흑인만큼은 사냥감 후보로 올릴 수 없다며 탄식하는 대목은 이 희화화의 절정이다.



인종차별에 총기 타령… 무지한 보수주의자도 도마에

일방적으로 사냥당하는 보수주의자도 ‘디스’의 도마 위에 오르는 건 마찬가지다.

검지 손가락만 움직일 줄 알면 총을 쏴도 된다고 주장하거나, 난민은 사실 모두 연기자일 뿐이라며 팟캐스트를 통해 가짜 뉴스를 남발하는 모습이다.

총기 난사 사건이나 인종 차별 사건이 고질적인 사회 병폐인 미국 사회에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인물들이다.

영화에서는 죽음을 앞둔 위기 상황에서도 전반적으로 둔감하고 덜 떨어진 듯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빠르게 전멸한다. 단 한 명, 그들과는 어딘가 달라 보이는 비범한 주인공 ‘크리스탈’(베티 길핀)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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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싫어한 영화, 국내에서는 넷플릭스로 인기


<헌트>는 코로나19 팬데믹 중인 2020년 3월 북미에서 개봉했다. 당초 2019년 9월 개봉 예정보다 반년 정도 미뤄진 것이다.

그해 미국 텍사스주 앨패소,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연이어 발생한 총기 사건이 인간 사냥이라는 영화 내용과 맞물려 부담으로 작용한 점도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윗이 개봉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영화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개봉이 임박한 시점 트럼프는 “자유주의 할리우드는 최고 수준의 인종차별주의자”이며 “그 영화는 혼란을 야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비난성 트윗을 남겼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 IPTV를 통해 공개됐는데 최근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되면서 ‘오늘 한국의 TOP10 콘텐츠’ 순위에 오르는 등 주목받았다.

<해피 데스데이> <인비저블 맨> 등 국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끌어냈던 스릴러 영화의 제작자 제이슨 블룸이 제작을 맡았다는 점도 회자됐다.



살아남은 단 한 명, 그가 상징하는 결말은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크리스탈’은 인간 사냥의 주최자인 ‘아테나’와 한판 대결을 벌인다.

두 여성의 액션 대결 시퀀스는 지금껏 언급한 미국 내 정치적 분열 상황을 떼어놓고 보더라도 시원하게 즐길 만한 수준의 장르적 쾌감을 선사한다.

그럼에도 궁금한 건, 이 영화의 결말이다.

‘크리스탈’은 과거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고, 지금은 렌터카 회사를 다닌다는 설정의 평범한 미국인이다. 그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며 그저 동명이인으로 오인돼 이곳에 잡혀 왔다.

위선의 가면을 쓴 진보의 인간 사냥은 끝을 맺을까? 곁에 두고 싶지 않은 보수의 무지한 세계관은 개선될까? 무엇보다, 평범한 미국 시민은 분열 없는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단, 깨알같이 들어박힌 미국의 대결적 정치 상황과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소재로 주고 받는 상징적인 대화 등이 평범한 오락 영화를 기대하는 대중의 입맛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 있다.

크레이그 조벨 감독이 연출했다. 러닝타임 90분. 청소년관람불가.




2021-02-05 | 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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