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넷플릭스에 편승한 한류 ‘붐’, 뿌듯하다고요?
- 머니S 강소현 기자 입력 : 2021.02.03 04:10
2018년 잠시 미국에 있을 때 ‘김복주’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가 누구길래 이렇게 안부를 물을까 싶었는데 2016년 국내에서 방영된 MBC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를 말하는 거였다. 방영 당시 평균시청률 5.4%에 그치며 국내에선 흥행몰이를 하지 못했던 ‘역도요정 김복주’는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에 소개되면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사실 넷플릭스가 한류 열풍에 이바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콘텐츠의 영향력도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자막과 더빙 작업을 책임지고 진행하면서 국가 간 언어적 장벽을 해소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배급할 때 해외 마케팅도 전담했다.
하지만 해외 OTT에 편승한 한류엔 아쉬움이 남는다. 한류가 국내 OTT를 타고 확산됐더라면 글로벌 구독자 확보와 함께 더 큰 자본금을 국내로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OTT 랭킹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1월27일 기준 넷플릭스 글로벌 인기 방송 톱100에 오른 K-드라마의 80%가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니었다. 넷플릭스가 수백억원대의 제작비를 투입해 고퀄리티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든다 해도 결국 세계 팬덤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 건 과거 국내에서 제작 방영된 드라마였다. 한국 OTT가 넷플릭스의 자리를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이유다. 좋은 제품이 모인 플랫폼이 성공 못 할 이유가 없다.
다만 국내 OTT의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를 확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확보 과정을 두고 “CP사(콘텐츠제공업체)와의 파워게임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콘텐츠를 소비자 편의에 맞춰 제공하고 싶어도 CP사의 제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아이디어를 뺏기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이 탓에 국내 1세대 OTT 대부분은 일찍이 월 구독형 모델의 사업에서 발을 뺐다. 국내에선 이 같은 OTT 사업을 꾸려가기 어렵다는 걸 깨달으면서다.
이랬던 CP사가 넷플릭스엔 연 단위로 일정 수의 작품을 꾸준히 납품하고 있다니 자본력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당시 OTT를 지원하거나 CP사와의 관계를 중재해 줄 담당 정부기관이 없었던 부분이 너무 아쉽다.
약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내 OTT 업계는 콘텐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전히 정부의 중재와 지원도 없다. 오히려 넷플릭스 쪽으로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업계는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넷플릭스 등 해외기업을 제외하고 국내 OTT 업체에게만 통신망 이용료를 받고 있다. 같은 아이디어를 가진 해외 사업자가 거대한 자본을 안고 무단횡단까지 하니 경쟁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특별기고문을 통해 국내 방송영상 콘텐츠가 세계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데 뿌듯함을 드러냈다. 해외자본에 편승한 한류의 성공은 진정한 성공일까. 정부기관은 콘텐츠 사업의 성공에 취해 더 큰 가능성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