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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경이롭거나 폭주하거나 <경이로운 소문> <스위트 홈>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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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1.11 10:10 3,19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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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이롭거나 폭주하거나

  • 기자명 한국대학신문   
  •  입력 2021.01.11 08:28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최근 한 방송사 개국 이래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경이로운 소문>과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돼 11개국에서 스트리밍 순위 1위를 기록하며 드라마 신한류를 이끌고 있는 <스위트 홈>의 성취가 흥미롭다. 

<경이로운 소문>은 한국형 슈퍼히어로 캐릭터가 악귀를 잡으러 다니는 ‘카운터’로 활약하는 판타지물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보던 화려한 슈트의 영웅이 아니라 동네 국숫집을 운영하며 추리닝을 입고 출동해 부조리한 현실의 욕망에 잡아먹힌 악귀를 사냥하는 생활밀착형 히어로물이다. 중경시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학교 폭력과 권력형 부조리 같은 익숙한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유머러스하고 통쾌한 정의실현의 판타지다. 

<스위트 홈>은 바이러스 전염에 의해 등장하기 시작한 괴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악전고투를 벌이는 아포칼립스(Apocalypse)를 그리고 있다. 서민 아파트에 거주하다 갇혀버린 사람들 각각의 내력담과 사람들의 욕망이 괴물이 된다는 설정이 현실의 부조리와 연계돼 흥미롭게 전개된다. 

좀비물 설정임에도 괴물은 좀비가 아니라 숙주인 인간의 욕망이 극대화된 형태다. 흡혈·식탐·연근·눈알·프로틴·거미·태아·초록·육상·촉수·경비 등으로 등장하는 괴물은 숙주의 욕망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현실의 메타포다. 

이 작품은 아포칼립스를 그리면서도 살아야 한다는 의지와 실천을 강조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이 반복적으로 강조해 온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는 ‘지금 여기’가 더 이상 살 수 없는 혹은 살고 싶지 않은 현재라는 의미기도 하다.

<경이로운 소문>에서 악귀에 몸을 빼앗기거나 <스위트 홈>에서 욕망이 괴물이 되는 일의 중심에는 현재를 욕망하는 우리가 있다. 좀비물이 살지도 죽지도 않는 상태인 정체를 알 수 없는 좀비가 안온한 일상을 깰 수도 있다는 두려움의 표현이었다면, 이 작품들은 악귀와 괴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집중한다. <부산역> <킹덤> <스위트 홈>의 연속적인 성공을 통해 좀비물이 국내에 연착륙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것은 미국식 공포였던 좀비가 지금 여기서 왜 등장했는가의 문제다. 

그것은 안온한 현재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 피아구분을 통해 우리 밖에 위치한 적들을 그것이 누구든 언제든 처리해야 한다는 적대적 생존 상황, 언제든 나도 악귀나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아포칼립스적 인식 등이 전면화 될 정도로 우리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의미는 아닐까.

<경이로운 소문>의 슈퍼히어로 카운터의 등장은 그들이 아니고서는 구조화된 현실 부조리에 더 이상 대응할 수 없다는 절망적인 인식에 다름 아니다. 그들은 현실에 직접 개입할 수 없고 악귀와 상관해서만 괴력, 악귀감지, 치유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현실의 문제는 오롯이 이 지옥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 몫으로 남는다. 

<스위트 홈>의 괴물이 우리 안에서 폭주하는 욕망이라면 그 흉측과 맹목은 현실을 살아내는 우리의 다른 얼굴이다. 괴물을 없앨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며 강조하는 골든타임이 지금이라는 절박한 인식,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각자의 지독한 상처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려 무진 애를 쓰고 있지만 그것이 불가능해질 때 괴물로 폭주해버린다는 설정은 섬뜩하지만 끝내 저항한다는 면에서 의지적이다.

<경이로운 소문>과 <스위트 홈>은 전혀 다른 장르물이지만, 둘 다 현실의 구조화된 부조리를 비판한다. 다만 그 비판은 사회구조에 대한 총체적 인식을 기반으로 문제의 근원에 천착하거나 근본적인 해결을 지향하지는 못한다. 슈퍼히어로의 도움으로 위기는 면하지만 여전히 그들이 부재하는 공간에서 부조리는 반복되고, 눈앞의 괴물은 처치하지만 괴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욕망의 원인이나 지향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유자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은 ‘가장 짙은 어둠도 가장 흐린 빛에 사라진다’는 희망과 의지를 우린 아직 신뢰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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