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위트홈' 이시영, 엄마라서 가능했던 액션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
기사입력 2021.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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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이를 연기하면서, 아이를 지키기 위한 마음에서는, 저와 같은 마음이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배우 이시영이 말했다. 이시영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에서 이경 역을 맡았다. 이경은 특수부대 출신의 소방관이다. 결혼을 약속한 약혼자가 있었지만, 의문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런 상황에서 이경은 욕망으로 인해 사람이 괴물로 변해버린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이시영은 함께 살아남은 그린홈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배 속에 있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우는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
이경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시영은 체지방 8%의 몸을 완성했다. 크리스마스트리 등 근육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CG가 아니었다. 이시영은 "전에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액션을 맡은 적은 있었는데, 노출이 있는 역은 '스위트홈'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긴장했던 것 같아요. 거의 안 입고 있는 장면이 있어서 어느 부분이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준비해야 했거든요"라고 노력의 이유를 설명했다.
"콘티를 촬영이 임박해서 보게 됐어요. 거미 괴물과 싸우는 장면 세트가 마지막 정도에 지어져서요. 어느 부위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전신을 만들어야 했던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벌크업을 해야 하니 많이 먹어야 했어요. 그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가질 수 있는 근육을 가지려고 노력했고, 촬영 1~2주 전부터 식단 등의 부분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노출이 있는 첫 액션이라 부담감을 가지고 준비했던 것 같아요." -
자신의 모습이 담긴 '스위트홈' 영상을 통해 마주했다. 이시영도 그 영상을 보고 난 후에야 "이런 근육이 있구나"라는 것을 알았다.
"아무래도 '스위트홈'이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이 있잖아요. 잘 먹고 잘 사는 상황이 아니라, 극단적인 상황에 몰려있기 때문에 근육이 없는 사람들도 많이 못 먹게 되면 생활 근육이 노출되기 마련이거든요. 이경이는 아마 더 잘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이경이는 엄마로서 배 속에 있는 소중한 아이를 지키기 위해 절실하게 강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마음을 여러 가지로 반영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
'스위트홈'은 동명의 원작 웹툰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하지만, 다른 캐릭터와 달리 이경이는 웹툰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아니다. 이응복 감독과 작가들, 그리고 배우 이시영의 상상력과 표현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인물이다. 이시영은 "이응복 감독님께서 원하는 이경이의 역할이 정확하게 있었어요. 이경이는 외부로 나가는 유일한 인물이거든요. 이경이로 인해 '스위트홈'의 세계관이 넓어져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세계관이 넓어지면서 원작과는 다르게 상상할 여지가 많아졌거든요"라고 말한다.
"이응복 감독님께서는 배우들에게 많이 물어보셨어요. '너의 생각은 어때? 정답은 없다, 너의 생각이 중요하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요. 배려해주셔서 감사하기도 했고요. 이경이는 사랑하는 사람도 잃게 되고, 상황 속에서 직업도 스스로 놓게 되는 절망적인 상태라고 생각했어요. 이경이에게 종말이 온 거나 다름없었죠."
"그런데 배 속에 새로운 생명이 생기면서 달라지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어요. 그런 면에 초점을 맞췄어요. 아이가 생김으로서 희생해왔던 직업 정신도 버리고, 이기적으로 변하게 되는 이경이. 남편의 생사를 알아내기 위해 마지막에는 군에 협조하는 모습도 보이잖아요. '스위트홈'의 모든 인물이 사연을 가지고 있는데, 이경이도 이기심과 정의감 안에서 왔다 갔다 하는 인물인 것 같아요. 그렇게 디렉팅을 주셔서 열심히 했습니다. 다 담아냈는지는 모르지만, 이경이 캐릭터에는 그런 의미가 컸다고 생각해요." -
이경이의 전사에 대해서도 고민했었다. '스위트홈'에서 이경이는 과거 회상 장면으로 약혼자가 남긴 노트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함축한다. 이시영은 이경이의 과거에 대해 '직업'과 '연인'이라는 키워드를 생각했다.
