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 드라마 달랑 한 편, MBC·SBS 어쩌다…
유성운 기자
MBC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는 한 편이다. 월~금 오후 7시에 하루 30분씩 방영되는 일일연속극 ‘밥이 되어라’ 뿐이다.
종편·OTT와 경쟁 치열해지며
시청률 떨어지고 광고매출 하락
제작비는 계속 올라 수지 안 맞아
비용 덜 드는 예능으로 공백 메워
방송가에선 “화제성이나 영향력이 미미한 일일 드라마의 처지를 생각해보면 사실상 0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말도 나온다. 현재까지 공개된 MBC의 올해 드라마 라인업은 5~6편. 10년 전엔 일주일에 편성된 드라마 편수다.
‘사랑이 뭐길래’ ‘대장금’ ‘내 이름은 김삼순’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내며 한때 ‘드라마 왕국’이라 불렸던 MBC다. MBC 측은 1·2월 재정비를 갖고 3월부터 신작을 내보낸다는 방침이다.
이런 사정은 MBC만의 문제는 아니다. SBS도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는 월~금 오전 8시대에 편성된 일일 드라마 한 편뿐이며, 그나마 KBS가 월화·수목·주말드라마와 일일 드라마 2편 등 총 5편으로 구색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KBS도 항상 월화 혹은 수목드라마가 방영되는 건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드라마 제작 환경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시청률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광고매출도 하락했다. 종합편성채널과 OTT의 성장으로 드라마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다. 실제로 지난해 MBC는 일일 드라마를 제외하고는 평균 시청률이 5%를 넘는 드라마가 나오지 않았다. 그에 비해 배우들은 개런티는 과거보다 높아졌고,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제작비도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넷플릭스 등이 갖고 나온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들이 쏟아지면서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한 지상파 드라마 PD는 “드라마 예산이 지상파의 경우 회당 4억~5억원, tvN은 7억~8억원, 넷플릭스는 15억~20억원 정도로 알고 있다”며 “지금 같은 시청률과 광고 수주로는 본전 찾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나마 KBS는 시청료로 일부 충당이 되지만 순전히 자력으로 메꿔야 하는 MBC나 SBS는 더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입장에선 낮은 시청률, 열악한 광고매출, 높아진 제작비, 넷플릭스라는 초대형 경쟁자 등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빠진 셈이다.
하지만 이런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가 외부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과거 지상파 드라마의 황금기를 연 김종학·황인뢰PD 같은 인력이 독립하면서 지상파엔 드라마 제작 환경을 잘 모르는 간부들이 편성을 좌우하게 됐다”며 “드라마 장르나 트렌드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이들이 개입하면서 대중 눈높이에서 이탈한 요인도 크다”고 말했다.
한 기획사 관계자도 “드라마에 러브라인을 만들라든지, 스타 배우를 캐스팅하라는 식으로 아직도 지상파가 30%를 찍던 시절 감각으로 개입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꼭 예산 문제가 아니어도 참신하고 좋은 대본과 기획은 이런 개입이 적은 넷플릭스나 tvN 같은 곳으로 먼저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제는 지상파가 예산, 캐스팅으로 승부를 볼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새로움으로 경쟁해야 한다. 과거 시청률이 낮다고 폐지한 단막극 시스템을 부활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제안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하드라마 같은 대형 사극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방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드라마의 빈자리는 예능으로 채워지고 있다. 현재 각 한 편씩의 일일 드라마만 내보내는 MBC와 SBS의 경우 예능프로그램은 각각 13편, 12편이다. 방송사 관계자는 “예능은 편당 제작비가 드라마의 50~70%로 저렴하고, 야외촬영을 줄여 제작비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후죽순 늘어나다 보니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는 비슷한 포맷을 조금씩 양념만 입혀 내보내는 경우도 많다. SBS가 수·목요일에 방영하는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맛남의 광장’, MBC가 토요일 내보내는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 마!’는 모두 백종원씨를 중심으로 펼치는 요리 예능이다. SBS ‘나의 판타집’과 MBC ‘구해줘! 홈즈’는 모두 집이 소재다. 급기야 지난 18일 TV조선은 MBN의 ‘보이스트롯’과 ‘트롯파이터’가 ‘내일은 미스트롯’과 ‘사랑의 콜센타’ 포맷을 표절했다며 소송하기도 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방영 드라마 달랑 한 편, MBC·SBS 어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