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OTT 우군 얻나…정부 “올해가 성장 골든타임”
권유진 기자
해외 온라인 동영상스트리밍(OTT) 업체들이 잇따라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디즈니플러스와 HBO맥스·애플TV플러스 등이 한국 시장 상륙을 선언하거나 서비스 개시를 검토 중이다. 한국 영화·드라마 등 ‘K-콘텐트’를 확보해 세계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뜻도 있다. 국내 OTT 업체들은 차별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디즈니·애플 등 국내 상륙 채비 속
과기부 “규제 혁신, 세액공제 혜택”
업계에 따르면 국내 OTT 시장은 2016년 3069억원에서 지난해 7801억원으로 커졌다. 넷플릭스가 시장 점유율 40%로 1위다. 월평균 순이용자 수는 637만 명이다. 국내 OTT 2위인 웨이브(344만 명)와 3위인 티빙(241만 명)을 합친 것보다 많다.
CJ 계열의 티빙은 앞으로 3년간 드라마·예능 등 ‘오리지널’(독점) 콘텐트 제작에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최근 JTBC스튜디오를 2대 주주로 유치했다. 티빙은 네이버와 협업하는 구조도 만들었다. KT가 출시한 시즌은 콘텐트 전문기업 KT스튜디오지니를 통해 연간 10~20개의 오리지널 콘텐트를 확보할 예정이다. 웹툰 ‘회귀의 전설’ 등을 조만간 드라마로 만든다. 웨이브는 2023년까지 콘텐트 제작에 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다른 국내 OTT인 왓챠는 지난해 12월 메인 화면에 ‘넷없왓있’(넷플릭스에는 없고 왓챠에는 있다)이란 문구를 띄웠다. 넷플릭스에 없는 ‘해리포터 시리즈’ 등을 마케팅에 활용했다.
주요 외신과 넷플릭스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OTT 구독자들의 K-콘텐트 시청량은 2019년과 비교해 아시아에선 네 배로, 북미·유럽에선 2.5배로 늘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K-콘텐트 제작에만 3000억원 넘게 투자했다. 올해는 투자 규모를 더 늘릴 방침이다. 익명을 원한 국내 OTT 관계자는 “국내 콘텐트 제작사들이 글로벌 업체에 종속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OTT들도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다. 왓챠는 지난해 9월 일본에서 국내 OTT 업체 중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티빙이 HBO맥스와 협력할 수 있다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오기도 했지만 양지을 티빙 대표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부인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주요 OTT 관계자들과 만나 “올해가 OTT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며 “세액공제와 같이 업계가 필요로 하는 정책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자동번역 기술개발, 해외 진출할 때 시장조사·법률 자문 등도 지원안에 담았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