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식 앞두고 분열된 미국… 드라마 ‘홈랜드’는 이미 예언했다?
넷플릭스 방영 인기 드라마
극우 유튜버·가짜뉴스 등 위기의 미국 예측해 화제
이혜운 기자
입력 2021.01.21 03:0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미 워싱턴은 요새로 바뀌었다. 백악관과 의회 주위를 2만5000명의 주방위군이 엄호했고, 연방수사국(FBI)은 이들에 대한 신원 조회를 진행했다. 미 대통령과 미국인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비상인 상황. 이들을 위협하는 위험 인물은 알 카에다도, 탈레반도, 이슬람국가(ISIS)도 아닌 분열된 미국인이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고?
미국 쇼타임이 제작한 드라마 ‘홈랜드’가 또 한 번 미국 정치 상황을 예측해 화제다. 2011년 시작한 홈랜드는 이스라엘 드라마 ‘전쟁의 포로들’이 원작이지만 시즌4부터는 미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적과 싸우는 중앙정보국(CIA) 요원 캐리의 고군분투를 담았다. 시즌 4의 적이 탈레반, 시즌 5의 적이 ISIS라면 시즌 6·7에서는 분열된 미국인이었다.
시즌 7에서는 트위터에 올라온 가짜 뉴스에 반(反)대통령 세력이 동요하고, 이 상황에 극우 유튜버들은 불을 지핀다. 바이든 취임 전 상황과 유사하다. 극 중 미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이렇게 말한다. “민주주의가 위태롭습니다. 러시아가 아닌 우리가 민주주의를 죽이고 있습니다.”
‘홈랜드’는 이전에도 정치 예언 드라마로 유명했다. ISIS의 파리 테러, 러시아 정부의 미 선거 개입, 미 대통령과 정보부와의 갈등 등을 예측했다.
작년 초 방영된 시즌8에서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조건으로 평화 협상을 진행하는 걸 예측했다. 이스라엘 일간지 예루살렘 포스트는 “(오바마뿐 아니라) 트럼프도 홈랜드 팬인 것 아니냐”는 기사를 냈다. 트럼프가 임명한 CIA 여성 국장 지나 해스펠이 캐리를 닮았다는 평도 있다.
실제로 홈랜드는 각본 집필 전 정보기관 종사자 등을 초청해 좌담회를 연다고 한다. 국가안보국(NSA) 기밀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도 참여했다. 그래서인지 “홈랜드가 예측하지 못한 건 미 대통령에 힐러리가 아닌 트럼프가 당선된 것”이라는 말도 있다. 홈랜드는 힐러리가 당선될 줄 알고 대통령 역을 여자인 ‘엘리자베스 킨’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 후 킨은 폭군으로 바뀐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그는 대통령 취임 후 100일 동안 반대편에 보복을 가하는 데 모든 권력을 사용한다. 드라마는 트럼프를 모델로 설정했다지만, 바이든의 취임 후 행보에 따라 킨은 바이든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