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초점] 넷플릭스로 간 韓 영화들, 성적표는
각 영화 포스터 ©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극장이 침체기에 들어간지도 1년이 다 돼간다. 세계적으로 극장이 위기에 처한 사이 OTT 서비스는 구독자수를 늘려가며 세를 확장시켰다. 극장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영화를 OTT를 통해 단독 공개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등장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3월 영화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를 결정하면서 주목 받았다. '사냥의 시간'은 애초 수입유통사를 통해 해외판권을 판매해놓은 터라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로 인한 잡음이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극장이 아닌 OTT 공개를 선택한 최초의 영화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작품으로 여겨졌다. '사냥의 시간'과 더불어 현재까지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 공개를 택한 한국 영화는 모두 4편이다. 박신혜 전종서 주연의 스릴러 영화 '콜'과 배우 차인표 주연의 코미디 영화 '차인표', 한국 최초 우주 SF 영화를 표방하는 '승리호' 등이다.
이 중 3편의 영화는 이미 공개됐고, '승리호'는 오는 2월 초 론칭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은 넷플릭스를 선택한 이 영화들의 '성적'이다. 극장 개봉 영화의 경우에는 개봉과 동시에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을 통해 영화를 본 관객수와 매출 등이 공개되지만, 넷플릭스로 가게 된 작품들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곧바로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넷플릭스는 일단 작품들의 뷰 수 등에 대한 수치 자료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매일 넷플릭스 홈페이지를 통해서 일간 순위가 공개되지만 이를 자료로 축적하지는 않고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29일 뉴스1에 "일간 순위를 공개하는 것은 콘텐츠끼리 경쟁을 붙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구독자들이 작품을 고를 때 다른 사람들이 많이 보는 콘텐츠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줘 선택에 도움이 되기 위해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치적인 것보다는 한국의 콘텐츠들이 전세계 팬들을 만나는 게 좋은 성과"라며 "좋은 콘텐츠를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게 넷플릭스의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뿐 아니라 훌루와 디즈니 플러스 등 현재 해외에서 서비스를 진행 중인 OTT 콘텐츠들의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로는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이 있다. 플릭스패트롤은 각 OTT 사이트가 제공하는 순위를 기준으로 자체적으로 콘텐츠들에 포인트를 매겨 매일, 매주, 매월 순위를 공개한다. 넷플릭스 작품의 경우 넷플릭스가 매일 공개하는 일간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작품에 10포인트, 2위를 차지한 작품에는 9포인트를 주는 식으로 포인트를 주고 이 포인트를 합산해 작품의 총 포인트를 계산한다.
지금까지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들 중 플릭스패트롤에서 가장 높은 포인트를 받은 영화는 '콜'이다. '콜'은 총 3058포인트를 받았으며 이는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사랑을 받았던 영화 100편 중 69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사냥의 시간'은 590포인트, '차인표'는 152포인트를 받았다.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 공개된 만큼 세 영화는 해외의 평점 사이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가장 유명한 로튼토마토에서 '사냥의 시간'은 로튼토마토 지수 69%를 기록하고 있으며 '콜'은 100%를 기록 중이다. '차인표'의 경우 아직 로튼토마토에서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극장 영화의 경우 관객수 등 박스오피스 성적이 곧 매출과 직결되지만, OTT 서비스의 콘텐츠 중 하나로 제공되는 영화는 눈에 보이는 성적이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는 없다. 한 편의 콘텐츠를 보는 이들이 많다고 해서 그 콘텐츠의 플랫폼이 되는 특정 OTT 서비스의 구독자수가 증가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가보다는 구독자들의 취향에 맞는가, 맞지 않는가가 더 중요해진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다만, 간접적인 지표들을 통해 넷플릭스로 공개된 우리 영화들이 얼마나 많은 구독자들의 선택을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승리호'는 190여개국가 2억400만명 이상인 넷플릭스 구독자들에 오는 2월5일 공개될 예정이다. 극장 공개였다면 관객수로 영화의 성패가 정의내려졌겠지만, 넷플릭스로 간 '승리호'는 구체적 흥행 수치를 알 수 없기에 영화를 보기로 한 구독자들에는 한국 최초 우주 SF 영화로만 기억될 것이다. 이것이 '승리호'에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