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넷플릭스를 같이 본다고?... '비대면단관' 시대 활짝
입력2021.01.12 07:40
스크리나 이용자들이 홍콩영화 '아비정전'을 비대면 단체관람하며 채팅창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스크리나 제공
지난달 18일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이 공개됐을 때 특별한 단체관람이 있었다. 30명 가량이 온라인에서 모여 드라마 10회 분량을 동시에 ‘정주행’했다. 참가자들은 채팅창에서 대화를 주고 받으며 비대면 단체관람의 즐거움을 누렸다. 모임을 주선한 업체 스크리나의 강성호 이사는 “비대면 단체관람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자리였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이 참여해 놀랐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내 활동이 늘면서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를 여럿이 온라인으로 함께 즐기는 ‘워치 파티(Watch Party)’가 새 경향으로 자리잡고 있다. 비대면 단체관람을 도와주는 관련 서비스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워치 파티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등장했다. 2016년 선보인 미국의 넷플릭스 파티가 원조다.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 등 오리지널 시리즈로 ‘몰아보기(Binge Viewing)’라는 새로운 시청 유형을 만들어냈다. 완성된 드라마를 기존 방송과 달리 한꺼번에 선보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몰아보기는 이용자에게 고립감을 줄 수 있다. 자신과 비슷한 시기에 특정 드라마를 몰아 본 사람이 많지 않고 누가 봤는지 알기도 어려워 드라마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힘들어서다.
넷플릭스 파티는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누군가와 함께 드라마 또는 영화를 함께 보면서 온라인으로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줬다. 이용자가 뭘 볼지 고민하다 시간만 보내는 '넷플릭스 증후군' 해소에도 도움이 됐다. 넷플릭스 계정을 지닌 사람이 특정 드라마나 영화를 지정해 지인들에게 URL를 보낸 후 이들이 동시에 넷플릭스에 접속해 이용하는 식이다. 넷플릭스 파티가 주목 받으면서 2018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시너가 등장했다.
코로나19는 워치 파티에 날개를 달아줬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워치 파티가 부각됐다. 극장 대부분이 문을 닫은 점도 한 몫 했다. 미국 대형 OTT는 워치 파티 관련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훌루가 워치 파티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은 데 이어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플러스 파티를 지난달 선보였다.
왓챠 파티 이용자들이 OTT를 통해 영화 '러브 액추얼리'를 보며 채팅창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왓챠 제공
국내에서도 유행 조짐이다. 토종 OTT 왓챠는 지난해 9월 왓챠 파티를 시험 서비스로 내놓았다. 왓챠 관계자는 “정식 서비스가 아니라서 특별한 마케팅 활동을 안했는데도 이용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지난 연말 이용자가 9월에 비해 7배가 넘었다”라고 밝혔다.
워치 파티 전용 사이트 스크리나가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개시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나 왓챠 가입자라면 누구나 비대면 단체관람이 가능하다. 단체관람 참여자들(6명 이내)이 화상으로 얼굴을 보며 대화할 수도 있다. 한번에 최대 100명이 단체관람할 수 있는데, 300명까지도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보강하고 있다. 강성호 스크리나 이사는 “코로나19로 영화 관람 행태가 크게 바뀌어 워치 파티 이용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영화제와 연계된 비대면 단체관람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