"이경이의 인생에는 직업이 전부였던 것 같아요.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알게 됐는데요. 실제로도 군대 생활 이후에 소방관이나 경호원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대요. 이경이도 개인적인 생활보다 군대에 익숙해진 인물이고, 그 연장선에서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걸 보면 이경이의 인생은 직업적인 부분이 훨씬 더 크지 않았나 싶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며 훨씬 더 커졌을 거라 생각해요. 내 세상의 전부는 소방관, 평생을 함께할 남자였는데, 이 모든 것을 잃게 되며 이경이의 세계가 무너진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
이시영은 '스위트홈' 촬영에 치열하게 임했다. "다른 현장에서는 장르에 상관없이 항상 웃으며 임했는데, '스위트홈' 만큼은 그렇게 못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그다. 몸도 치열하게 만들었고, 액션도 치열하게 임했으며, 자동차 액션도 치열하게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고, 가장 재미있었고, 가장 힘들었던 장면이 소방차 장면이었어요. 운전하면서 액션을 해야 하는데, 괴물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프로틴 괴물이랑 맞서야 했거든요. 그래서 운전도 극단적으로 해야 했어요. 모두 급발진, 급후진, 이런 종류라서 사고가 날까 봐 정말 너무 무섭더라고요. 카메라 감독님, 조명 스태프 등 다들 바로 앞에 계시는데 만약 액셀이나 브레이크를 헷갈려 밟기라도 하면 정말 큰 일이잖아요."
"면허가 있긴 했지만, 장롱 면허나 다름없었어요. 그래서 촬영 틈틈이 소방차 운전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저로 인해서 사고가 나면 안 되니까요. 괴물보다 스스로를 무서워하며 긴장 상태로 촬영했던 기억이 나요.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끝나서 정말 다행이었고요. 여러 의미로 소방차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이시영은 소방차 장면을 가장 만족스러운 장면으로 꼽기도 했다. 그는 "제가 다양한 액션을 보여드렸잖아요. 그런데 카 액션이 정말 매력 있더라고요. 드리프트하고. 그런 액션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스위트홈'에서 소방차를 만나게 됐어요. 큰 차가 주는 압도감이 있더라고요. 맨몸으로 싸우다가 제 무기가 몇십 톤 하는 큰 트럭이 되면서 카타르시스가 있었던 것 같아요. 가장 만족스러웠던 장면이기도 하네요"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
실제 이시영도 엄마다. 이시영은 지난 2017년 9살 연상의 사업가와 결혼해 2018년 득남했다. 첫머리에 말했듯, 이시영이 이경이에게 더욱 감정이입이 잘 된 이유이기도 하다. 아들이 태어나기 전과 후의 변화가 있었을까.
"출산 전후는 모르겠어요.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사랑하는 누군가, 분신 같은 존재가 생겼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행복하기도 하고, 소중한 존재로 인한 간절함이 생긴 것 같거든요."
여전사, 액션퀸, 멋진 언니 등 배우 이시영을 설명하는 수식어들이다. 이시영은 '스위트홈'에 대해 "영광스러운 작품"이라고 설명하며 "극한 상황 속에서 사랑하는, 소중한 어떤 존재를 지키기 위해 아무리 나약한 사람도 굉장히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에 집중하자는 이응복 감독님 말씀처럼, 저도 여전사보다 '누구나 강해질 수 있어'라는 표현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그런 그는 아이에게 어떤 엄마, 배우로 기억되고 싶을까.
"어떤 배우로 기억되기보다는 아이가 컸을 때도 제가 배우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아직 어리고, 클 날이 많잖아요. 제 배우로서의 욕망은 꾸준히 길게, 가늘고 길게, 연기 생활을 하고 싶거든요. 나이가 들어서도요."